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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 ‘민원 챙기기’로 시작하는 조성명 강남구청장

취임 100일 조 구청장 “그린스마트시티, 행정복합문화타운 중점 추진”

  •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하루 일과 ‘민원 챙기기’로 시작하는 조성명 강남구청장

조성명 서울 강남구청장. [지호영]

조성명 서울 강남구청장. [지호영]

“민원이야말로 제가 직접 챙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착오적 제도로 구민들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는 게 구청장이 해야 할 일이고, 당장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답답한 마음은 풀어드릴 수 있으니까요.”

7월 1일 취임한 조성명 서울 강남구청장은 지난 석 달여간 전날 접수된 민원을 매일 보고받는 것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했다. 전날 강남구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와 오프라인 민원창구로 들어온 구민들의 민원 내용을 보고받고 조치사항을 직접 챙기는 것이다.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구청장실을 찾은 민원인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거나 다시 마주 앉아 대화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다소 번거로울 수도 있는 민원 챙기기에 조 구청장은 오히려 열성적으로 임하고 있다. 시민들의 고충이 담긴 민원을 열심히 챙기는 그의 노력에는 강남구에 50년 가까이 거주한 토박이로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자상한 구청장이 되려는 그의 철학이 녹아 있다.

구민에게 봉사하고 직원 섬기는 리더

조 구청장은 강남구 조직을 운영하는 부분에서도 직원들을 섬기는 자세가 투영돼 있다. 구청장 자신이 모든 일을 주도하기보다 강남구 공직자들이 자율적으로 업무를 해나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구청장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능력 있는 강남구 직원들이 각자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만기친람(萬機親覽) 식으로 하나하나 간섭하기보다 직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일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소통하고 지켜봐주는 것, 조 구청장의 이런 리더십은 오랜 기간 사업체를 경영한 경험에서 체득된 것으로 보인다. 충남 당진 출신인 조 구청장은 1970년대 상경해 강남에 터를 잡은 뒤 사업가로서 크게 성공했다. 2002년 강남구의원, 2010년 강남구의회 전반기 의장을 역임한 뒤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민선 8기 강남구청장에 당선됐다. ‘주간동아’는 9월 28일 강남구청장실에서 조 구청장을 만나 그의 정치 철학과 향후 강남구 비전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경영자로 살아왔는데 정치에 뛰어든 계기가 있습니까.

“삶이라는 게 결국 마지막은 봉사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자연스럽게 봉사하는 삶에 마음이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간 사업으로 얻은 이익을 지역에 환원하기 위해 평소 강남구 내 여러 봉사단체에서 꾸준히 활동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주변에서 정치를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았지요. 정치가 결국은 제도권 안에서 행해지는 좀 더 넓은 의미의 봉사라고 생각해 뛰어들게 됐습니다.”

민원을 매일 직접 챙기는 일도 봉사에 대한 신념을 실천하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구민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합니다. 구청장인 나부터 솔선수범해 봉사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루에 많게는 30건가량 민원이 들어오는데 구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민원은 즉시 처리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민원 업무를 직원들에게 지시해 대응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요.

“지시하기보다 보조하는 구청장이 되려고 합니다. 강남구 직원은 경력이나 능력 면에서 다들 출중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각자 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구청장이 해야 할 일이죠. 민원을 직접 처리하는 이유도 직원들이 다른 업무에 집중하도록 최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입니다. 또 구청장인 내가 민원에 관심을 가지면 직원들도 자연스레 민원에 관심을 쏟게 되고, 그러면 더 좋은 해법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전면에 나서서 ‘나를 따르라’고 하기보다 직원들을 보조해 적절한 행정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할 것입니다.”

“해결 어려운 민원은 두고두고 기억”

특별히 기억에 남는 민원이나 민원인이 있었나요.

“최근 한 어르신이 ‘거동이 불편해 집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싶은데 왜 안 되는 거냐’며 민원을 넣으셨어요. 알아보니 노후 건물이라 건폐율, 용적률이 부족해 설치가 어려웠습니다. 문제는 같은 조건이어도 신식 건물에는 엘리베이터를 추가 설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건축법 등 제도가 개선됐지만 그 시차로 차별이 발생하기도 하죠. 현행법으로 해결하기 힘든 이런 민원은 서울시, 국회 등과 종합적인 소통이 필요하기에 계속 염두에 두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 구청장은 취임 후 ‘그린스마트시티’라는 비전 아래 대치동 전시시설 세택(SETEC) 부지 내 ‘행정복합문화타운’ 조성, 부동산시장의 주요 현안인 강남 재건축 등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그린스마트시티 중 ‘그린’은 과밀 개발된 강남구를 자연이 어우러진 도시로 리포지셔닝하겠다는 의미를, ‘스마트’는 첨단 정보기술(IT)을 구민 생활에 녹아들게 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취임 후 ‘그린스마트시티’ 조성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데요.

“‘그린’부터 얘기하면 내년 8월까지 송파구와 맞닿은 탄천 산책로 중 단절된 부분을 잇고, 자전거도로와 연결할 계획입니다. 강남 도심 속 틈새공간을 활용해 녹색 휴식 공간도 늘려가고 있습니다. 연말에는 국기원 옆 역삼문화공원을 테마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구민들에게 공개하려 합니다. ‘스마트’는 노인,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나가고 있습니다. 강남구는 의외로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높은 지자체입니다. 서울의 몇 안 남은 판자촌인 구룡마을도 강남구에 있고요. 연말까지 중증장애인이 있는 150가구에 스마트 기기를 무료로 설치해드릴 계획입니다.”

행정복합문화타운은 구민 편의를 고려한 조 구청장의 아이디어다. 삼성동에 위치한 현 강남구청은 청사가 작고 낡아 일부 부서가 외부 건물에 입주해 있다. 이로 인해 업무를 보러 오는 구민들의 불편이 적잖다는 민원이 있어왔다. 여기저기 흩어진 행정시설을 한데 모아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양재천과 탄천을 끼고 있는 타운 부지에 전망대, 공원 등을 설치해 일본 도쿄도청이나 미국 텍사스주청사 같은 자연 친화적 복합행정타운을 만든다는 게 조 구청장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강남구는 SETEC 부지와 현 청사 부지를 맞교환해 그곳에 복합행정문화타운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7월 서울시에 정식으로 강남구 의견을 전달했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SETEC 부지를 아파트 단지나 다른 용도로 개발하고 그중 일부를 강남구가 기부채납받아 새 청사를 짓는 데 활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는데요.

“현실적으로 기부채납받은 토지를 공공 목적으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내놓은 토지니까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요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면 행정시설은 뿔뿔이 흩어지고 시설 간 연계성이 떨어져 행정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가 쉽게 이용 가능한 행정복합문화타운을 조성하고 구민들이 그 안에서 알아서 행정업무를 보게끔 하는 게 작은 행정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타운 안에 기업을 입주시켜 부가 수익이 발생하면 구민 세금도 절감됩니다.”

강남은 ‘부동산 1번지’로 일컬어지며 부동산시장을 선도하는 곳인데요, 재건축과 관련해 추진하는 정책들에는 어떤 게 있나요.

“재건축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꾸려 합니다. 외부에서는 강남 재건축을 ‘부동산 투기’로 보는 시각이 강하지만 구민에게는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재건축 대상으로 지정된 건물들은 지어진 지 30~40년이 넘어 사람이 살기 힘든 환경인 경우가 많습니다. 안전상 문제도 무시할 수 없고요. 가까운 시일 내 구민과 구청, 전문가가 참여하는 ‘재건축 드림 지원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각 대상지의 여건에 맞는 재건축 사업이 조속히 실행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강남구는 작은 행정 필요한 곳”

앞으로 강남구 행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봅니까.

“구민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합니다. 나머지는 생활이 편리하도록 지원하는 정도면 충분하죠. 행정에 필요한 재원은 결국 구민 호주머니에서 나옵니다. 강남구 정도 생활수준이 되는 지자체에서는 행정이 일일이 규제하고 간섭하기보다 구민 자유를 존중해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작은 행정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조 구청장은 10월 8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앞으로 어떤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조 구청장은 이렇게 답했다.

“‘수치’보다 ‘가치’를 만드는 구청장이 되고 싶습니다. 강남구의 하드웨어적 성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양적 팽창보다 소프트웨어, 즉 삶의 질 향상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구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 속 변화를 만들어가는 구청장이 되겠습니다.”





주간동아 1359호 (p46~48)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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