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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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제철소 전쟁 “앗 뜨거워”

포스코 진출 계기로 세계 철강업계 앞다퉈 진출 … 이대로 가면 공급 과잉 부를 듯

  • 델리=이지은/ 통신원 jieunlee333@hotmail.com

    입력2005-12-14 16: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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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제철소 전쟁 “앗 뜨거워”

    6월22일 인도 오리사 주정부와 제철소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파트나익 주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포스코의 인도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인도는 물론이고 세계 철강업계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포스코는 6월22일 인도 오리사 주정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8월 현지 법인인 포스코 인디아를 발족시킨 현재,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포스코의 인도 프로젝트는 100억 달러를 들여 연산 12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고, 인근에 있는 광산과 전용 항만·철로 등을 개발하기 위해 20억 달러를 투입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제철소 전용인 광산에서는 30년간 약 6억t의 철광석을 채굴할 수 있는 권리를 이미 확보했다. 제철소가 들어설 오리사주 해안의 파라딥은 경제특구로 지정돼 10년간 법인세를 면제받는다. 부지 매입은 이미 주정부의 승인을 받아 선급금 20%가 지급된 상태이고 현재 항만 설계와 용수 공급, 도시계획, 환경 인허가 취득 등 제반 인프라 시설에 대한 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안으로 타당성 조사가 끝나면 인도 정부로부터 항만 건설, 용수 사용 등에 대한 인허가를 받아 본계약을 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사상 최대 외국인 직접 투자

    단일 규모로 1000만t이 넘는 규모의 제철소는 전 세계에 포항과 광양 단 두 곳뿐이다. 포스코가 이러한 규모의 제철소를 인도에 짓기로 한 것은 그만큼 인도는 매력적인 생산지이며 시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풍부한 철광석은 원료를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제철소 건설이라는 꿈을 이루게 해준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도 시장을 선점한다는 점도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인도는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며 지리적으로 유럽과 동북아의 중간에 있어 세계 철강의 허브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인도 제철소 전쟁 “앗 뜨거워”

    현지 언론에 실린 포스코의 인도 제철소 건설 광고.

    포스코의 인도 진출은 인도 경제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 프로젝트다. 때문에 인도 언론과 철강업계, 사회단체, 정계에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양해각서 조인식 날 오리사주 수도인 부바네스와르에서는 양해각서 체결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나 수백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문제가 된 것은 양해각서에서 채굴되는 철광석 중에서 30%까지를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 부분. 이 부분을 놓고 외국자본 투자에 민감한 좌파 정당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형성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오리사주의 집권당인 인도 인민당의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정치인들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인도 중앙정부의 국가 자문위원회는 오리사 주정부에 이 조항에 대한 해명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환경론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철광석 대부분이 산림 지역에 묻혀 있어 광산 개발은 산림 훼손을 가져오고, 이는 부족민들의 생활 터전을 빼앗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존의 파라딥 항만 관리회사도 포스코가 새로 항만을 만들면 해안이 잠식되는 등 기존 시설물에 위험을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관계 당국에 보내기도 했다.

    인도 제철소 전쟁 “앗 뜨거워”

    제철소 건립 일정을 체크하고 있는 포스코 인디아 파견 직원들.

    포스코의 인도 진출에 더욱 발빠르게 대응한 것은 바로 철강업체들이다. 포스코가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3개월여 만에 세계 철강업계 1위인 미탈스틸이‘맞장’을 뜨고 나왔다. 포스코와 같은 규모인 1200만t급의 제철소를 짓는다는 양해각서를 자르칸드주와 체결한 것. 포스코가 진출하는 오리사주와 이웃한 자르칸드주는 철광석 매장량이 인도에서 가장 풍부한 곳이나 내륙에 위치해 있어 내륙 운송을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미탈스틸은 원료 철광석뿐 아니라 석탄에 대한 개발권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회장인 락슈미 미탈이 인도계 영국인이라 그런지 별다른 언론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인도의 최대 철강업체인 타타스틸 역시 신규 건설이나 인수 등을 통해 생산량 확대에 나선다. 타타스틸은 규모면에서 업계 50위 수준이지만 순수 인도 자본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인도의 자존심이다. 인도 철강 시장을 좌우할 만큼의 영향력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타타스틸 역시 포스코 프로젝트로 심기가 불편하다.

    인프라 산업에 준하는 세제 혜택

    타타스틸은 잠셰드푸르 지역의 제철소에서 연간 500만t을 생산하고 있으나 이를 두 배로 늘리고 자르칸드주에 제2 제철소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 제철소 역시 1200만t 규모인데 타타스틸은 9월 자르칸드 주정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외에도 타타스틸은 오리사주와 차티스가르주에도 각각 300만t, 600만t 규모의 제철소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냇스틸을 인수해 해외 진출을 시작한 타타스틸은 다른 아시아 지역의 제철사를 인수해 10년 후 연산 2500만t, 2050년까지 연산 3300만t 규모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인도 제철소 전쟁 “앗 뜨거워”

    포스코의 인도 제철소가 지어질 지역인 오리사주 해안의 파라딥은 세계 철강의 허브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이렇게 인도 국내외 철강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사업 계획을 발표하자 여론은 오히려 잠잠해졌다. 8월 말 포스코 인디아의 발족과 함께 시작된 포스코의 적극적인 언론사 설득 작전도 물론 주효했다. 그로 인해 9월부터는 오히려 분위기가 반전됐고, 인도 중앙정부는 대형 광산 투자자들에게는 희소식이라 할 수 있는 개발 지연 해소책도 발표했다.

    인도 국가 철강정책위는 인도 내 철강산업에도 여타 인프라 산업에 준하는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 진출 초기 외국 자본에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여론의 의구심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이 의구심을 해소하며 인도 내 철강업계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문제는 인도에서 벌어지는 제철소 전쟁이 필연적으로 공급 과잉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들의 계획대로 제철소가 완공되면 인도의 철강 생산은 연간 7500만t 이상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생산량의 유연성이 적은 업종 특성상 철강 가격은 떨어질 것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미래는 대처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역사의 법칙은 여기서도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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