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9

2021.10.08

야, 나도 삼전 주식 있어! (-60%짜리도 있고…)

  • 어제보다나은오늘 월재연 슈퍼루키

    입력2021-10-14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GETTYIMAGES]

    [GETTYIMAGES]

    때는 바야흐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고 대구 집단감염이 연일 보도되던 지난해 2월. 어느 날부터인가 회사에서 “주식 하세요?” 또는 “오늘 삼전 샀어요?”라는 말이 아침 인사가 됐다. 몇 년 전 회사 또래 사이에서 대유행하던 “비트코인 하세요?”와 같은 인사말이다. 그렇게 주식투자 유행이 한 차례 지나간 뒤 투자금이 반토막 났다며 포기하는 친구부터 ‘존버’하겠다는 친구까지 삼성전자 주식은 1주씩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이번에는 정말 나도 한 번 투자해볼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소심한 생애 첫 거래

    마침 재테크 책에서 보고 만들어뒀으나 쓰지 않던 CMA 계좌가 있었다. 일단 한 번 주식을 사보기로 했다. 매수가 사는 것, 매도가 파는 것이라는 의미 정도만 알고 있었기에 일단 삼성전자를 검색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 2개가 나왔다. 뒤에 붙은 ‘우’는 또 뭐람? ‘우선주’ 약자로 일반적으로 보통주보다 주가가 낮고,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금을 좀 더 준다나 뭐라나. 호가에 맞춰 소심하게 각각 2주씩 매수했다.

    지금은 7만 전자, 10만 전자를 외치는 삼성전자 주가가 당시 5만4900원이었다니, 생각할수록 손이 작은 게 아쉽기만 하다. ‘빚투는 절대 하지 않는다. 장기투자를 하겠다’고 생각했기에 저 정도일 때 시드머니를 좀 더 키웠다면 최소 30% 수익률은 올렸을 것이다.

    정액 투자도 시들해가던 7월 어느 날, 수많은 금융투자처 이벤트 중 가입하면 해외주식을 40달러만큼 주는 이벤트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40달러에 맞는 1주라도 사보자’는 생각으로 해외주식도 큰 기대 없이 시작했다.

    미국주식은 좀 더 주주 친화적이라 그런지 배당수익률도 한국주식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게다가 한국주식과 달리 분기별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종목이 꽤 있었다. 심지어 매달 배당금을 주는 주식도 있다니! 일단 한국주식에 투자한 돈은 그대로 두고 새롭게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



    먼저 매달 배당금을 주는 종목과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몇몇 기술주를 1주씩 샀다. ‘한국에는 삼성전자가 있다면 미국에는 애플(AAPL)이 있지’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주당 가격이 비싸 많이 담지는 못했다. 호가보다 조금 낮게 매수를 걸어두고 자면 종가는 훨씬 더 하락해 있기도 하고, 어느 날은 호가로 대기를 걸어뒀지만 체결이 안 되기도 했다. 그러나 15% 배당소득세를 낸 뒤 매달 1달러라도 들어오는 배당금이 마냥 좋아 크게 무리하지 않고 시간 되는 대로 한두 종목을 추가 매수했다. 파란불이 들어올 때면 나도 모르게 1주씩 매수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안정적인 소비재 종목을 담아보고 부동산 종목도 담으면서 포트폴리오를 꾸려나갔다. 누구나 들으면 알 만한 기술주도 재미 삼아 1주씩 넣었다. 포트폴리오라기보다 이것저것 그냥 넣은 잡화점 수준이었지만, 이왕 넣어둔 것은 계속 가져가보기로 했다. ‘무조건 장기투자’라는 신념은 테슬라(TSLA) 주가 폭등으로 바뀌었다. 주가가 폭등해 중간에 매도했고, 내가 팔고 난 뒤 다시금 훨훨 날아가는 주가를 보면서 씁쓸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테슬라는 배당금도 나오지 않는 종목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매도하지 않고 달랑 2주라도 죽 가져갈 예정이다.

    주식투자에 대한 지식은 많이 없었지만 애플 주식을 1주 담아둔 덕에 ‘액면분할’이라는 이벤트도 경험했다. 액면분할은 주식 액면가액을 일정한 분할 비율로 나눠 주식 총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애플의 액면분할을 경험하면서 액면분할의 의미나 액면분할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던 것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애플 액면분할로 주당 가격은 내려갔지만, 어쨌든 가지고 있는 주식이 2주에서 8주가 되니 뭔가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가격이 내려가 1주씩도 부담 없이 담을 수 있어 나 같은 ‘개미’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일단 무작정 주식투자를 시작했더니 평소에는 찾아볼 일 없던 경제용어나 지식도 조금씩 알게 됐다.

    국내 주식은 별도 계좌를 만들어 여유 자금이 생기는 대로 추가 매수했다. 3월 여파로 내내 빨간불이던 수익률은 처참한 상태였다. 아무 생각 없이 1~2주씩 사 모으던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고, 재미 삼아 쇼핑하듯 1~2주씩 매수하던 대형주 수익률에도 파란불이 들어왔다.

    특히나 처참한 건 미국주식의 특정 기술주였다. ‘모든 투자 결정 및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원금 손실에 관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그제야 뼈아프게 와 닿았다. 해당 종목은 남편이 “이 기술은 상용화도 돼 무조건 날아간대”라며 추천해 조금씩 추가 매수한 것이었다. 경영진 이슈로 주가가 하락했을 때도 ‘물타기’ 한다며 신나게 추가 매수를 했다. 수익률이 -40%일 때도 계속해서 추가 매수를 했는데, 최근 -50%가 되자 다른 생각은 들지 않고 그저 웃음만 나왔다.

    참고로 해당 종목은 내 미국주식 총매입 금액의 약 20%를 차지한다. 현 수익률은 -60.9%. 덕분에 내 미국주식 계좌의 평균 수익률은 다른 종목의 선전에도 4.11%이다.


    수익률 -60% 시선 강탈 종목

    태어나 처음으로 산 주식이 삼성전자 주식이었다(왼쪽). 손실 끝판왕 시절 미국주식. [사진 제공 · 어제보다나은오늘]

    태어나 처음으로 산 주식이 삼성전자 주식이었다(왼쪽). 손실 끝판왕 시절 미국주식. [사진 제공 · 어제보다나은오늘]

    고수들은 손절 타이밍을 알고 ‘쿨’하게 빠져나올 줄 안다던데, 남들이 곱버스(인버스 가격 변동폭의 2배, 즉 곱하기로 움직이는 상품)에 투자할 때 인버스에 투자해 아직도 -40% 수익률을 유지하며 더는 추가 매수하지 않는 씁쓸한 밤이 이어지고 있다. 이 종목을 언제까지 들고 있어야 될까.

    요즘에는 육아 핑계로 주식창을 멀리하고 있다. 매달 아주 미미한 배당금이 들어왔다는 문자메시지에 씩 미소를 짓고, 소소한 공돈이 생기면 정기적금 대신 주식 계좌에 입금하면서 갖고 있는 종목들에 안부를 전한다(물론 앞에 언급한 한 종목은 볼 때마다 마음이 쓰리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시간 날 때마다 호가창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폭락장에 주식투자를 시작해 중간 상승기에 열정이 한 김 식어 주식 주문을 덜한 게으름 덕에 다행히 전체 수익률은 플러스(+)라 감사하다.

    요즘은 경제 뉴스를 살피고 매일은 아니더라도 선물과 금 가격도 들여다본다. 이제 무식하게 무작정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으니, 조금이라도 부지런히 공부해 평생을 함께할 주식들에 투자해볼까 한다.

    ※70만 가입자를 보유한 네이버 카페 ‘월급쟁이 재테크 연구’(월재연) 필진이 재테크 꿀팁을 전한다. 어제보다나은오늘은 월급쟁이 재테크 연구 카페 슈퍼루키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