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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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식 남북정상회담 준비접촉 수석대표

“남북 모두 이기는 윈-윈 전략 필요”

  • 입력2005-10-14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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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영식 남북정상회담 준비접촉 수석대표
    하늘이 주신 기회인가. 분단 55년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의 성패를 한 손에 쥐고 있는 사람. 통일부 양영식차관(59)은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구성된 남북정상회담 준비기획단장으로서, 또 정상회담의 제반사항을 북측과 협의하는 준비접촉 대표단의 수석대표로서 정상회담이 진행될 때까지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는 “새 천년 새 세기의 민족적, 국가적 대사인 남북정상회담의 길을 평탄하게 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 화해와 공존의 기틀을 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자신의 역할을 말한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접촉 수석대표로 임명된 4월21일, 그는 “이번 준비접촉은 통상적인 절차만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며 준비접촉의 과제를 되새겼다. 이번 정상회담이 김대중대통령이 지난 3월9일 밝힌 ‘베를린 선언’의 4대 과제를 의제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북한측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 즉, △남북경협을 통한 북한경제회복 지원 △한반도 냉전종식과 평화공존 △이산가족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 △남북당국간 대화 상설화 등의 과제를 놓고 북한측과 ‘주고받는’ 논의를 갖는다는 것이다.

    28년간 통일부에 근무해 왔지만 사실 양차관은 남북회담 전문가는 아니다. 72년 당시 국토통일원에 5급 별정직으로 들어온 뒤 대변인 교육홍보실장 통일정책실장 남북회담상근자문위원 통일교육원장 민족통일연구원장 등을 두루 거치는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학구적인 열정으로 88년에는 ‘한국 통일정책의 변천에 관한 연구’로 건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등 통일정책 전문가로 알려져 왔다.

    그가 남북회담에 직접 참여한 것은 지난해 6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차관급회담이 처음. 4월부터 비공개 접촉을 통해 ‘남측의 비료 20만t과 이산가족 등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는 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한 회담에 수석대표로 얼굴을 나타낸 것. 그러나 마음을 다지는 가운데 회담 직전에 터진 서해 ‘연평해전’으로 남북은 긴장감을 높여갔다. 이같은 분위기는 회담장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대표단 명단을 회담 직전까지 통보하지 않아 애를 태우던 북한측은 93년 3월 ‘서울 불바다’ 발언을 통해 알려진 박영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국장을 수석대표로 내보냈다. 그가 나왔던 남북회담이 주로 ‘결렬’로 이어진 전례가 높다는 점에서 그의 등장은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었다.

    그러나 회담장 분위기는 ‘결렬’이라는 결말에도 불구하고 진행도중에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회담관계자는 “양차관이 박영수를 시종 부드러운 미소로 이끌어 왔다”고 기억한다. 이는 양차관의 회담에 대한 지론과 연관성이 높아 보인다.



    그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을 늘 강조한다. 회담이라는 것이 상대방이 있는 것인데,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다보면 안될 일이 없다는 것. 4월22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정상회담 제1차 준비접촉에서도 양차관은 카운터파트인 북측 김영성 수석대표에게 이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에게도 이번 준비접촉을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며 “그러면 서로 이해 못할 게 없다”고 밝힘으로써 북측 대표의 공감을 얻어냈다. 이같은 입장은 남북대화가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공동 우승하는 윈윈(Win-Win)전략이라는 그의 철학을 드러낸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장로로 활동하는 그는 회담을 앞두고 항상 새벽기도에 나선다. 자신의 맡은 역할을 충실히 실행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지는 것이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준비접촉의 의미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의 주춧돌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새 천년 가장 막중한 역할을 맡은 그가 남북정상회담을 한반도 역사의 전환점으로 만드는 밑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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