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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하는 중국과 사우디, 美 중동 패권 균열 일으킨다

中, 중동 국가들에 적극 구애… 시진핑 사우디 방문 추진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밀착하는 중국과 사우디, 美 중동 패권 균열 일으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016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영접 나온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나란히 걷고 있다. [SPA]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016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영접 나온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나란히 걷고 있다. [SPA]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는 페르시아만의 돌출된 반도에 자리한 자그마한 국가다. 남북과 동서 길이가 각각 160㎞, 80㎞에 불과하고 국토 면적은 1만1437㎢다. 한국 경기도보다 약간 작다. 남쪽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나머지는 바다에 면하고 있다. 인구는 30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 가운데 토박이는 40만 명이고 나머지는 인도, 파키스탄, 이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건너와 정착한 이민자 출신이다. 카타르는 1989년 세계 최대 천연가스전 ‘노스 필드(North Field)’ 덕분에 중동 부국(富國)이 됐다. 노스 필드에는 세계 전체 천연가스 매장량의 10%가 묻혀 있다. 카타르는 천연가스 매장량에서 세계 3위이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카타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만2886달러(약 1억983만 원)로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노르웨이, 스위스에 이어 세계 5위다. 카타르가 2000억 달러(약 265조 원)를 들여 월드컵을 개최하게 된 것도 천연가스를 수출해 벌어들인 자금 덕분이다.

中, 카타르와 가스 공급 계약

카타르가 월드컵을 개최하는 와중에 중국과 2026년부터 27년간 연간 400만t씩 610억 달러(약 80조8310억 원)어치 LNG를 수출하는 사상 최장·최대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사드 셰리다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 겸 카타르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 대한 공급은 역대 LNG 수출 계약 중 최장 기간, 최대 규모”라면서 “이번 계약으로 중국과 카타르의 훌륭한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은 2020년보다 1200만t 늘어난 7900만t의 LNG를 수입하면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LNG 수입국에 올라섰다. 중국의 최대 LNG 수입국은 호주이며 카타르가 그다음이다.

중국이 수입할 LNG는 카타르 노스 필드의 이스트 가스전(NEP)에서 생산된다. 노스 필드 이스트 가스전은 2020년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해당 가스전에서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면 카타르의 연간 LNG 생산량은 7700만t에서 1억1000만t으로 늘어나 현재 세계 최대 생산국인 호주를 제칠 전망이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할 수입원을 찾기 위해 카타르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가운데 중국이 카타르와 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카타르와 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란 때문이다. 카타르 노스 필드는 이란 사우스 파르스(South Pars)와 서로 공유하는 해저 가스전이다. 두 가스전이 있는 해역은 총 9700㎢다. 이 해역은 영해를 기준으로 이란이 3700㎢, 카타르가 6000㎢를 각각 자국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 양국은 해저로 연결된 이곳 가스를 개발할 때 서로 양해를 구해야 한다.

카타르는 걸프만 지역 수니파 아랍국가 가운데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이 때문에 카타르는 사우디 등과 한때 단교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를 이용해 이란은 물론, 카타르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반면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핵 문제 때문에 이란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중동 지역에서 최대 규모의 미군 공군기지가 자리한 카타르에 해군 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등 안보 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카타르에 급파해 안보 전략 대화에 나선 것도 중국의 적극적인 진출을 막으려는 의도에서다.



중국은 중동 지역에서 사우디와 함께 가장 가까운 우방이라고 할 아랍에미리트(UAE)에도 우호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중국과 UAE는 최근 들어 새로운 뱃길을 통한 해상 교역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중국 산둥성 칭다오항과 UAE 아부다비 칼리파항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중동-극동 항로’가 11월 11일 개통돼 양국 선박이 오가고 있다. 중국과 UAE 교역량은 석유를 제외하고 지난해 600억 위안(약 11조1200억 원)을 돌파하며 10년 새 78.5%나 증가했다. 중국과 UAE는 2026년 달에 보내는 중국 창어 7호 우주탐사선에 UAE의 로버(이동형 탐사 로봇)를 실어 보내는 데도 합의했다. UAE는 또 중국산 군용기 L-15 12대를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향후 36대를 추가 구입할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L-15는 경공격기·훈련기로 사용되는 기종이다. UAE는 또 중국 청두항공기공업그룹이 개발한 무인공격기 드론 윙룽을 구입했다. 인구 900만의 UAE에는 미군 공군기지가 있고 군 병력 5000명이 주둔 중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에 중국과의 친선을 강조하기 위한 오성 홍기 조명이 켜졌다. [The National]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에 중국과의 친선을 강조하기 위한 오성 홍기 조명이 켜졌다. [The National]

UAE, 美 개입에 불쾌감 표시

미국과 UAE의 관계가 최근 들어 소원해진 이유는 F-35A 스텔스 전투기 때문이다. 미국은 UAE에 F-35A 스텔스 전투기를 판매하는 조건으로 중국산 5G 장비를 사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미국은 F-35A 전투기 판매를 취소했다. UAE가 칼리파항 인근에 중국 해군기지 건설을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은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며 UAE를 압박하기도 했다. UAE는 중국 해군기지 건설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자국 주권에 개입한 미국에 상당한 불쾌감을 보였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UAE는 9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대화 파트너로 참여했다. 중국은 앞으로 UAE가 SCO 회원국이 되는 것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히는 등 당근을 내밀고 있다. 중국은 UAE에 각종 무기를 제공하겠다는 뜻도 밝혀왔다. 리샤오젠 중국 닝샤대 중국-아랍연구소 소장은 “중동 국가들이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할 수 없게 되면 중국이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UAE 사례처럼 중동 일부 국가와 미국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틈을 이용해 중국은 이들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엔 미국과 밀월관계였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석유 감산, 인권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동 국가들이 미국 의존을 경계하면서 중국이 중요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입장에서 이런 상황은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앞세워 이집트 신행정수도 건설, UAE 시범단지 조성, 카타르 상수도 사업 등 굵직한 건설 사업에 자국 자본과 회사들을 투입 중이다. 게다가 중국은 중동 각국의 최대 과제인 ‘석유 의존형’ 경제 구조로부터 탈피 계획에 협력 동반자로서 손을 내밀고 있다. 중국은 신재생에너지와 AI(인공지능), 항공우주 등에서 최첨단 기술을 보유했다. UAE 등 중동 일부 국가 역시 미국과 안보협력에도 경제 이익에 부합한다면 중국 기술도 얼마든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美, 중동 패권 흔들리나

중국의 중동 국가들과 관계 강화 전략에서 핵심 대상은 사우디가 될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중 아랍 국가들과 정상회의를 계기로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총리 겸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시 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할 경우 미국이 오랫동안 패권을 유지해온 중동 지역에서 중국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가 10월 대규모 감산을 결정한 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악화할 대로 악화한 상태다. 중국과 사우디의 관계 강화는 중동 지역 정세에서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당시 미국은 석유 감산 결정이 러시아에 이익을 안기는 행위라며 사우디를 비난했으나, 사우디는 순수하게 경제 논리에 의한 것이라고 맞서왔다. 게다가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이자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였던 자말 카슈끄지 피살 배후로 바이든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한 이후 악화해왔다. 더욱 중요한 점은 사우디가 중국과 협력할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사우디 석유·원유 수출에서 27%를 차지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왕진 중국 시베이대 교수는 “양국은 에너지 부문을 넘어 우주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사우디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참여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중국은 또 사우디와 석유를 거래할 때 위안화 결제를 적극 추진 중이다. 중국 측 의도는 중동 지역에서 핵심인 사우디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우디도 그동안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사우디 측 속셈은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을 위해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과 사우디의 관계 강화가 앞으로 미국의 중동 지역 패권 유지에 균열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주간동아 1367호 (p40~42)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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