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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씁쓸’한 메이저리거들의 귀환

올 한국 프로야구 풍성한 볼거리 제공 … 미-일과 실력 격차 더 벌어져 우려 목소리

  • 김성원 일간스포츠 기자 rough1975@jesnews.co.kr

‘달콤 씁쓸’한 메이저리거들의 귀환

‘달콤 씁쓸’한 메이저리거들의 귀환
“많은 사람들이 해외파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사실 안타깝다. 메이저리그에 아시아 선수들은 늘어나는데 한국 선수들은 줄어들고 있다.”

2007년 12월27일 박찬호의 출국 기자회견장.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한국 프로야구로 유턴하는 것에 대한 견해를 묻자 박찬호의 답변이 이어졌다. 조심스러웠으나 씁쓸한 표정은 숨길 수 없었다.

해외파가 줄줄이 돌아오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해외파 선수 특별 드래프트(해외파 선수들의 국내 복귀 유예기한 2년을 없애고 8개 구단이 지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실시하면서 송승준(롯데) 이승학(두산) 등 미국 무대에서 뛰던 선수들이 한국 프로야구로 귀환했다. 메이저리그 좌타자 출신의 최희섭이 KIA 유니폼을 입었으며, 빅리그 무대에서 박찬호와 김병현에 이어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서재응(사진)이 고향팀 KIA로 돌아왔다.

서재응 KIA 입단 흥행 시너지 효과

그렇다면 이들의 유턴을 무조건 반겨야만 할까. 한번 따져보자.



먼저 큰 무대에서 뛴 스타급 선수들이 줄줄이 돌아오면서 한국 프로야구는 관중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희섭이 올 시즌 중반 KIA로 복귀했을 때 광주구장은 물론 잠실구장까지 만원 사례를 이룬 것을 기억해보라. KIA뿐 아니라 8개 구단 전체가 붐업 효과를 냈다. 스타 한 명이 뿜어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최희섭이 보여준 셈. 여기에 서재응이 내년 시즌 보여줄 활약상, 두산이 지명한 김선우마저 한국 프로야구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야구판 자체가 풍성해지는 셈이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이 동료들에게 전수해줄 유·무형의 재산도 상당하다. 박찬호는 “서재응을 포함해 한국으로 돌아온 후배들이 좋은 점을 배우고 왔으니 잘 전달하고 함께 하리라 보인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귀환은 관중 증가 같은 효과뿐 아니라 이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느꼈던 스포츠맨십, 경기에서의 멘탈 등을 후배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08년 프로야구는 무엇보다 해외파의 대거 유턴으로 전환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프로야구는 1994년 박찬호의 LA다저스 입단 이후 그를 롤모델로 삼은 유망주들의 줄 이은 미국 진출로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1990년대 후반 유망주들의 대거 유출로 한국 프로야구는 원활한 세대교체가 되지 못했다.

또 특정 지역, 특히 광주와 부산에서 야구 유망주들이 떠나면서 KIA와 롯데는 전력 수급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야구장에 스타는 사라지고 야구 팬들은 박찬호 김병현이 활약하는 메이저리그 중계를 즐겨 봤다. 메이저리그가 재미있으니 자연스레 낙후한 광주구장과 대전구장, 을씨년스런 수원구장에 눈길이 갈 리 없었다. 유망주들의 유출이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 하락, 저변 약화의 한 원인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떠났던 이들이 돌아왔으니 나아지리라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인 듯하다. 돌아온 해외파, 특히 메이저리그 적응에 실패하고 돌아온 선수들 가운데 한국 프로야구에서 첫해 두 자리 승수를 거뒀거나 두 자리 홈런을 쳐낸 이가 없다. 게다가 이들은 한국 프로야구를 떠날 때 메이저리그에서 거액의 계약금을 쥐었듯 돌아올 때도 거액을 받았다. 한국 프로야구 토양에서 묵묵히 커온 다른 선수들이 형평성 면에서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올 시즌 해외파 선수들을 보유한 몇몇 구단에서는 갈등과 알력이 드러나 구단 프런트가 꽤 애를 먹은 경우도 있었다. 메이저리그 신시내티에서 돌아온 좌완 봉중근(LG)이 두산과의 경기에서 몸싸움을 벌였을 때 이를 우발적인 사고로 보기도 했지만, 몇몇 구단 관계자들은 “일종의 해외파와 토종선수 간 갈등으로 봐도 된다. 기회 봐서 한번 손봐주자는 시각이 도사리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유망주들 해외 진출 수년간 명맥 끊겨

이런 갈등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따라서 일시적인 사건, 사고에 그칠 수 있다. 근원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야구가 국제화, 개방화하고 있는데 돌아오는 선수들이 많다고 마냥 반기고 좋아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때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7명이나 포함됐던 한국인 메이저리거지만, 지금은 사실상 명맥이 끊긴 형국이다. 박찬호는 시범경기 활약에 따라 메이저리그 승격 여부가 결정된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병현은 아직 거취가 정해지지 않았다. 추신수(클리블랜드)와 백차승(시애틀)은 단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치른 적이 없다.

여기에 또 아마추어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 또한 수년 전부터 명맥이 끊겼다. 야구 유학식으로 미국으로 진출하는 경우는 있어도 특급 대우로 나가는 제2의 박찬호 김병현은 사라진 상태다. 야구시장이 갈수록 세계화해 선수들의 플레이와 관중의 수준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해외파의 유턴은 반짝 효과에 그칠 뿐, 궁극적으로는 미-일 야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박찬호의 지적이 옳은 부분이 많다. 한국 선수는 줄어드는데 아시아 선수, 특히 일본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늘고 있다. 무대가 자꾸 넓어지는데 우리는 거꾸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야구 국제대회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우리는 단일 시장 안에서 아옹다옹하는 느낌이다.



주간동아 618호 (p72~73)

김성원 일간스포츠 기자 rough1975@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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