주간동아 642

2008.07.01

로스쿨 도전 마 부장도 끼어들다

  • 입력2008-06-25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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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쿨 도전 마 부장도 끼어들다
    용 과장 vs 마 부장

    “엇! 마 부장님?”

    “아니, 용 과장! 자네가 여길….”

    갑작스런 마 부장의 등장에 용 과장은 무척 놀랐다. 이곳은 다름 아닌 로스쿨 전문 H학원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부장님께서도 로스쿨을…?”



    “하하, 이거 참.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순간 밀려드는 배신감과 억울함에 용 과장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마 부장을 바라보았다. 마 부장의 얼굴엔 10년 동안 함께 회사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 스쳐갔다.

    “내가 법대 출신이잖아. 자네가 로스쿨을 준비한다는 얘길 들으니 나도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

    마 부장은 법조인을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명문 사립 고구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지독한 가난 탓에 그는 사법시험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그렇기에 평소 누구보다 법조인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게 아쉽던 그였다.

    “사모님께서는 뭐라고 하세요?”

    “난 기러기아빠 3년차야. 아내는 아직 몰라. 알게 돼도 아마 좋아하겠지. 공부하면서 술이나 끊으라고 말이야.”

    “그러시군요.”

    “그나저나 난 빨리 들어가봐야겠네. LEET 귀신이라는 강남조 선생님과 면담이 잡혀 있거든. 아, 용 과장도 강 선생님께 배우나?”

    “강남조 선생님이 아니라 강남 조 선생님이세요.”

    “강 선생이나 조 선생이나! 어서 가봐!”

    ‘아이고, 저 성질머리하고는….’ 앞으로 학원에서까지 마 부장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용 과장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음 날 아침

    “어이, 용 과장! 좋은 아침!”

    “네, 부장님도 좋은 아침입니다.”

    ‘갑자기 웬 친한 척일까?’ 용 과장은 몹시 불안해졌다.

    “이봐, 용 과장. 우리 앞으로 같이 공부하게 됐으니 잘해보자고. 그리고 굳이 회사사람들이 이런 일까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하하.”

    “네? 아, 그럼요. 그럴 필요 없지요.”

    “그럼, 우리 오늘 할 일 빨리 마치고 정시에 퇴근해서 함께 공부나 할까? 자,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가 뭐지?”

    “네, 오늘은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로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물품을 파악해 각 영업소에 통지해야 하고요. 그와 별도로 재고현황 파악해 비상수급 계획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11시에 상반기 결산을 위한 부서 전체 회의가 있고요. 14시에는 본사에서 진행하는 ‘고객과 함께하는 스마일 친절교육’이 있습니다. 이번 교육 참가자는 부장님과 이 대리입니다.”

    “벌써 내 차례야? 젠장! 각 업무를 처리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어?”

    “김 대리와 이 대리가 수급에 차질 있는 물품을 파악하는 데 2시간, 박 대리가 각 영업소에 통지하는 데 1시간, 박 대리가 재고현황을 파악하는 데 1시간, 김 대리와 박 대리가 비상수급 계획을 수립하는 데 2시간, 부서 회의 1시간, 본사 교육 1시간, 본사까지 왕복 2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중간에 12시에서 13시까지 점심시간이고요.”

    “빨리빨리 하면 언제 끝낼 수 있겠어? 정시 퇴근 가능해?”

    “9시부터 시작하면 16시에 모두 마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빨리? 확실해?”

    “네, 확실합니다. 그럼 제 설명을 한번 들어보시죠.”

    용 과장이 말하는 생활 속의 LEET 이야기

    수급에 차질이 있는 물품을 각 영업소에 통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그 전에 물품 파악이 먼저 돼야 합니다. 또한 비상수급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선 반드시 그 전에 재고 파악이 먼저 돼야 합니다. 그리고 동일한 사람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아닌 경우 동시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조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식으로 업무진행표를 작성해볼 수 있습니다.

    로스쿨 도전 마 부장도 끼어들다
    따라서 위와 같이 업무를 진행한다면 16시까지 모두 마칠 수 있습니다.


    “용 과장, 자네 원래 이렇게 계산이 빨랐나? 아무튼 잘 진행하게. 오늘은 꼭 정시에 퇴근할 수 있도록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업무계획을 세우는 게 꼭 LEET 수리추리 문제를 푸는 것 같구나. 마 부장님은 이런 걸 알고 계실까? 역시 LEET 공부는 생활 속에서 시작되는 거야.’ 용 과장은 자신의 향상된 계산 실력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다 보니 금세 퇴근시간이 됐다.

    “이봐, 용 과장! 급한 일 없지? 급한 일 있으면 가도 되고.”

    “아닙니다. 같이 가시지요.”

    매일매일 이렇게 마 부장에게 시달릴 생각을 하니 용 과장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결국 로스쿨을 향한 용 과장의 여정에 시련이 찾아오고 말았다. (합격의 법학원 ‘논리와비판연구소’ 제공, 다음 호에 계속)

    척척박사 하 선생의 LEET 돋보기

    논증의 달인 되기, 기본 개념부터 확실히!


    지난 호에서 용 과장은 마 부장의 주장과 근거를 추려, 마 부장의 논증을 다음과 같이 재구성했어요.

    로스쿨 도전 마 부장도 끼어들다
    이에 강남 조 선생은 용 과장에게 반론을 제시해보라고 했지요. 그러자 용 과장은 “전 꼭 로스쿨에 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어요. 즉 로스쿨 준비를 그만둘 수 없다는 뜻이겠죠. 이러한 ‘반론’ 방식은 실제 일상생활에서 흔히 나타나는 잘못된 논증 다루기 방식이에요. 반론을 제시하라고 했는데 엉뚱하게도 결론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지요. LEET에서도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참 곤란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LEET 모의고사를 채점해보면 이런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답니다.

    왜 그럴까요? 왜 많은 이들은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과 동떨어진 답을 선택하고 나서, 점수가 안 나온다느니 논증 문제는 어렵다느니 하며 한숨만 내쉴까요? 과연 LEET 수준의 논증 문제를 해결할 만큼의 지적 능력을 갖추지 못해서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사실은 ‘반론’을 제시하라는 문제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논증 문제를 ‘감’으로만 접근해서 그런 거예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뭐, ‘반론’이니까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면 되겠네. 그렇다면 결론을 부정하면 되겠군!” 그건 아니죠. 논증 문제에서 반론을 제시하자면 지난번 ‘LEET 잠깐만’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반드시 특정한 방식으로 논증을 다뤄야 해요. 반론과 같은 몇 가지 기본 개념만 잘 알아둬도 논증 문제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파악해 정답을 쉽고 확실하게 선택할 수 있답니다.

    각설하고, 핵심 중에 핵심개념인 ‘논증’의 정의와 ‘좋은 논증의 조건’을 확인한 다음 LEET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기로 하죠. 먼저 논증이란? 그렇죠. 이제 다들 아시다시피 결론(주장)과 전제(근거)들의 집합이에요. 그럼 그중에서 전제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결론을 지지하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결론이 받아들여지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다시 말해 좋은 논증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그림으로 한번 정리해볼까요?

    로스쿨 도전 마 부장도 끼어들다
    자, 이제 앞에서 제시한 마 부장의 논증이 좋은 논증인지 아닌지 평가해보세요. 이때 막연한 ‘감’으로, 혹은 자의적 기준을 세워 평가하시면 안 돼요. 반드시 바로 위의 두 가지 기준을 평가 지침으로 삼으셔야 해요. 나아가 논증 판단 및 평가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서 바로 위의 두 기준을 생각의 지도로 삼아 문제를 풀어야 해요.


    그렇다면 반대로 좋은 논증이 아님을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 그래요. 이 두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만족되지 않음을 보이면 돼요. 바로 이게 지난번 ‘LEET 잠깐만’에서 소개된 ‘반론 제시하기’ 방법이란 점을 이제 아셨죠? 그렇다면 이제 논증 반론 및 비판 문제나 논증 판단 및 평가 문제 모두에서 기본적으로 위의 틀에 따라 접근하고 해결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춰야 해요.

    한 걸음만 더 나아가볼까요? 혹시 연역 논증이니 귀납 논증이니 하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알고 보면 이것도 그리 어려운 말이 아니에요. 그저 좋은 논증의 첫째 조건에 따라, 즉 전제들이 결론을 얼마나 강하게 지지하느냐에 따라 논증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눈 거예요. 100% 지지할 때는 연역 논증, 100%에는 못 미치지만 강하게 지지할 때는 귀납 논증이라고 말해요. 그럼 앞선 마 부장의 논증은 연역일까요, 귀납일까요? (그렇죠, 연역 논증이에요.)

    자, 그럼 이러한 연역 논증에 대해 반론할 때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일까요? 이 경우엔 좋은 논증의 둘째 조건, 즉 전제들이 받아들일 만한 것인지만 따지면 돼요. 그럼 전제들을 어떻게 공격해야 할까요? 만약 개별적 사실에 대해 말하는 전제라면, 구체적인 증거를 들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면 돼요. 그리고 일반적 사실에 대한 전제라면 반례를 동원해 공격하면 되고요. 그렇다면 이번엔 여러분께서 다음 연역 논증에 대한 반론을 제시해보세요. P1은 의심하기 어려운 사실이라 간주하고, P2에 대해 공격해보죠. 그림의 Q1 자리에 P2를 공격하는 반례를 각자가 한번 넣어보세요. (개인의 자유를 훼손하는 법 규정이지만 폐지돼선 안 되는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로스쿨 도전 마 부장도 끼어들다
    또한 귀납 논증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론하면 좋을까요? 귀납 논증의 경우엔 좋은 논증의 두 조건에 따라 전제들이 결론을 강하게 지지하는지 살펴보시고, 전제들 각각이 옳은지 살펴보셔야 해요. 그런데 이 경우 좋은 논증의 첫째 조건을 약간 변형한 조건을 추가적으로 알아두시면 좋아요.

    다음 그림과 같은 논증이 있다고 해보죠. 이 논증에서 P1과 P2만을 전제로 한다면, 이 논증은 좋은 논증으로 보여요. 전제 P1과 P2가 C를 강하게 지지하고 두 전제 모두 받아들일 만하니까요. 그렇다고 성급하게 좋은 귀납 논증이라고 평가하지 마세요. 여기서 두 전제를 공격하지 않고도 결론을 약화시키거나 심지어 결정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여러분이 그런 전제를 찾아 P3에 추가해보세요(일상생활에서는 여러분의 배경지식에서 찾아야 할 테고, LEET에서는 아마도 제시문이나 선택지에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로스쿨 도전 마 부장도 끼어들다
    예를 들어 P3에 “간통죄는 개인의 존엄성을 해친다”와 같은 전제를 추가한다면, P1과 P2에 대해서는 아무런 공격을 하지 않지만 C에는 엄청난 공격을 가하게 되죠. 즉 P3가 추가됨으로써 결론 C가 약화되지요. 이것이 이른바 논증 약화 문제예요. 여기서 P3가 결론 C를 결정적으로 약화시키고 심지어 반박해버리는 상황이 제시되는 논증 평가 문제를 기대해볼 수도 있겠네요.

    논증 반론, 논증 약화, 종합평가 등 다양한 논증 문제들의 논리적 구조가 지금까지 살펴본 기초적인 논증 분석/재구성/평가 기법으로 해명될 수 있어요. 이러한 사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논증의 달인이 되기 위해 엄청난 기초 지식을 쌓을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단지 논증과 관련된 기본 개념들을 확실하게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논증의 달인이 될 수 있지요.

    하상용 논리와비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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