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8

2007.10.30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은 탈무드식 지혜”

한국인 제자가 설명하는 매스킨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이론

  • 남재현 서강대 교수·경제학

    입력2007-10-24 1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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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은 탈무드식 지혜”

    레오니트 후르비츠, 로저 마이어슨, 에릭 매스킨(왼쪽부터).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10월15일 미국 미네소타대학 레오니트 후르비츠(90) 교수, 프린스턴대학 고등연구소 에릭 S. 매스킨(57) 교수, 시카고대학 로저 B. 마이어슨(56) 교수를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수상 이유에 대해서는 ‘구조(제도)설계이론(Mecha-nism Design Theory)’의 기초를 설립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이 이론은 시장경제(완전경쟁시장) 이론의 비현실성을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은 현실 경제에서 나타나는 ‘완전경쟁시장 실패’의 문제점과 대안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이란 무엇일까. 서강대 남재현 교수에게 이 이론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자. - 편집실 -

    한 마을에 현명한 재판관이 있습니다. 이 재판관에게 갑과 을이 찾아왔습니다. 두 사람은 동업자로 함께 일을 시작해 양·소· 말을 열심히 키웠고, 그 대가로 이제는 큰 목장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공동으로 소유했던 목장을 공평하게 절반씩 나누고 싶다고 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나눠야 할지를 놓고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어떤 소는 다른 소보다 건강하고, 어떤 땅은 다른 땅보다 더 비옥해 동물 수나 면적으로 공평하게 나누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현명한 재판관은 다음 방식을 제안합니다. 먼저, 갑이 공동의 재산을 원하는 대로 둘로 나눕니다. 그 다음은 을에게 둘로 나뉜 재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입니다. 이 방식대로라면 을은 둘로 나뉜 재산 가운데 어느 쪽이든 선택할 수 있고, 이 사실을 잘 아는 갑은 최대한 공평하게 재산을 나눌 것입니다. 이는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현명한 해법입니다.



    이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죠. 그 목장의 재산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당사자인 갑과 을이지, 재판관이 아닙니다. 재판관으로서는 갑과 을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이 문제를 풀 수밖에 없습니다. 갑과 을이 각자 자신의 정보를 사실대로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죠. 이런 ‘게임’을 만드는 데 관계된 경제학적 연구가 바로 ‘메커니즘 디자인’입니다.

    정보 없는 계획자가 정보 있는 경제 주체에게 원하는 결과 얻는 법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은 탈무드식 지혜”
    조금 추상적으로 설명하면, 메커니즘 디자인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계획자가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경제 주체들을 상대로 게임을 설계할 때, 그 게임의 결과가 계획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나오게 하는 방법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경제 주체들이 반드시 게임에 참가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들이 가진 정보를 제대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인(incentive)’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최근 미국 등 여러 국가가 경매를 통해 주파수를 민간기업들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경매라는 것도 정부가 가장 효율적인 기업에 주파수를 배정하기 위한 일종의 메커니즘입니다. 사실 ‘메커니즘 디자인’은 오랜 세월 전해오는 인류의 지혜로,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많은 문제에 적응이 된 것입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친 남재현 교수는 매스킨 교수에게 논문 지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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