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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기소’ 수사심의위 결정 수용 여부, “檢 오래 끌수록 오해받을 소지”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삼성 불기소’ 수사심의위 결정 수용 여부, “檢 오래 끌수록 오해받을 소지”

  • ●수사심의위 결정 후 한 달 보름 이상 검찰 삼성 수사 ‘묵묵부답’
    ●실질적으로 3년 7개월간 이어진 수사 뒤에도 결정 느려 의구심 커져
6월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한 심의위원(가운데)이 참석하고 있다. [동아DB]

6월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한 심의위원(가운데)이 참석하고 있다. [동아DB]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6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내렸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권고 수용 여부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이 기소독점주의 폐단을 없애고자 스스로 도입한 제도를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검찰조직 갈등 등 수사 외적 요인을 지나치게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이 돌고 있다. 

수사심의위는 2018년 1월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설립한, 150명 이상 250명 이하 규모의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주요 현안에 대한 심의는 심의위원 중 검찰총장이 지명한 위원장이 무작위로 뽑은 15명에게 맡긴다. 수사심의위는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을 표결로 결정한다. 검찰은 과거 수사심의위에서 결정된 8번의 권고를 모두 수용한 바 있다. 

삼성 수사와 관련해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에 대한 계속 수사 여부, 이 부회장과 김종중 전 삼성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삼성물산에 대한 기소 여부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어디까지 보고 판단할 것인지와 관련해 검찰과 삼성 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분식회계 등의 혐의를 두고 집중적인 토론을 이어간 끝에 수사심의위는 10 대 3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수사 중단, 불기소 권고를 내렸다. 

그럼에도 검찰은 수사심의위 결정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한 달 이상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검찰 스스로 자신들이 만든 제도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더불어 검찰 제도 개혁의 한계에 관한 논란도 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개혁 무력화로 가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왼쪽)과 서울중앙지방검찰(오른쪽) 청사. [동아DB]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왼쪽)과 서울중앙지방검찰(오른쪽) 청사. [동아DB]

법조계는 실질적으로 3년 7개월간 진행된 삼성 수사가 수사심의위 권고를 거친 뒤에도 또다시 지연된다면 검찰개혁마저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수사심의위는 검찰권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다. 이는 대배심, 즉 기소배심제도에 준하는 검찰개혁 방안이었다. 수사와 기소 여부를 일반 배심원이 결정하는 것이 기소배심제도다. 사법연수원 교수를 거쳐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을 지낸 정태원 변호사는 “수사심의위는 기소배심제도의 전 단계와 비슷하다”며 “검찰 스스로 만든 수사심의위의 결정에 일단 따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참여 재판에서 일반 국민이 내린 결론을 판사가 따라야 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만약 결정에 따르지 않을 때는 그 이유를 상세히 밝히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볼 때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 옳고,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출신인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주권자의 의사 존중’이라는 수사심의위의 취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기소독점주의라는 원칙 아래 주권자의 의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수사심의위를 만든 만큼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수사심의위의 신뢰성 또한 낮지 않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수사심의위원들은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데, 이들의 전문성은 결코 낮지 않다. 이해관계가 없는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회의인 만큼 객관적으로 사안을 청취하고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들의 결정이 자문적 효력밖에 없다고는 하나 이를 충분히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장 출신인 김영종 법률사무소 송결 대표변호사는 검찰개혁의 실종을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검찰개혁을 위해 스스로 만든 제도”라며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결정이 지체될수록 피의자는 불필요한 오해와 지탄을 받는 등 직간접적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신속한 결정으로 피의자라는 유동적인 신분을 정리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검찰의 결정이 지체될수록 사람들이 그 이유에 대해 ‘외압’이나 ‘로비’ 등 외부 요인을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검찰이 끝내 불기소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수사심의위 설립 취지 존중해야” 중론

일각에서는 삼성 수사에 대한 결론이 늦어지는 원인을 검찰 내부 문제로 보고 있다. 7월 초부터 지금까지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있다. 검찰총장은 매주 수요일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대면보고를 받는 것이 관례였지만, 최근까지 이 지검장은 대면보고를 서면보고로 대체하고 있다. 

법조계 한 인사는 “지금쯤이면 결정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검찰 내부 갈등이 크고 최근에는 (한동훈 검사장 수사 관련) 난투극까지 벌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다 보니 중요한 사안에 대한 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검찰인사 갈등도 불거졌다. 당초 법조계는 8월 초로 예상되는 고검 검사급(차장검사 이하) 인사 전 이재용 부회장 사건 등 주요 사건을 처분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인사가 지연됨에 따라 그만큼 검찰의 결정도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한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거부할 핑곗거리를 억지로 만들어내기보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내려진 권고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누구나 신속한 판단 받을 권리 있어”

6월 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동아DB]

6월 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동아DB]

삼성 수사는 2018년 12월 삼성바이오 인천 송도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시작됐다. 김용범 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은 “2015년 삼성바이오의 회계 기준 변경은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고의적인 분식”이라며 검찰에 고발했고,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분식회계가 아닌 ‘경영승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올해 6월에는 ‘2015년 6월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두 회사의 시세 조종에 관여했다’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추가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영장심사 끝에 이를 기각했다. 

이 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시작한 건 2016년 12월 박영수 국정농단의혹사건수사특별검사팀(특검팀)이 ‘국정농단’ 사건을 이끌면서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이 부회장은 총 10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고, 삼성 임직원 100여 명 또한 400차례 넘게 조사를 받았다. 이미 삼성 내부에서는 “3년 6개월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수사에 삼성 임직원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검찰청의 마지막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은 “이재용 부회장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신속한 판단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1252호 (p42~45)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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