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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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장일찬 기자 돕기 훈훈한 온정 행렬

  • 이나리 기자

    입력2005-10-31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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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장일찬 기자 돕기 훈훈한 온정 행렬
    10월5일, 동아일보사 사내인터넷망에 글 하나가 떴다. ‘장일찬 기자를 기억하십니까?’란 제목의 이 글은 편집국 사회부 부산 주재 석동빈(38) 기자가 쓴 것이었다. 석 기자에게 사연을 들어봤다.

    “장 기자는 제 2년 선배입니다. 부산지사에서 함께 근무했는데 의기와 열정이 넘기는 천생 기자였죠. 늘 양쪽으로 쩍 벌어지는 ‘대학생 가방’을 들고 다녀 ‘장가방’이란 별명으로 불리곤 했어요.”

    장 기자는 95년 3월 교통사고로 32년의 짧은 삶을 마감했다. 임신 9개월째인 아내 이명희 씨와 세 살배기 아들을 남긴 채였다. 그리고 10년, 바쁜 일상에 치여 그를 거의 잊어갈 때쯤 석 기자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고교 교사 생활을 하며 어렵게 두 아이를 키워왔던 아내 이 씨마저 2004년 6월 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 4학년인 아들과 딸은 외삼촌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이 씨가 애들 양육비를 축내지 않기 위해 치료를 포기하고 숨져갔단 사실이 특히 가슴 아팠어요. 이대로 있을 순 없다 싶어 몇몇 동료들과 의논해 사내인터넷망에 글을 띄웠죠. 단돈 얼마라도 아버지 옛 동료들의 사랑과 안타까움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어서요.”

    ‘기껏해야 100만~200만원일 것’이라던 석 기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글이 뜬 첫날 장 기자와 일면식도 없는 후배 여기자가 20만원을 보내온 것을 시작으로 10만원, 50만원, 심지어 100만원의 ‘뭉칫돈’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10월19일 결산을 해보니 무려 1300만원이나 됐다. 동아일보 직원 135명이 동참한 결과였다.



    “다른 신문사 기자들한테 말하니 ‘요즘 동아일보 사정 좋은가 보다’고들 해요. 하지만 우리가 더 잘 알죠. 축의금 봉투에 3만원 넣기도 빠듯한 게 요즘 월급쟁이 살림이잖아요. 그래서 더 행복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제 가족에겐 저 말고도 동아일보라는 또 하나의 든든한 울타리가 있음을 알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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