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3

2007.05.01

새로울 것 없는 ‘알파 신드롬’

  •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입력2007-04-25 18: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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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울 것 없는 ‘알파 신드롬’
    “성적으로 전교 20등까지는 남학생 이름을 찾아볼 수 없어요. 국ㆍ영ㆍ수는 물론 가ㆍ기ㆍ체ㆍ미ㆍ음(가정, 기술, 체육, 미술, 음악)까지 상위권 여학생들은 못하는 게 없어요. 수행평가에 포함되는 준비물이나 과제물까지 남자애들은 흘리기 일쑤인데 여자애들은 완벽해요.”

    남녀공학인 중학교에 아들을 보내고 있는 어머니의 하소연이다. 이런 이유로 남자 고등학교 주변의 아파트 전세금이 더 비싸다고 한다. 미국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고등교육에서 여성지배 현상이 뚜렷하다. 2005년 학사학위 취득자 중 59%가 여성이고, 그 비율은 점점 커져 몇 년 뒤면 미국에서는 대졸 여성이 대졸 남성보다 많아진다. 그렇다면 자연히 ‘더 교육받은 계층’의 소득이 높아져 현재는 남편보다 소득이 많은 여성이 4명 중 1명꼴인데, 2050년 무렵이면 2명 중 1명꼴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하버드대학 심리학 교수인 댄 킨들러는 이처럼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엘리트 소녀들을 ‘알파걸’이라 명명했다. 이들의 장래 희망은 대통령, 상원의원, 우주비행사 등이다. 그들은 도전하고 싶어하며 승리하길 원한다. 힐러리 클린턴, 칼리 피오리나, 콘돌리자 라이스가 그들의 모델이다. 킨들러 교수가 미국과 캐나다 지역의 ‘알파걸’ 150여 명을 인터뷰한 결과로 ‘알파걸’(미래의창)을 출간하자 모든 매스컴이 이 새로운 용어를 퍼뜨리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알파걸’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알파걸’의 원조쯤 되는 워킹맘, 슈퍼우먼, 골드미스가 어느 정도 형성되자 그들의 영향을 받으며 자란 소녀들이 ‘알파걸’이라는 새로운 계층으로 부상한 것이다. 여기에는 기꺼이 딸들과 함께 운동하고 숙제, 대학 선택, 장래 직업에 대해 의논하는 아버지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알파’라는 말의 저작권은 ‘알파 신드롬’(비즈니스북스)의 저자인 케이트 루드먼과 에디 얼랜슨에게 돌아가야 할 듯하다. 이들은 이미 2004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알파형 남성 코칭하기(원제 Alpha Male Syndrome)’라는 기사에서 사회적으로 리더가 되려는 사람들을 ‘알파형 인간’으로 분류했다. 이를 단행본으로 펴낸 ‘알파 신드롬’은 승부욕이 강한 지도자형을 네 가지로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알파형 전략가와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땐 공개석상이 아니라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눠라’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알파형 인간 밑에서 생존하는 방법까지 코칭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받는다.



    어쨌든 ‘앞서가는 리더’ 식의 표현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알파형 인간’은 꽤 새롭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러나 ‘알파요 오메가’라는 말처럼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알파형 인간’ 다음에 누군가 ‘오메가형 인간’을 들고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알고 보면 새로울 게 없는 ‘알파 신드롬’을 보면서 실체도 없는 ‘오메가형 인간’에게 응원가를 불러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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