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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북한 저작물 베꼈다간 큰코다쳐!

北, 대외개방 대비 저작권법 승인 … 지적재산권 보호 발벗고 나서

북한 저작물 베꼈다간 큰코다쳐!

북한 저작물 베꼈다간 큰코다쳐!
지난 3월 국내 대학 교재 출판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대학 영문학 교재를 출판해 온 한 출판업자가 구속됨으로써 그동안 대학 교재용 원서(原書)를 관행으로 무단 복사-판매해 온 출판업계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미국출판협회(AAP)가 저작권 침해 혐의로 국내 출판사를 고소해 출판업자가 구속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지난 3월에는 처음으로 국내의 한 출판사가 북한과 판권 계약한 출판물을 무단 복제한 다른 출판사를 상대로 법원에 그 책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북한 당국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직접 국내 출판-음반-방송사들을 고소하는 저작권 분쟁이 봇물을 이룰 수도 있다. 북한 당국이 지적재산권 보호에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4월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한 제10기 최고인민회의 4차회의에서 올해 예산과 가공무역법 등 경제 관련 법률 3건을 승인했다. 최고인민회의가 이날 승인한 법안은 가공무역법, 갑문법, 저작권법으로 모두 대외 개방정책과 관련된 것이다.

저작권법은 북한의 저작권 보호가 일차적 목적이지만 다른 나라의 저작권도 보호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개방 확대에 대비한 사전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은 헌법과 형법 일부에 ‘저작권과 발명권은 법적으로 보호한다’고 규정하였을 뿐 하부규정이 없어 실질적인 저작권 보호가 이뤄지는지는 회의적이었다. 통일부 정보분석국 등 관련 당국에 따르면, 아직 저작권법의 구체적 내용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이것이 대외용이라면 남한에도 적용함을 의미한다. 즉 국제적으로 지적재산권의 ‘해적판 천국’으로 알려진 한국에서도 이제는 북한 저작권을 무단 도용하는 일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시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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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한에서의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한 관심을 밖으로 처음 내비친 것은 지난 99년. 북한의 조선음악가동맹 중앙위원회(위원장 성동춘)는 같은 해 7월5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해 북한 작사가-작곡가-가수들이 지었거나 부른 가요들을 남한 당국이 왜곡-도용하였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바 있다. 당시 북한이 문제삼은 곡은 작사가 조명암(본명 조영출)의 ‘알뜰한 당신’ 등 500곡, 작사가 박영호의 ‘번지 없는 주막’ 등 108곡을 비롯해 모두 1000여 곡에 달했다.

또 최근에는 북한 영화와 관련한 국내의 판권 분쟁에 북한 당국이 직접 ‘개입’해 분쟁 당사자 일방의 판권 소유관계를 ‘공증’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는 조정판결을 해 관심을 끈다. 이 소송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인 IMS(아이엠시스템·대표 양경숙)가 중국 선양시의 고려민족문화연구원을 통해 조선영화수출입사와 15년 간의 판권계약을 맺고 입수한 ‘온달전’ 등 예술영화를 MBC가 또 다른 판권 계약자인 SN21엔터프라이즈(대표 김보애)에게서 사들여 방영한 데서 비롯하였다. SN21은 조선영화수출입사와 7년간의 저작권 계약을 맺은 일본의 서해무역에게서 이 영화의 비디오테이프를 입수해 MBC에 TV 방영권을 팔았다. 1심 재판부는 IMS가 북한 영화 ‘온달전’에 대한 판권을 주장하며 SN21과 MB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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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심 재판부(서울고법 제4민사부)는 최근 북한 저작권 양수와 관련한 이 사건의 피고가 원고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임의조정’ 판결을 내려 사실상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1심 결과를 뒤집은 결정적인 근거는 조선영화수출입사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평양시 공증소’가 공증한 확인서였다. 양경숙 대표는 “1심에서는 피고측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자료가 없어 법정에서 반박하기가 어려웠는데, 지난 1월 조선영화수출입사가 일본 서해무역과의 계약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확인서를 써주어 이를 법정에 입증자료로 제출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이 그동안 북한 교예단 초청공연 등 남북교류협력사업을 활발하게 해온 SN21 대신에 영세업체인 IMS의 손을 들어준 것도 이채롭다. 사업상의 ‘친분관계’보다는 ‘법대로’ 했기 때문이다. 또 우리 사법부가 북한 당국이 공증한 문건을 법정 입증자료로 인정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남한 출판사들이 지난해부터 처음으로 북한 저작물의 저작권자들과 공식계약을 맺어 출판물을 간행한 것도 이와 같은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이를테면 지난해 10월에는 북한 사회과학원이 엮은 ‘야담삼천리’(현암사 발행)라는 책을 남북한 최초의 공식 저작권 협약으로 남북한에서 동시 출간하였다. 현암사 형난옥 주간은 “재독 교포단체인 민족통일여성위원회(위원장 이지숙)가 먼저 북한 사회과학원에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책의 남북한 동시 출판을 제안해 계약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암사와 사회과학원은 이지숙 위원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판권 계약을 맺고 이 책을 출판한 뒤에 지난해 10월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 양측이 만나 출간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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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푸른숲은 지난해 6월 최초로 북한의 저자와 직접 출판계약을 맺고 ‘북한 향토사학자가 쓴 개성 이야기’라는 책을 발간해 화제가 되었다. 이 책은 본디 저자인 송경록씨가 남한에서 출간할 목적으로 쓴 것이 아니었다. 이 책은 개성을 방문한 재미교포 전순태씨가 우연히 송씨의 원고를 보고 남한 내 출판을 권유해 이뤄졌다. 푸른숲의 선완규 팀장은 “통일부의 권유에 따라 원고매절 방식으로 200만원에 계약해 전씨를 통해 인세를 송금했다”고 밝혔다. 인세계약을 할 경우 북한에 있는 필자에게 판매량에 따라 그때그때 송금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개성 이야기’ 출판에서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이 책과 관련해 필자의 저작물에 대한 재산권을 인정했는지의 여부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지적재산권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선완규 팀장은 “남한에서의 출판 경위와 관련해 필자가 몇 차례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필자에게 송금한 인세를 북한 당국이 압수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적 재산권의 사적 소유를 묵인해주었다는 점에서 사유재산에 대한 북한 당국의 조심스러운 변화를 암시한다.

북한 저작물 베꼈다간 큰코다쳐!
지난해 10월 북한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처음으로 참여해 그곳에서 남북이 출판교류 문제를 협의한 것도 의미 있는 변화이다. 그곳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 나춘호 회장과 조선출판물수출입사 리용 사장은 △출판물의 합작생산 △저작권의 상호교류 및 집단관리 △도서전시회 교환 개최 △남북한 언어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논의 및 각종 출판 관련 사항(ISBN, ISSN) 방안 등을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나춘호 회장은 “북한측 반응이 매우 좋았으나 당의 비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저작권 관리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저작권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 간의 저작물 보호를 위한 합의서를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북한이 가입한 국제조약은 세계지적소유권기구(WIPO) 하나뿐이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최경수 연구실장은 “북한 저작권이 보호받으려면 다자간 조약체제에 북한이 편입하거나 남한과 양자간 특별협정을 체결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북한에 다자간 조약 체제에 편입해 조약상의 의무를 이행할 준비가 아직 미흡하기 때문에 일단은 남북한 간의 저작물 보호를 위한 협약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남북한간 저작권 보호를 규정하는 것은 남북 기본합의서에 따라 지난 92년 9월 체결한 ‘남북 교류협력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 합의서’가 전부다. 부속 합의서는 “남과 북은 쌍방이 합의하여 정한 데 따라 상대측의 각종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는 원칙만 규정하였을 뿐 이에 따른 세부 시행규칙을 전혀 담지 않았다. 따라서 부속합의서에서 언급한 대로 여러 조치를 담은 세부 시행규칙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간동아 2001.05.03 282호 (p20~21)

  • < 김 당 기자 dangk@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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