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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공화국의 원리를 바탕으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확립된 이후 우리나라 역대 지도자는 다수 국민이 소망하는 것을 압축된 언어로 표현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보통사람의 시대’,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군정 종식’,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수평적 정권교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 청산’,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민성공시대’,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행복시대’ 등은 대통령선거(대선)를 치른 그해 다수 국민이 절실히 소망하는 바를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들이다. 이처럼 역대 대선에서는 더 많은 국민이 원하는 시대정신을 호소력 있게 전달한 후보가 국민의 지지를 통해 대통령직에 올랐다. 대선에서는 정치 세력 간 이합집산과도 같은 공학적 접근뿐 아니라 어느 정당, 어느 후보가 시대정신을 관통했느냐에 따라 국민의 선택이 달라진 셈이다.
국민행복시대와 ‘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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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안정이라는 두 화두에 대한 선호는 세대별, 지역별로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서울(44%), 경기·인천(46%), 대전·충청(44%)에서는 ‘개혁’ 응답이 높았다. 그에 비해 대구·경북(46%)과 광주·전라(45%) 등 여야 정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두 지역에서는 ‘개혁’보다 ‘안정’을 더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세대별로는 20대(53%), 30대(41%), 40대(52%) 등이 ‘개혁’을 선호한 반면, 60대 이상(48%)은 ‘안정’을 선호했다. 다만 내년 대선에 스윙보터 구실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50대에서는 ‘개혁’(38%)과 ‘안정’(36%)이 팽팽히 맞섰다. 다만 ‘개혁’ 선호가 좀 더 높게 나타난 것은 지난 10년간 보수정부가 지속된 것에 대한 피로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념 성향을 스스로 중도라고 밝힌 응답자층에서도 ‘개혁’(37%)이 ‘안정’(31%)보다 조금 앞섰다.
시장경제 33%, 민주주의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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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적 재분배’ 선호 응답이 평균 응답보다 높은 지역은 대전·충청(39%)밖에 없었다. 반면 그 외 모든 지역은 ‘계층적 재분배’를 더 선호했다. 이번 설문에서도 50대 여론은 ‘지역적 재분배’(29%)와 ‘계층적 재분배’(27%)가 팽팽히 맞섰다. 특이한 점은 좌파정책, 이념정책이라고 비판할 법도 한 60세 이상에서 ‘계층적 재분배’(27%) 선호가 전통적으로 익숙한 ‘지역적 재분배’(23%) 선호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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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를 선호한 계층은 지역별로는 대전·충청(34%)과 대구·경북(42%), 연령별로는 50대(38%), 이념별로는 중도(40%)와 보수층(33%)이 비교적 높았다. 반면 ‘민주주의’에 높은 응답률을 보인 계층은 진보층(31%)이 유일하다.
이번 조사 결과에 나타난 특징은 50대의 방황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개혁과 안정 사이에서, 그리고 지역 재분배 정책과 계층 재분배 정책 사이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 등 제도에 대한 불신도 여전히 높았다. 내년 대선에 각 정당과 후보는 그 어느 때 못지않게 ‘경제성장’과 ‘사회정의’ 같은 첨예한 이슈를 들고 나올 것이다. 이때 스윙보터가 될 50대는 바람이 디딘 자리, 바람이 굳게 선 자리에 피어나는 갈대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국가지도자의 통치 기반인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 수준이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보다 낮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경제성장’에 비해 ‘정치력’이 미약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과연 내년 대선에서는 어떤 리더십과 국가 발전 전략을 들고 나온 후보가 우리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