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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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의 사이버도시 문 연 ‘동성애 운동가’

  • < 황일도 기자 > shamora@donga.com

    입력2004-11-24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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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남의 사이버도시 문 연 ‘동성애 운동가’
    그곳에는 광장과 마을, 도서관과 방송국이 있다. 여성 동성애자들에게 여전히 척박하기만 한 이 땅을 벗어나 ‘사이버 스페이스에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자’는 슬로건으로 지난해 9월 출범한 LB시티(www.lbcity.com). 유감스럽지만 남자는 출입금지다. 몰래 들어갔다가 ‘거동 수상자’으로 신고되면 출동한 ‘경찰’에게 즉각 추방당한다.

    어느새 1만명 가까운 ‘시민’이 모여 맛집 정보부터 법률상담까지 주고받는 이 가상도시의 대표 이해솔씨(33). 여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이씨의 이름 석 자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씨는 지난 95년 국내 최초의 레즈비언 모임 ‘끼리끼리’의 회장을 지낸 동성애자 운동의 초창기 멤버.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신과 파트너가 살아가는 모습을 공개해 한국사회 전체에 커밍아웃하기도 했다.

    “LB시티는 언젠가 이루어질 레즈비언 도시에서의 공동생활을 미리 연습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우선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레즈비언의 문화를 만들고, 장차 오프라인 사업 확장을 통해 음악, 레저, 출판, 이벤트 등 다양한 레즈비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요.” 그동안 성 정체성이나 차별 철폐 같은 원론적 문제들을 고민했다면 이제는 삶의 세밀한 부분을 돌아볼 때가 되었다는 것이 이씨의 말이다.

    레즈비언 스타일로 먹고, 입고, 영화 보고, 전시회 구경가는 법을 만들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누구나 PD가 될 수 있는 방송국, 외국의 동성애 관련서적이나 기사를 번역, 게시하는 도서관 등은 모두 그를 위한 장치들.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닌데 각 분야를 맡아 신나게 일하고 있는 25명 가량의 직원들이 눈물겹게 고맙다고 이씨는 말한다.

    실제 레즈비언 도시를 만든다는 구상은 너무 현실성이 없어 보이지 않을까? 이씨가 가볍게 웃어 보인다. “계획이 있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많은 레즈비언들에게 LB시티가 매력적이었던 건 바로 그 꿈 같은 계획 때문이 아닐까요?” 꿈꾸는 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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