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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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최대 검색어’는 2004년의 얼굴

  • 디지털 경제칼럼니스트 woody01@lycos.co.kr

    입력2004-12-23 1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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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면 여러 분야에서 ‘톱 10’을 선정하는 것이 연례행사다. 주로 연예계를 중심으로 ‘10대 가수왕’이나 탤런트의 인기를 꼽는 ‘연기대상’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 언론매체들도 ‘10대 국내사건’과 ‘10대 세계뉴스’를 선정하느라 바쁘다. 기록이 몸값을 좌우하는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도 ‘최다 안타’ ‘최다 승리’ ‘최다 관중동원’ 등 가장 많고, 가장 높은 기록이 힘을 발휘한다.

    인터넷 검색이 일상생활로 자리잡은 요즘 사이버 공간에서도 ‘10대 최다 검색어’를 발표하고 있다. 누리꾼(네티즌)들이 어떤 단어를 가장 많이 검색했는지가 그해 사회적 이슈와 트렌드를 밝혀보는 데 중요한 열쇠말(키워드)이 됨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메리엄 웹스터는 2004년 미국 최다 검색어로 ‘블로그(blog)’를 선정했다. 영어사전의 이름으로 유명한 오프라인 출판사의 이름과 온라인에서의 검색어를 나란히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과거엔 단어의 의미를 찾을 때 ‘사전’을 보았는데, 기존 종이사전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용어들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포털 사이트 다음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4년 최다 검색어는 1위가 ‘아르바이트’였고, 2위가 ‘로또’였다고 한다. 너무나 익숙하기도 한 이 두 단어를 보며 그 이면의 ‘청년실업’의 고충과 ‘일확천금’ 혹은 ‘인생대역전’의 금전적 성공에 목매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씁쓸하기조차 하다. 아니나 다를까, ‘취업’이 8위에 올라 있는데, 이 단어를 검색창에 집어넣고 엔터 키를 누르는 예비 사회인들과 실업자들의 착잡한 심경에 감정이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10위까지의 검색어를 보며 분석된 또 한 가지 현상은 ‘철도청(주말여행)’과 ‘반신욕’에 근거해 ‘웰빙문화’에 대한 관심이 언급된다. 단순화할 수는 없지만 인기 검색어 차원을 넘어서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10위 안에도 새로 출시된 게임이나 연예인, 아테네올릭픽 등에서 보이듯 그해의 흥행 뉴스에 누리꾼이 몰리는 경향은 흘러가는 유행과 같다. 주간 인기 검색어의 동향을 봐도 그렇다.

    하지만 올 초 ‘탄핵’이 검색어 1위를 차지했던 시간도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리는 검색어 순위의 표면이 아니라 이면을 보아야 한다. ‘자넷 잭슨의 가슴이 9·11을 앞섰다’라는 선정적인 외신이 보인다.



    인터넷 검색에서 슈퍼볼게임 하프타임에 생긴 팝가수 자넷 잭슨의 가슴 노출 사건이 적어도 누리꾼의 주목이라는 통계적 비중으로는 9·11과 같았다는, 우습기도 하고 한탄스럽기도 한 패러독스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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