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3

2017.01.25

커버스토리 | 선택 2017 - 대선주자 인맥 대해부

반 기 문 전 유엔 사무총장 | 인맥과 스펙의 ‘끝판왕’

당분간 치열한 서열싸움…개인적 인연이 관건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17-01-24 17: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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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일찌감치 ‘대한민국 인맥과 스펙의 끝판왕’이라는 평을 들어왔다. 과거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시절 정점을 찍은 KS라인(경기고-서울대 법대)이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이미지가 강했다면, 국제기구 외교 수장 출신답게 그의 인맥은 엘리트 관료라는 특징 외에도 한층 국제적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또한 고향인 충청도 시골마을에서 시작해 서울 중심부로 확장돼온 국내 인맥 역시 촘촘하고 견고하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똘똘 뭉친 그의 마당발 인맥은 10년 전 미국 뉴욕으로 떠나는 날까지 지속됐다.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에 섰던 김종필, 노신영, 한승수 같은 ‘멘토’는 물론,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관료와 정치인까지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에 동참하길 자처한 인재는 ‘역대급’이라는 평가.

    하지만 현실정치는 이름값이나 스펙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역대 대선에선 최측근 참모진의 끈끈한 조직력과 후보의 과감한 결단이 승부를 가를 때가 많았다. 실제 ‘반기문 캠프’는 50대 이상 고위 관료 출신 남성이 태반인 탓에 다양성 부족과 지휘의 어려움이 거론된다. 자연스레 현실정치인으로 변신한 그를 돕는 최측근 인사의 면면과 후보와의 친밀도에 대한 궁금증이 한껏 부풀어 오른 상태다.



    ‘외시 12기 5인방’ 등 외교부 출신 다수

    3주 전까지 뉴욕에서 10년 넘게 생활했기 때문에 반 전 총장의 대선 최측근 인사는 손꼽을 수 있을 만큼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예상하지 못했던 ‘벚꽃 대선’이 가시화돼 핵심 그룹을 단단하게 다지지 못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빠르게 캠프가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외교관 중심의 광화문팀과 정치인 중심의 마포팀, 학계 중심의 강남팀 등으로 혼재됐지만 귀국 직후 외견상은 마포팀(실무팀)을 중심으로 정비가 이뤄졌다.



    후보의 메시지를 총괄하는 마포팀의 좌장은 김숙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외시 12기)이다. 사실상 비서실장 위치다. 반 전 총장이 뉴욕으로 떠날 때 김 전 차장을 국내에 남긴 이유가 바로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올 정도. 김 전 차장과 함께 반 전 총장의 ‘영혼의 동지’로 불린 관료는 유엔에서 동고동락한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외시 12기)이다.

    동기이자 라이벌인 이 두 사람의 친밀도에 대해서는 이견도 있다. 박인국, 오준 전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 대사와 박준우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까지 포함해 ‘외시 12기 5인방’으로 묶기도 한다. 반 전 총장(외시 3기)과 이들 5인방과의 특별한 관계는 오래전부터 외교가에서 유명했다.

    차관급 한 전직 외교관은 “이 5인방은 젊은 시절 외교부 인사계장으로 시작해 북미국을 거쳐 유엔까지 반기문 뒤를 따른 인물들”이라며 “반 전 총장이 특별히 이들 5명을 챙기며 뒤에서 밀고 앞에서 끄는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귀띔했다.

    해외 근무가 많은 외교부는 인사에 유독 민감한 조직. 그의 자기 사람 챙기기가 얼마나 치밀하고 끈질겼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외교부 출신 정치인인 심윤조, 박진 전 의원(외시 11기)이나 마포팀의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김봉현 전 호주대사(외시 16기)도 핵심 측근 그룹으로 꼽힌다.

    수개월 전만 해도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외시 8기)과 윤여철 청와대 의전비서관(외시 16기)도 핵심 그룹에 포함됐지만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공개 행보가 불가능해졌다.

    반 전 총장은 외교부 과장 시절이던 1985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경력이 유엔사무 총장으로 가는 디딤돌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외국 대학 대학원은 동문파워가 약한 게 일반적이지만, 하버드대 대학원만큼은 예외다. 특히 정치에 꿈을 가진 이들이 주로 찾는 행정대학원인 케네디스쿨 출신들은 교류가 많다는 평.

    박진 전 의원은 반 전 총장과 같은 시기 케네디스쿨을 다닌 사이로, 갈라진 여권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맡았다.

    반 전 총장을 최측근에서 수행하는 서성교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과 메시지팀에 뒤늦게 합류한 박수영 전 경기도부지사, 문화일보 출신인 최형두 전 국회 대변인도 케네디스쿨 출신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새누리당에서 반 전 총장 영입에 공을 들이는 홍문종, 윤상현 의원도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점. 정치권에선 “하버드대 학연이 작동했다기보다 그만큼 높은 스펙을 가진 이들이 반기문 캠프 주위로 몰린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참고로 뉴욕을 떠나기 전 반 전 총장이 한국의 경제혁신 자문을 요청한 제프리 색스 컬럼비아대 교수도 하버드대 출신이다.

    반 전 총장의 ‘관운(官運)’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외교가의 소문난 꽃길을 걸어왔다. 특히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와 인연도 길고 깊었다. 김영삼(YS) 정부에서는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김대중(DJ) 정부에서는 외교통상부 차관, 그리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외교통상부 장관을 거치는 등 요직을 섭렵하며 정치권과 행정부에서 두루두루 다양한 인연을 쌓았다.



    정치권 인맥은 ‘관가’와 ‘충청’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그의 남다른 후원자 덕분이라는 평가. 반 전 총장의 정치 철학과 핵심 인맥은 외교가의 대부라 부르는 노신영(87), 한승수(81) 전 국무총리와 겹친다. 여전히 영향력을 가진 이들은 귀국한 반 전 총장의 든든한 뒷배가 될 전망이다.

    탄핵 사태로 여권이 갈라서기 전까지 충청권 좌장인 정진석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반기문 옹립론’은 확고부동한 여권의 대권 플랜이었다. 지난해 5월 김종필(JP) 전 총리는 “혼신을 다해 반기문을 돕겠다”는 확약까지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분당 후유증’ 탓에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된 의원들은 ‘반기문 캠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박근혜 캠프와 새누리당 대변인을 지낸 이상일 전 의원 정도가 공개적으로 마포팀에 합류했고 충청권의 경대수, 이종배, 박덕흠, 성일종 의원이 반 전 총장을 따라나설 채비를 마쳤다. 서울의 나경원 의원도 반기문 캠프와 스킨십 강도가 높다는 평가.

    반면 창당 작업에 여념이 없는 바른정당은 설 이후 반 전 총장과 만남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1월 18일 대구시당 창당대회장에 나타난 김무성 의원은 “반 전 총장이 우리 당에 올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당내 경선참여 문제가 남아 있어 양쪽은 당분간 지지율 추이를 살피며 협상 카드를 가다듬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상당 기간 현실정치에서 배제된 이명박(MB)계의 상대적 약진이 도드라진다. MB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활약한 곽승준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과 이동관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 손지애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 등이 마포팀에서 경제정책과 메시지에 관여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도 공개적 지지를 표명하며 세 결집을 유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MB 측근의 대거 합류에 반기문 캠프 내부에서는 적잖은 잡음이 흘러나온다. 이른바 외교관 출신이 주축인 측근 그룹과 현실정치 경험이 많은 MB계의 서열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탓이다.

    반기문 캠프 관계자는 “결국 어느 세력이 반 전 총장의 신임을 가장 빨리 확보할지가 관건”이라며 “캠프의 얼굴인 대변인에 이도운 전 서울신문 편집국 부국장을 내세운 것을 보면 과거 인연을 중요시하는 듯하다”고 귀띔했다. 반 전 총장 귀국 직전 서울신문에 사표를 제출한 이 대변인은 1994년 외교부 출입 기자로 반 전 총장과 인연을 맺었고 2007년 미국 워싱턴 특파원을 할 때 인연이 깊어진 사이. 기존 여권에 대변인 자원이 유달리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반기문식 인사 스타일’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반기문 대통령’을 기치로 내건 수많은 팬클럽과 충청권 지지모임의 좌장들도 측근 그룹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현 시점엔 메시지 혼선 가능성이 높아 선거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전면에 나선 행보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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