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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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지금 ‘5107 작전 중’!

디지털 정당으로의 본격 변신 시도 … “젊은층 사로잡고 보수층은 엮어라”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11-25 1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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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은 지금 ‘5107 작전 중’!

    9월9일 국가보안법과 관련 한나라 당사에서 기자회견 중인 박근혜 대표.

    앞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만나고 싶은 당원들이나 당 사무처 인사들이 있다면 제대로 된 ‘모니터’부터 마련해야 될 것 같다. 당소속 의원을 비롯한 측근들도 마찬가지. 박 대표가 당원과의 만남은 물론 회의와 정책토론 등 모든 정치적 활동을 모니터 속으로 집중시키는, 이른바 ‘한나라당의 디지털화’를 선도해나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모니터 속으로 들어가 온라인 정치에 몰입하는 것은 올 5월 작성된 ‘프로젝트 5107’의 추진을 의미한다. 프로젝트 5107은 ‘2007년 대선에서 51%의 지지를 얻어 승리한다’는 한나라당의 대선 전략.

    박 대표는 11월4일 이 보고서를 작성했던 황인태 서울디지털대 부총장을 디지털 특보로 임명했다. 황 특보는 이와 관련 “한나라당과 보수세력 진영을 하나로 묶는 구상을 하고 있다”며 “그 실천적 수단이 모니터로의 집중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프로젝트 5107’을 기획한 황 특보를 중용한 것은 한나라당이 본격적으로 디지털 정당으로 변화하기 위한 절차 밟기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은 지금 ‘5107 작전 중’!

    2004년 5월 작성된 ‘Project 5107’.

    여당 비해 네트워크 열세 ‘발등의 불’

    최근 ‘주간동아’가 입수한 ‘프로젝트 5107’(A4용지 17장)에 따르면 “밭(보수층)이 좋고 두께가 훨씬 두터운 환경을 감안하면 2007년 선거에서는 디지털 한나라당이 이길 수 있다”고 한다. 대외비로 분류된 이 보고서는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는 침묵하는 다수는 이제 영향력이 없다”며 5만여명의 노사모가 어떻게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는지를 통해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5만명의 노사모가 인터넷 이동전화 같은 디지털로 5만의 제곱(25억명)에 해당하는 엄청난 커뮤니케이션 승수효과를 만들어낸 것이 결정적 승인이라는 것.

    황 특보는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한나라당의 인터넷 네트워크 환경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지뷰(시장점유율)를 보면 민노당 40%, 우리당 30%, 한나라당 16%이며 누리꾼(네티즌)의 1일 방문자 수도 민노당 1만6000명, 우리당 1만4000명, 한나라당 1만명으로 한나라당이 열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있을 인터넷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 “홈페이지의 콘텐츠 부족과 조직화되지 않은 보수세력의 특성이 한나라당의 인터넷 시장점유율을 떨어뜨리고 있지만 1년 정도면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진영과 노무현 후보 진영의 디지털에 대한 문화적·심리적 접근 상태도 분석했다. 조직과 정보, 사람, 돈 등이 모두 비슷한 조건이었지만 디지털 활용 기술과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DB)가 있던 노후보 측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게 그의 분석. 이것이 결국 승부를 가른 분수령이었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5107 작전 중’!

    11월17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연기금 활용 문제와 관련, 국회 대표실에서 최고중진 연석회의를 하고 있다.

    황 특보는 앞으로 진보시대가 10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이 뛰어나고 희생을 하면서 키워온 조직력 등이 진보 10년의 원동력. 황 특보는 5월 작성한 보고서에서 참여정부의 출범을 소득 8000~1만 달러 시대인, 70년대 학생 노동자 지식인 등이 중심이 된 좌파집권 시대의 유럽을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당시 유럽은 이 과정을 거쳐 신보수 세력이 등장, 집권했고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말한 “20년 집권 가능한 구조를 만들겠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했다. 돈과 조직, 권력, 정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우리당이 디지털 문화와의 접목에만 성공하면 당분간 난공불락의 세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보고서는 우리당과 구성원들이 문화계를 장악해 20, 30대의 주요 관심사인 재미(fun)를 제공하는 기술이 탁월해 한나라당과의 디지털 전쟁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선 것으로 평가했다. 디지털 기술과 문화를 활용하는 정치 등의 이벤트에 뛰어나다는 것.

    황 특보는 이런 인식 아래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과 방법을 모색했다. 보고서는 우선 “밭(보수세력)이 좋다”고 지적했다. 보수층의 두께가 진보진영보다 훨씬 두텁다는 것. 문제는 네트워크. “두텁지만 하나의 점을 선으로 면으로 엮지 못할 경우 침묵하는 다수는 조직화된 소수에게 제압당한다는 것이 황 특보의 분석이다. 황 특보는 97년과 2002년 대선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황 특보는 2002년 대선과 올 4월 총선에서 보여준 유권자들의 선택 이면에 숨겨진 2인치 속에 대선 승리의 가능성이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당시 유권자들은 구체제(앙시앵레짐)의 타파를 부르짖는 노무현 후보와 우리당 외침에 동의 동참했다. 그러나 우리당이나 민노당이 제시하는 새로운 사회의 모습에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더구나 경기둔화로 인한 경기침체, 빈곤층 양산, 청년실업 등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각종 악재가 집권 여당을 엄청나게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흐름 때문에 ‘10년 진보시대는 단축될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

    박근혜 대표, 프로젝트 5107 전폭 지원

    황 특보는 이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정당화를 위한 세부 지침도 제시했다. 황 특보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콘텐츠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점을 주목한다. 읽기보다 보는 데 익숙한 젊은층의 정서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인 개개인을 스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황 특보는 정치인들의 스타화를 위한 수단으로 출신지역, 용모, 성, 나이, 가족·친구관계, 취미 등 정치인의 모든 것을 콘텐츠에 담아 모니터 속에 집어넣으라고 충고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인지도와 친밀감이 높아진다는 것. 딱딱한 정책문제는 이후 제기해야 거부감이 덜하다는 게 황 특보의 판단이다.

    황 특보는 선거구의 디지털화 작업도 더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한 선거구당 5000명의 DB를 구축, 궁극적으로 120만명의 DB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원넷, 당직자넷, 보좌진넷, 당원넷 등 각종 인트라넷(intranet) 등의 구성도 필수요소. 이를 통해 온라인에서 주도적으로 여론을 조성, 이슈 선점이 가능하다는 것.

    황 특보는 보고서에서 “지구당 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에 디지털 방식이 아니면 지구당을 관리할 대안이 없다는 현실적 제약요인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선택된 모든 것은 ‘모니터’로 집중돼 새로운 콘텐츠로 거듭나 유권자들에게 선보여야 한다는 것.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프로젝트 5107’의 최대 지원자는 박근혜 대표. 박 대표는 황 특보의 보고서를 본 뒤 “한나라당의 향후 성패는 감성이 담긴 인간 중심의 디지털 정당화를 통해 국민 속으로 파고들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황 특보를 발탁한 이유는 ‘디지털로 가자’는 암시인 셈.

    황 특보는 “한나라당의 디지털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색깔별로 갈라진 방송과 언론 환경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사이버 공간이라는 것이 황 특보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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