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송과정에서 스팸메일로 분류돼 사용자에게 도착하지 않는 메일이 늘고 있어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취업준비생 김모씨는 최근 황당한 사건을 경험했다.
얼마 전 한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시험에 응시한 김씨는 e메일로 통지되는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예고된 날이 지나도록 메일이 도착하지 않아 낙담하고 있었는데, 며칠 뒤 기업 인사 관계자에게서 “면접전형을 포기하는 것이냐”는 전화가 걸려온 것. 너무 놀라 경위를 확인해보니 지원한 회사의 인사담당자는 e메일로 합격 사실을 통지했으나, 김씨의 메일 계정을 운영하는 포털업체가 통지 메일을 등록되지 않은 사용자로부터의 대량메일, 즉 스팸(spam)으로 간주해 차단해버린 것이다.
김씨의 항의에 해당 기업 인사담당자는 말 못할 고충을 털어놨다. 채용 때마다 수천명의 지원자에게 전화통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여러모로 번거로워 e메일로 통지해왔는데, 최근 단체로 보낸 메일이 스팸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이루 말할 수 없는 홍역을 치른다고 한다.
외국 주요 e메일은 배달 거부 기능 없어
최근 e메일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짐에 따라 이 같은 해프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드시 ‘대량메일=스팸’이 아님에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 문제는 잘 알려진 대로 e메일을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는 스팸메일 때문인데, 최근 더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은 포털업체들의 스팸 차단을 위한 노력이 정상적인 의사소통까지 방해한다는 데 있다.
심지어는 ‘키워드’를 검색해 스팸으로 분류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용자들의 곤혹스러움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광고대행사나 홍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고객에게 중요한 업무 메일을 발송할 때 제목이나 본문에 ‘광고’나 ‘홍보’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포털 메일계정에서는 상업성 단어가 들어 있는 메일을 스팸으로 인식해 배달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 주요 포털업체는 e메일을 주요 서비스 가운데 하나로 제공한다. 그런데 2002년 4월, ‘다음’에서 스팸메일을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온라인우표제’를 시행, 하루 1000통 넘게 메일을 보낼 때는 사전에 메일 발송자의 IP를 등록해야만 메일이 전달되게 했다. 이는 광고성 메일일 경우 발송 메일 수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의지인 것. 이 정책으로 다수의 온라인 동호회나 쇼핑몰 등에서는 회원들이 ‘다음’의 메일 주소(한메일)를 사용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다른 포털들의 스팸메일 정책도 요금을 청구하지만 않았을 뿐 다음과 대동소이한 수준에서 메일 발송을 제한하고 있다. 네이버와 네이트의 경우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IP(information provider·정보를 수집 가공하여 통신망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람 또는 기관)에서 메일을 하루에 1000통 이상, 시간당 100통 넘게 발송할 경우 자동으로 해당 IP를 차단한다. 물론 사업자등록증 및 차단해제 요청서를 제출하면 규제가 풀리지만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면 어김없이 철퇴가 내려진다. 결국 이 같은 무차별적인 스팸 차단정책으로 인해 받아야 할 메일을 정작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어떤 e메일이 스팸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일을 사용자가 아닌 비인격체인 컴퓨터가 수행하는 현실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자칫 소중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외국의 주요 e메일 업체들은 중앙시스템에서 배달을 거부하는 기능을 사용하지 않게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제공하는 Hotmail이나 야후, 그리고 아직은 베타서비스이지만 1G(기가) 용량을 제공하는 Gmail 등은 스팸으로 의심되는 메일이 도착할 경우 사용자의 ‘스팸메일함’에 자동 분류해주고 삭제 여부는 사용자가 결정할 수 있게 한다. 더불어 특정 키워드나 발신자, 수신자 등에 따른 세부적인 자동 분류설정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곳도 늘고 있다.
인터넷이 확산된 이후 e메일은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떠올랐다. 서비스가 공짜라는 이유로 인해 e메일의 취사선택 권리를 포털업체의 중앙시스템에 빼앗긴 셈이지만, 점차 그 권리를 소비자가 되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포털 운영자들은 과도한 스팸 규제정책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들이 계속 발생할 경우 e메일 자체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스팸이라도 정확하게 도착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