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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베어스’ 감독 이승엽

[베이스볼 이모저모] 두산 컬러 일시에 지우고 3년 내 우승 가능할까

  • 김수인 야구 칼럼니스트 si8004@naver.com

‘삼성 베어스’ 감독 이승엽

이승엽(오른쪽) 신임 두산 베어스 감독이 10월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전풍 두산 베어스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이승엽(오른쪽) 신임 두산 베어스 감독이 10월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전풍 두산 베어스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이승엽도 망가지고, 두산도 망가지고….”

10월 18일 ‘국민타자’ 이승엽이 제11대 두산 베어스(두산) 감독으로 취임하자 어느 야구 전문가는 이같이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두산은 올해 출범 40년 역사상 최악 성적인 9위로 떨어지자 분위기 쇄신을 위해 전격적으로 이승엽 감독 카드를 꺼내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승엽은 은퇴 후 5년 동안 해온 해설위원직을 접고 야심 찬 스타트를 끊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승엽과 두산이 함께 망가질까.

먼저 이승엽이 처한 현실과 미래를 살펴보자. 첫째, 이승엽은 자신의 말과 달리 준비된 사령탑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적잖다. 그는 취임 인터뷰에서 ‘기본기와 수비’를 강조했는데, 이는 중고교 야구팀 신임 코치도 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멘트다. 5년간 야구 해설을 깊이 있게 했다면 프로야구 10개 팀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어야 하고, 하위권으로 처진 두산 전력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어야 한다.

그런데 야구를 2~3년 지켜본 일반 팬도 언급할 만한 ‘기본기와 수비’를 강조했으니 고개가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선발→중간 계투→마무리로 이어지는 투수력이 더 엉망이었는데도 이에 대한 지적은 하나도 없었으니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예단할 법하다.

그렇다면 그간 해설을 두루뭉술하게 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경기 하나를 해설하려면 사전에 홈-원정팀과 선수 개개인에 대한 철저한 투타 분석, 감독 전술, 양 팀의 최근 분위기 등을 서너 시간 집중해 점검해야 한다. 또 경기 전 양 팀 감독 인터뷰도 듣고, 주요 선수를 만나 오늘 컨디션이 어떤지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준비 안 되고 코치 경력 없어 시행착오 겪을 듯

8월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 경기에서 1-5로 패한 두산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로 나오고 있다. [뉴스1]

8월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 경기에서 1-5로 패한 두산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로 나오고 있다. [뉴스1]

이승엽은 이 같은 분석을 하는 데 물리적 시간이 모자랐다. 골프와 야구 예능프로그램에 1주일에 2~3회 출연했으니 야구에 몰두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왕복 이동 및 녹화 시간을 포함해 10시간 이상 소요된다. 예능프로그램 출연 후 빠듯하게 프로 경기장에 도착하면 ‘눈에 보이는 뻔한 투타 설명’이 해설의 주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 선수 개인별 분석은 엄두도 못 낸다. 실제로 이승엽의 해설은 너무 평범하다는 평이 많았다.

프로야구 감독들은 2연패만 당해도 눈앞이 노래진다고 한다. 3연패, 4연패 악몽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왜 험난한 프로 승부의 세계에 뛰어들었을까.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 감독을 맡았던 게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매일매일 살얼음판을 걷듯 처절하게 승부를 펼치는 프로야구와 은퇴 선수들을 데리고 다소 한가하게 아마추어팀과 경기를 펼치는 최강야구는 그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데도 이승엽은 최강야구 감독을 엄청난 경험으로 여기고 프로야구판에 뛰어들었다.

특히 그는 은퇴 후 5년 만에 코치 경력도 없이 감독으로 수직상승했다. 40년 프로야구 역사상 코치를 거치지 않고 곧장 감독으로 직행한 경우는 허구연(1986년 청보 핀토스), 장정석(2017년 넥센 히어로즈), 허삼영(2020년 삼성 라이온즈) 등 세 차례가 있는데 모두 성적 부진으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중도 사퇴했다. 많은 야구인은 지도자 경험이 없는 이승엽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으며, 2년 차인 2024년 도중 하차할 가능성이 적잖을 것으로 벌써부터 예상하고 있다.

올해 두산은 1982년 창단 이래 최악 성적에 최다패(60승2무82패, 승률 0.423)를 당했다. 이런 전력으로는 외부에서 굵직한 FA(자유계약선수)를 데려오지 않으면 내년 중위권 진입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초보 야구팬도 예측할 수 있다. 신인급 선수를 집중 육성한다면 내후년 성적도 크게 달라질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이승엽이감독 취임사에서 ‘3년 내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목표를 내놓으니 팬들 반응이 차가울 수밖에 없다. 많은 야구팬은 내년 시즌 ‘3년 연속 10위’ 한화와 최하위를 다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삼성 팬 유입보다 두산 팬 이탈이 더 걱정

다음으로 두산 베어스라는 야구단에 대한 예측도를 그려보자. 두산은 원년 OB 베어스 시절부터 뚝심의 곰, 어느 팀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최강의 팀 컬러를 자랑해왔다. 전임 김태형 감독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며 세 차례 우승을 쟁취했다.

이는 두산 선수 출신인 김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팬들도 열광했다. 그런데 이제는 ‘두산’이라는 팀 컬러가 없어졌다. 삼성 출신 감독에 삼성 출신 김한수 수석코치, 롯데 출신 조성환 수비 코치, 한화 출신 이정훈 2군 감독(대구 출생)이 동시에 등장하며 두산이라는 프랜차이즈가 일시에 사라져버렸다. 이에 대해 과연 팬들이 납득할까. 이승엽 팬의 유입보다 두산을 떠나는 팬의 숫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삼성 라이온즈는 2000년 12월 2일 해태 타이거즈 명장 김응용 감독의 영입 사실을 발표해 대구 지역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대구와 광주는 알게 모르게 지역감정이 있어 ‘적지(敵地)’의 감독을 데려오리라고는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 팬들은 이내 수긍했다. 삼성은 원년 한국시리즈에서 OB에 1승1무4패로 무너지는 등 2000년까지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도 우승을 못 하고 준우승 5번에 머물렀다(1985년은 한국시리즈 없이 통합 우승 차지).

그러니 ‘우승 청부사’를 데려온 것은 당연한 조치였다. ‘1등 삼성’을 외친 그룹의 의도에 맞게 김 감독은 2002년 숙원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뒀고 2005년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해태 출신 선동열은 2005~2006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을 정복해 대구·경북 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승엽이 과연 김응용, 선동열처럼 감독 취임 후 계약 기간인 3년 내 ‘우승의 문’을 활짝 열 수 있을까. 현재는 비관적인 예상이 우세하지만 야구 승부는 배트처럼 둥글둥글하게 굴러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 또 예기치 못한 운(運)이라는 것이 작용할 수도 있다. 곧 있을 스토브리그와 내년 초 두산 스프링캠프를 세밀히 지켜보는 일은 ‘겨울 야구’의 쏠쏠한 재미가 될 것이다.





주간동아 1363호 (p56~57)

김수인 야구 칼럼니스트 si8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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