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9

2007.11.06

한국 가곡의 산증인 ‘무대 열정’

  • 김종환 언론인 murdochkim@naver.com

    입력2007-10-31 18: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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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가곡의 산증인 ‘무대 열정’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아득한 머언 그곳….”

    아흔다섯 살의 작곡가가 두 손 들어 지휘를 시작하자, 청중들은 일제히 기립해 가곡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을 열창했다.

    10월22일 저녁 서울 마포문화체육센터 소공연장에서 열린 제40회 우리 가곡 부르기 모임은 ‘갈대밭에서’ ‘가고파’ 등의 작곡가 김동진 선생의 작품을 배우고 부르기 위해 모인 130여 동호인의 열기로 가득했다.

    이날의 주인공은 김동진 선생. 고령임에도 끝까지 객석 앞쪽 자리를 지키며 동호인들과 함께 ‘봄이 오면’ ‘조국 찬가’ 등을 불렀다.

    이날 행사는 초청 성악가의 무대와 동호인들의 발표 후, 선생의 지휘에 따라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을 합창하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난청으로 무대에 오르라는 권유조차 금방 알아듣지 못한 노(老) 작곡가는 젊은이들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마이크를 잡은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위태위태한 보행에 마음 졸이던 청중을 바라보며, 1950년대 영화 ‘길은 멀어도’의 주제가로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을 작곡해 음악계 일각에서 빈축을 샀던 일화를 들려줬다.



    “영화주제곡이라고 뭐라 했던 사람들도 있었어. 서양의 쇼스타코비치도 영화주제곡을 많이 썼는데….”

    이어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을 힘차게 부릅시다”라고 외치면서 지휘를 시작했고, 객석의 열창이 시작되자 창백했던 노 작곡가의 안색도 점차 불그레해졌다. 가사 중 ‘그대를 만날 때까지’ 대목에 이르자 힘찬 소리로 주문도 잊지 않았다.

    “열정을 가지고!”

    무대 앞쪽으로 바짝 나와 날렵하게 곡선을 그리는 원로 작곡가의 손놀림은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늙지 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동호인들은 “한국 가곡의 산 역사인 김동진 선생의 지휘에 맞춰 가곡을 불렀다는 것만으로도 큰 감격이었다”며 입을 모았다. 우리가곡애창운동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 음악회는 서울을 비롯해 마산 통영 거제 대구 등에서 매달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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