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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ㅣ울부짖는 아시아

“우르릉 5~6m 살인 파도… 기억하기 싫은 악몽”

쓰나미 피해 푸껫 귀환자들 … “죽고, 다치고, 살려달라 아우성, 아비규환 지옥이 그곳”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우르릉 5~6m 살인 파도… 기억하기 싫은 악몽”

“우르릉 5~6m 살인 파도…   기억하기 싫은 악몽”

인도 남부지역인 타밀 나두주(州)의 해안가에서 시신을 옮기는 사람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한다는 태국의 세계적 휴양지 푸껫과 피피섬. 인도양을 등진 잔잔한 해안이 천혜의 자연지형과 조화를 이루며 가족 단위나 신혼부부 여행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어왔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특히 푸껫에서 남동쪽으로 20km 떨어진 곳에 있는 피피섬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더 비치’의 배경이 되면서 ‘지상낙원’으로 인식됐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던 여행객들이 평화로이 해안을 거닐던 2004년 12월26일 오전 9시30분(현지시각), 지상낙원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약 1시간 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쪽 40km의 바다 밑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한 것이다. 순식간에 천국은 쓰나미(thunami·지진 해일)가 덮치면서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돌변했고, 인근 주변국들의 피해를 합하면 사상자는 10여만명을 넘어 계속 늘어나고 있다.

12월27일과 28일 푸껫발 대한항공 KE638편으로 인천공항에 돌아온 이들이 전하는 푸껫 상황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이성석(36·가족여행)

“가족 모두가 수영할 줄 알아 극적으로 탈출”




“까따 해변에서 아내와 여덟 살, 열 살 아들 둘과 놀고 있었다. 그런데 5m가 넘는 파도가 순식간에 해변을 덮쳤다. 우리 가족은 모두 물에 휩쓸려 허우적댔는데, 다행히 아이들은 파라솔 위에 매달려 있어 유럽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구해주었다. 가족 모두 수영을 잘했기 때문에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 같다. 정말 그 순간은 생각도 하기 싫다. 그때 까따 해변에만 400여명의 유럽과 동양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중 20~30명은 그대로 파도에 휩쓸려 가버린 것 같다.”

이은주(35ㆍ가족여행)

“호텔 1층까지 몸이 붕 떠서 이동”


“가족이 모두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9시30분쯤 까따 해변으로 나왔다. 처음에는 바닷물이 마치 수영장처럼 잠잠했다. 그러다 갑자기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더니 밀물에서 썰물로 썰물에서 밀물로 바뀌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빠져나가는 물의 양과 들어오는 물의 양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짐작조차 못하고 물이 빠져나간 해변을 게 잡으러 돌아다녔다.

그러기를 10여분. 갑자기 물이 또 쑥 빠져나갔다. 원래 백사장의 길이는 150m 정도였는데 갑자기 물이 빠져나가면서 300~400m 정도가 되었 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돌아서 해변 쪽으로 나오는데 갑자기 물이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들어온 물에 몸이 붕 뜨더니 2m 높이의 호텔 1층까지 이동했다. 아이들 생각에 뒤를 돌아보니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그야말로 망망대해였다. 미친 듯이 아이들 이름을 부르다가 해변 쪽으로 휩쓸려 나왔고, 옆을 보니 다행히 아이들이 밀려 휩쓸려 해변 쪽으로 나와 있는 상태였다. 애들 아빠는 유리 때문인지 오른쪽 허벅지가 10cm 정도 찢어졌다. 그 길로 호텔 5층으로 뛰어올라가 치료를 받고 호텔 뒤쪽에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우르릉 5~6m 살인 파도…   기억하기 싫은 악몽”

12월30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한 한국인 부상자.

박진환(36ㆍ헬로타이 여행사 사장)

“해일 빠져나가자 부상자들 신음”


“9시30분쯤 바뚱해변은 조용했는데 물이 30초간 20m 정도 빠져나가다가 갑자기 올라오며 엄청난 해일로 변했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이라 많은 사람들이 해변에서 산책을 하거나 안마를 받고 있었는데 6m의 해일이 덮친 것이다. 그러고는 다시 물이 빠졌다 들어오기를 두세 번, 첫 번째 해일에서 세 번째 해일이 오기 까지는 약 30분의 간격이 있었다. 이 물은 도로와 호텔을 덮쳤고 해변가에 있던 파라솔, 비치의자 등이 파편으로 떠다니고 제트스키, 오토바이, 차들이 사람들을 덮쳤다. 40분 정도 지나 세 번째 해일이 빠져나가자 거리에 팔다리가 잘려나간 사람들이 신음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떤 호텔은 손님들을 놔두고 종업원들이 도망을 가 피해가 더 크기도 했다. 부상한 사람들은 헬기와 앰뷸런스, 경찰차로 후송됐다. 오후 1시 정도까지 바뚱해변 안으로 통하는 길은 모두 막혀 있었고 움직일 차도 없었다. 푸껫에서만 수백명이 사망했다는데, 내가 있을 때만 해도 시체가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문정희(46)

“쉥 하는 소리 … 외국인 여자 200m 산등성이로”


“머린해변 호텔에 투숙하고 있었는데, 오전 8시경 커피잔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고, 호텔 측에서도 대피시키거나 하지 않았다. 아침식사를 하고 호텔 3층 방으로 올라와 바닷가를 보려고 베란다에 나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행기가 지나가는 듯한 ‘쉥’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해변에서 5~6m 높이의 파도가 밀려왔다. 남편과 함께 급히 호텔 옥상으로 대피해 바깥을 보니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있던 한 외국인 여자가 파도에 휩쓸려 200m 정도 뒤의 산에 내동댕이쳐졌다. 그외에도 다리가 부러진 사람, 찢긴 사람 등 많았다. 나중에 호텔방으로 와서 보니 베란다 유리창도 깨지고 3층에까지 물이 들어왔다.”

박서진(25·하나투어 여행사 직원)

“다리 찢기고 얼굴 찢기고…”

“푸껫 까따비치 쪽 오키드 아시아 호텔에 묵었다. 어제 아침, 바닷가를 가려다 안 가고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데 10시쯤 ‘펑’ 하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해변에서 태국 사람들이 울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골목에 마사지 가게 등이 죽 늘어서 있는데 건물들이 다 뒤집어져 있었고 해변 전체에 흙탕물이 가득했다. 해변가에 있는 호텔 1층은 물이 다 들어차 있고 내부 시설이 모두 다 부서졌다. 까따비치 쪽에는 300명이 넘는 유럽 사람들이 있었는데 근처 건물과 호텔에서 깨져 나온 유리나 나무조각이 해변에 널려 있어 그걸 밟고 나가다 발이나 다리가 찢긴 외국인들이 많았다. 얼굴이 찢어진 사람도 있었다.”

“우르릉 5~6m 살인 파도…   기억하기 싫은 악몽”
박옥경(40ㆍ가족여행)

“멀찌감치 구경하던 한 동양인 떠내려가고…”


“오전 9시경 화장실에 있는데 진동이 느껴졌다. 유리창이 흔들리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설마 지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오전 10시경, 까말라베이 식당에서 아침밥을 먹고 있었는데 식당으로 물이 들어왔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발목까지 찼다. 식당 안 사람들 모두 영문을 모르고 밖을 내다 보니 파도가 밀려왔고, 곧 도로 전체가 물에 잠겼다. 10분쯤 지나 숙소로 옮겨 발을 씻고 있는데 갑자기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야자수보다 높은 파도가 덮쳤다. 해변으로부터 2m 높이에 있던 도로가 완전히 물에 잠겼고 버스가 떠다닐 정도였다. 멀리 도로 쪽에서 해변을 구경하고 있던 한 동양인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그 후로도 물이 호텔 3층에까지 차오르자 짐이며 여권을 내버려두고 아이들과 함께 옥상으로 올라갔다. 원래 오전 10시쯤 방을 나설 예정이었는데 그때 바로 나왔다면 아마 죽었을 것이다. 옥상에서 아래를 보니 해변 쪽으로 서 있던 차 100여대와 큰 배가 종이조각처럼 둥둥 떠다녔다. 부상자들은 모두 유리 등 날카로운 물건에 찔린 듯했다. 오후 3시까지 기다리다 물이 빠져서 내려왔는데 크리스마스를 맞아 번화하던 거리가 폐허로 돌변했다. 건물 1층은 폭격을 맞은 듯 앙상한 벽만 남아 있었고 버스와 오토바이 배 등은 누가 밟은 깡통처럼 찌그러진 채 건물 벽 쪽으로 쓸려가 있었다.”







주간동아 2005.01.11 468호 (p40~43)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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