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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니시다 철학’의 허우성

“위안·분노 동시에 준 니시다는 두 얼굴”

“위안·분노 동시에 준 니시다는 두 얼굴”

지난 10여 년 간 허우성교수(경희대 철학·47)는 니시다 기타로의 철학에 천착했다. 그가 ‘니시다의 인격’ ‘니시다와 서양철학’과 같은 논문을 발표하고 ‘근대 일본의 두 얼굴-니시다 철학’(문학과 지성사 펴냄)이라는 단행본을 내면서까지 이 낯선 일본 철학자를 알리려 한 이유는 무엇일까. 허교수는 “일본에 대한 이해가 우리를 이해하는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郞·1870~1945)는 20세기 일본이 배출한 가장 탁월한 철학자 중 한 사람이다. 경력도 화려해서 교토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쇼와 천황에게 어전강의를 할 만큼 국가적인 인물로 추앙받았다.

그는 서양철학에 대한 조예가 깊었지만 거기에 함몰되지 않고 ‘일(一)의 다(多)’로 대표되는 서양철학의 논리를 넘어서 ‘일즉다’(一卽多)의 생명논리를 창안했다(위의 책 2장 ‘두 생명과 하나의 논리’에 자세히 소개돼 있음). 그러나 일본이 대동아 전쟁을 시작하면서 그는 새로운 역사철학을 전개한다. 철학을 단지 철학적 작업을 위한 것으로만 사용하지 않고 일편단심 천황을 섬기고 민족을 위한다는 애국심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허교수는 “니시다는 우리 한국인에게 생명력과 위안을 주는 철학자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혐오와 분노를 안겨주는 두 얼굴의 철학자”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니시다라는 거울을 통해 일본의 얼굴을 본다. ‘일본이 있다, 없다’ 식의 천박한 민족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비로소 일본을 똑바로 보게 된 것이다. 또 일본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갖는 것도 이 책이 주는 교훈이다. 허교수는 “타자에 대한 이해가 없는 자기이해는 원리상 불충분할 뿐 아니라, 타자에 대한 오해와 폭력을 동반하기 일쑤다”며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왜곡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의 불충분’으로 설명했다.

이 책은 단순히 일본의 한 철학자를 연구한 것이 아니다. 피와 땅을 근거로 하는 민족주의를 넘어서야만이 진정한 보편성을 얻을 수 있다는 철학자의 소명의식이 빚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주간동아 2000.06.08 237호 (p9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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