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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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 농구 앞에 변칙은 없다

  • 입력2005-02-28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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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뚝심 농구 앞에 변칙은 없다
    지난 6일 잠실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2000~2001 애니콜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LG를 4승1패로 꺾고 우승컵을 차지한 삼성 썬더스에 쏟아진 찬사다.

    프로출범 이후 창단 첫 우승의 샴페인을 터뜨린 삼성 썬더스 선수단은 챔피언등극을 축하하는 오색꽃술에 파묻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삼성이 지난 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원동력은 무엇보다 다른 팀을 압도하는 월등한 전력 덕분이었지만,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과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선수 전원의 단합된 힘이 돋보였다. 특히 챔피언결정전 내내 보여준 김동광 감독(48)의 ‘뚝심 있는’ 벤치워크는 농구 전문가들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임기응변의 대가’ LG 김태환 감독(50)이 펼친 고도의 심리전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리한 자충수를 두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당당함에 모두가 놀랐다.

    농구를 음악에 비유한다면 감독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똑같은 음악이라도 이를 해석`-`표현하는 지휘자들의 취향은 제각각이다. 최고의 무대라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지휘봉을 쥔 그들의 손끝 움직임 하나하나에 전혀 다른 느낌의 선율과 감동이 전해진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수 아래인 LG는 ‘변칙’이라는 카드를 꺼내 삼성을 혼란에 빠뜨리려 했지만 삼성 김감독은 한치의 흔들림 없이 ‘마이웨이’를 불렀다.

    가녀린 현악기의 기교보다 관악기의 장중한 음색을 즐기는 삼성 김감독의 지휘스타일은 챔프전 내내 빛을 발했다. 올 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삼성의 파워포워드 이규섭은 SBS와의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 오른쪽 무릎 인대를 다쳤다. 다른 감독들 같았으면 진통주사를 맞혀서라도 무리한 출장을 강요했겠지만 삼성 김감독은 달랐다.

    “이규섭의 비중이 크긴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도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챔프전 내내 그를 기용하지 않는 모험을 걸었다. 선이 굵은 그의 지휘스타일에 오히려 전 선수들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반면 LG는 전투에 앞서 치명상을 입은 삼성을 뒤흔들기 위해 경기마다 스타팅오더를 바꾸는 변칙전으로 맞섰다. LG 김태환 감독은 농구계에선 ‘잡초인생’이라고 할 만큼 파란만장한 역정을 겪은 지도자다. 음지에서 큰 강인한 잡초 같은 승부사적 기질을 챔프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냈다. 맛깔스러운 선율과 남이 흉내낼 수 없는 하모니에 묘한 매력을 느끼는 그의 지휘스타일은 2차전에서 한번 반짝 빛을 냈지만, 결국 ‘변칙’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특정선수에게 얽매이지 않고 조직력을 강조한 삼성 김감독의 농구철학이 우승이라는 화려한 꽃으로 활짝 폈다. 당분간 삼성의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는 농구 전문가들의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챔프전에서 드러났듯 김감독은 대나무 같다. 부러질지언정 결코 휘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이 이슬 먹은 댓님처럼 새파랗다. 절묘한 하모니를 빚어낸 오케스트라의 유장한 음률 속에 자신의 철학을 맘껏 녹여낸 그의 힘찬 지휘에 팬들의 ‘커튼콜’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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