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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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로 TV를 시청하는 시대

  • 디지털 경제칼럼니스트 woody01@lycos.co.kr

    입력2004-12-10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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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비전의 발명과 보급은 20세기 중반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미국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격돌한 공화당의 닉슨과 민주당의 케네디가 최초로 벌인 TV 토론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미디어 학자들은 이 사건을 TV 시대가 열리게 된 주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선거와 정치에서뿐이랴. 현대인의 일상생활에서 TV와 그 영향을 빼놓는다면 삶의 화제들이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며, 대중매체의 영향은 크게 줄어들고 적지 않은 혼란의 파장으로 온 사회가 출렁일 것이다.

    식자들은 TV를 ‘바보상자’라 비난하고, 나아가 플루서 같은 유럽의 사상가는 ‘악의 상자’라고까지 주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한 소시민, 삶의 즐거움이 별로 없는 주부, 청소년들은 모두 자기 시간대만 되면 곡면이든 평면이든 브라운관 앞에 자리잡고 최면에 빠져드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그것이 허구이냐 진실이냐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뻔한 신데렐라 얘기의 온갖 변형인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보는 현실이니 시청자들은 이미 알면서도 속고, 자신의 욕망을 반대로 TV 속에 투사하고 있는 것이다.

    IT(정보기술) 혁명 이후 정보화의 가장 중요한 수단인 PC와 가전산업의 총아인 TV를 결합하고자 하는 시도는 중요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TV가 컴퓨터에 편입될 것이냐, 아니면 TV의 장점에 전자네트워크 기능을 끼워넣은 인터넷 TV가 주류가 될 것인가. 그런데 이 판에 새로운 돌연변이가 출현했다. 어느 장소이든 이동하면서 TV를 시청할 수 있는 휴대전화가 상용화된 것이다.

    이미 오래 전 일본 제품을 중심으로 야외 시청이 가능한 초미니 TV가 시판돼 잠시 인기를 끄는 듯하다 컬러와 고화질 시대로 오면서 대형화되는 PDP 경쟁 속에 사라져갔다. 하지만 휴대전화와 TV의 결합도 이미 놀랄 뉴스는 아니다. 최근 무선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동영상 서비스가 진행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인의 머릿속에 가장 강력한 매체로 자리잡은 지상파 TV의 대자본과 결합된 일반 콘텐츠(특화 콘텐츠와 대비되는 의미로서)가 주머니 속에 담겨 발목까지를 붙든다면 개인생활의 양식에 미치는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바보상자가 더더욱 개인의 내밀한 삶에 침투하여 우민화 사회로 나아가게 할까, 아니면 방송과 통신의 장점이 결합해 삶의 질을 높이게 될까. 2006년 독일월드컵 때는 사람들이 건물 안이나 길거리에 멈춰 서서 휴대전화를 들고 축구경기를 시청하는 새로운 모습이 일상화될지 모르겠다. 이 새로운 매체의 출현은 두고두고 연구해볼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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