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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10월 자라섬에 내리쬘 열대의 태양

브라질 음악의 전설 카에타누 벨로주 첫 내한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10월 자라섬에 내리쬘 열대의 태양

10월 자라섬에 내리쬘 열대의 태양

10월 처음 내한하는 브라질의 전설적 음악가 카에타누 벨로주. [사진 출처 ·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라인업이 발표됐을 때 흥분한 건 재즈팬만이 아닐 것이다. 토요일(2일) 공연의 헤드라이너로 카에타누 벨로주(Caetano Velosu)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첫 내한이다. 다른 쟁쟁한 뮤지션도 많지만 특히 벨로주의 이름이 반가운 건 그의 음악이 가진 대체 불가능한 매력 때문이다.

한국에서 그의 이름이 처음 알려진 건 1997년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에 ‘Cucurrucucu Paloma’가 쓰이면서부터다. 대중에게 브라질 음악이라고는 고작해야 ‘Girl from Ipanema’가 전부이던 시절, 보사노바도 아니고 삼바도 아닌 이 서늘한 멜로디에 음악 팬은 조금씩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노래는 2002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에 다시 쓰이며 좀 더 많은 이에게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월드 뮤직’이라 부르는 비영어권 음악에 대한 관심이 솟구쳤고, 이 흐름과 맞물려 벨로주의 노래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사랑받기 시작했다. 심지어 버스에서 틀어놓는 대중적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나왔을 정도니, 세기말과 세기 초 한국 풍경에 그의 목소리가 조금은 묻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지난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식에서 선보인 그의 공연에 대해 한국 중계진은 거의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세월이 무상하다.

1942년 브라질 바이아 주에서 태어난 벨로주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브라질의 밥 딜런’이다. 실제 그의 인생을 살펴보면 꽤 적절한 비유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지우베르투 지우(Gilberto Gil), 갈 코스타(Gal Costa) 등 후일 브라질 음악의 거장이 되는 동료를 만나며 음악을 시작한다. 삼바에 기초한 포크 성향의 음악을 하던 벨로주는 60년대 후반 브라질 포크에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삽입하며 논란에 휘말린다. 브라질 전통 음악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비슷한 시기 딜런이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를 도입하며 포크의 순수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기존 포크계의 반발에 부딪혔던 일화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딜런이 결국 포크의 외연을 확장하며 포크록을 탄생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벨로주 역시 브라질 전통 음악과 동시대 서구 록의 결합을 계속 시도해 ‘열대주의(Tropicalismo)’ 운동을 이끌게 된다. 이 음악 운동은 형식뿐 아니라 내용으로도 이어졌다. 당대 브라질의 혼란한 정국을 시적인 가사로 그려낸 것이다. 이 때문에 벨로주는 69년 지우와 함께 군사정부에 체포됐으며 석방 후 영국 런던으로 망명한다. 그 시기에도 그는 계속 음악 작업을 하며 ‘London, London’ 같은 명곡을 만들었고, 72년 브라질 군사정부의 몰락과 함께 귀국한 이후 브라질 민중음악의 기수이자 변혁의 상징, 브라질 음악의 중심 인물로 거듭났다.

그가 이제까지 발표한 앨범 수십 장에는 보사노바, 삼바 같은 브라질을 대표하는 장르는 물론 사이키델릭, 전위재즈, 하드록 등 다양한 사조가 시대에 따라 담겨 있다. 하지만 그 변화는 ‘벨로주 스타일’이라는 지표를 벗어나지 않고 흐른다. 요컨대 트렌드에 자신을 맞추는 게 아니라 굳건한 자신의 음악 세계에 조류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달콤하다고 하기엔 위태하고, 격정적이라고 하기엔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를 중심에 놓고 멜로디와 리듬, 사운드를 변주한다. 이런 그의 음악성을 잘 느낄 수 있는 2004년 작 ‘A Foreign Sound’는 팝 명곡을 특유의 스타일로 리메이크한 앨범이다. 리메이크는 잘해야 원곡 근처에 가기 마련이지만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은 어느 것 하나 원작에 뒤지지 않는다. 조지 거슈윈, 스티비 원더, 그리고 너바나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음악이 벨로주 스타일로 새롭게 해석되는 것이다.

몇몇 장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브라질 음악의 근간이자 셀주 폰세카, 세우 조르지 같은 후배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브라질 음악의 정수가 드디어 한국을 찾는다. 선선함을 넘어 서늘할 10월의 자라섬에 열대의 바람과 태양이 불고 내리쬘 것이다.








주간동아 2016.09.14 1055호 (p136~136)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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