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4

2000.05.18

“암과의 6년 전쟁… 나는 이렇게 승리했다”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5-11-14 13: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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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3년 3월 대변이 까맣게 나와 즉시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사가 항문에 손을 넣어보더니 “정상변이 묻었기 때문에 아무 일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까만 변이 나오면 위장 출혈일 수 있으니 즉시 오십시오”라고 했다. 그해 7월에는 이틀 연속 까만 변이 나왔다. 곧장 병원으로 갔다. 내시경을 통해 일곱군데 조직을 떼어 검사를 의뢰하고, 일주일간 입원했다. 결과는 위궤양. 아내와 나는 부둥켜안고 울며 감사기도를 드렸다. 하지만 의사는 아무래도 미심쩍다며 2차 조직검사를 하자고 했다. 결과는 암.

    조무성교수(49·고려대 경상대 행정학과)는 이렇게 마흔둘의 나이에 암과 만났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95년 안식년을 얻어 미국으로 건너간 조교수는 일리노이대학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암예방연합 초빙 연구원으로 암 정책을 연구했다. 이렇게 6년에 걸쳐 죽음과 싸우며, 그는 건강한 신체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 그 자체를 돌려받았다. 자신의 투병기와 그 과정에서 습득한 암에 대한 지식들을 총 망라해놓은 책이 ‘암과 싸우는 10가지 방법’(예영커뮤니케이션 펴냄)이다.

    투병생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암에 대한 시각이다.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온 암이 삶의 전환점이요, 반성의 거울이며, 엄격한 선생이 될 수도 있다는 지혜를 얻게 됐다. 그것을 조교수는 ‘철드는 삶’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암을 통해 나의 고통과 이웃의 고통을 밑바닥에서부터 생각하게 됐다. 잘 산다는 게 무엇이며 잘 죽는다는 게 무엇인가.” 이 책에서 그는 경건 정신 영양 운동 휴식 의술 예술 청결 관광 봉사 등 10개 분야에 대해 각각 10가지 수칙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기에 암을 극복하는 굉장한 비밀이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그가 제시하는 수칙이라야 항상 감사하게 먹고, 무리하지 않고 체력에 맞는 운동을 하며, 하루에 한번 노래하고 춤추고 그림을 그려보라는 정도다.

    그보다는 매년 한국에서 5만여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10만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조교수는 말한다. 사회는 이들이 쓸데없는 치료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또 국가가 정책적으로 암퇴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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