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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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보고 놀란 가슴 ‘n번방 방지법’ 보고 놀란다

[이종훈의 政說] ‘사전검열’ 논란 증폭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1-12-2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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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앞줄)가 8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징벌적 손해배상’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규탄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앞줄)가 8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징벌적 손해배상’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규탄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도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온라인 미디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을 통해 빠르게 퍼지는 가짜뉴스가 혐오와 증오, 포퓰리즘과 극단주의를 퍼뜨리고 심지어 백신 접종 거부를 부추기지만, 우리는 적절한 억제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신념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가짜뉴스가 민주주의 위협”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12월 11일 경북 구미시 금오공과대에서 지역 대학생들과 만나 사전검열 논란에 직면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언급했다. 이 후보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도 좋지만 모든 자유와 권리엔 한계가 있다. 사전검열이 아니냐고 반발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며 “헌법이 민주주의체제를 보장하라고 언론의 특권을 보호했더니 이를 이용해 가짜뉴스를 퍼뜨려 자기 이익을 도모하고 국민 판단을 흐리게 한다면 민주주의체제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n번방의 경우처럼 가짜뉴스에도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내비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 민주주의가 후퇴했고, 민주주의 동맹과 관계 역시 악화됐다는 판단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언론과 갈등을 빚었다. 언론이 자신에게 불리한 가짜뉴스를 양산한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짜뉴스 양산의 진원지로 자주 언급한 언론은 바로 ‘뉴욕타임스’다. 대통령에 당선하기 직전 15년 중 10년 동안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기사도 가짜뉴스라고 비난했고, 러시아 스캔들 관련 기사도 가짜뉴스라고 반박하며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태가 민주주의 후퇴를 가져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했는데,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빙의라도 된 듯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문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가짜뉴스 공격이 온당했다고 보는가. 그의 재임 기간 미국 민주주의가 성숙했다고 보는가, 아니면 후퇴했다고 보는가. 후자라면 성급하게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단정할 일이 아니다.

    노벨위원회는 10월 8일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필리핀 탐사보도 온라인 매체 ‘래플러(Rappler)’ 공동설립자 마리아 레사와 러시아 언론 ‘노바야 가제타(Novaja Gazeta)’ 공동설립자 드미트리 무라토프를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레사와 무라토프는 필리핀과 러시아에서 각각 표현의 자유를 위해 용감한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점점 위축되는 세상에서 이 같은 이상을 수호하는 모든 언론인을 대표한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간명하다. 각각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가짜뉴스를 양산한다는 이유로 비판과 탄압을 받았다는 점이다. 두 대통령이 가짜뉴스라고 핍박했지만, 노벨위원회 판단은 정반대였다. 노벨위원회는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는 대중이 정보에 밝아지도록 돕는다. 이는 민주주의를 전쟁과 갈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가짜뉴스 타령’은 독재자 특징

    n번방 방지법 역시 비슷한 우려에 직면했다. n번방 방지법은 아동 성 착취물 같은 불법 동영상 유통을 방지하려는 목적에서 제정됐다. 논란의 중심은 정부가 공인한 필터링 기술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한 부분이다. 핵심은 사전검열이 아니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전검열은 과도한 우려”라고 말하지만, 이용자 정보 보호를 위해 기술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여권이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신문법(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논란을 연달아 유발한 상황이 있었기에 불안감은 가중된다.

    꼭 짚어 특정 언론사 또는 특정인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가짜뉴스 양산지로 보수 언론과 보수 유튜버를 지목하는 듯하다. 일련의 법안 개정을 이어가면서 언론사는 물론, 인터넷 포털 뉴스 서비스까지 규제하려 하지 않을까. 더욱이 n번방 방지법은 본래 목적인 불법 동영상 유통 방지에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관련 영상이 주로 유통되는 텔레그램 등 해외 인터넷 사업자는 빠지고 한국 87개 인터넷(부가통신) 사업자를 규제하기 때문이다.

    “필터링 기술은 사전검열용이 아니라 음란 영상물 선별용”이라고 민주당은 설명하지만 누군가 또는 어떤 장치가 미리 대화 내용을 살펴보는 것은 분명하다. 작금의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필터링 기술보다 공개적으로 상호 검증하는 태도다.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이 있더라도 다른 언론이 이를 검증한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한국 언론환경은 비교적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보수 언론과 보수 유튜버가 가짜뉴스를 생산하면, 진보 언론과 진보 유튜버가 곧바로 검증한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짜뉴스 타령’은 최근 독재자의 주요 특징으로 받아들여진다. 불평 토로 수준을 넘어 입법 규제 같은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해당 사회가 독재체제로 전환되기 시작한 징후로 봐야 한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진보 언론과 진보 유튜버가 생산하는 뉴스를 가짜뉴스로 보지 않을 텐데 이 역시 맹점이다. 어느 한편에 대해서만 규제를 가한다면 상호 검증 시스템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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