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브랜드보다 효능! 화장품 선택 기준이 달라졌다

“정말 효과 있는지 근거를 달라” 스마트 컨슈머 등장… 기능성 화장품 성장에 관련 기술 개발 니즈 커져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브랜드보다 효능! 화장품 선택 기준이 달라졌다

[GettyImages]

[GettyImages]

20대 여성 김모 씨는 요즘 피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하다 여드름성 피부에 습진까지 생겨 양쪽 볼이 붉은 여드름으로 덮인 것. 김씨는 당장 마스크의 장시간 사용을 ‘견디는’ 기초화장품을 마련하기로 하고 제품 조사에 돌입했다. 

유튜브와 화장품 전문 애플리케이션(앱), 뷰티매장 등을 둘러본 뒤 그가 택한 제품은 모공 축소 효과가 있는 미백 에센스와 피부 열을 내려주면서 유분량을 감소시키는 수분 크림. 둘은 각기 다른 중소업체가 내놓은 제품이다. 김씨는 “엄마는 ‘설화수’도 아닌데 믿을 만하냐고 하는데, 인터넷에서 사용 리뷰와 제품 설명을 꼼꼼히 읽어보고 택했다”며 “효과를 보지 못하면 또 다른 제품으로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기능성 화장품 시장, 매년 8.5%씩 성장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으로 케이뷰티(K-beauty)의 글로벌 확산세가 주춤해졌다고 하지만, 국내 화장품 산업은 여전히 ‘성장의 길’을 걷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2012년 7조1000억 원이던 국내 화장품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16조3000억 원으로 2배 이상 커졌다. 국내 화장품 수출 규모도 같은 기간 1조2000억 원에서 7조6000억 원으로 6배가량 늘었다. 중국, 미국, 일본 외에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 등 북방국가로 수출지역이 다변화한 결과다. 

이러한 성장세를 몇몇 화장품 대기업이 이끈 것이 아니라는 점도 특이하다. 국내 화장품 회사(책임판매업체)는 2013년 3884개에서 지난해 1만5707개로 급속히 증가했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화장품 전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업자개발생산) 회사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면서, 오로지 제품 기획과 마케팅으로 무장한 신생 뷰티 브랜드가 대거 등장해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인식도 달라졌다. 요즘 2030세대는 ‘엄마처럼’ 유명 브랜드의 스킨, 에센스, 로션, 아이크림을 한 세트로 마련하지 않는다.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제품 정보와 사용 후기 등을 수집, 분석하고 자신의 피부에 가장 적합한 제품을 골라 사용한다. 이미 시장에는 대기업 제품이 아니어도 소비자로부터 효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아 ‘국민 토너’ ‘100만 병 에센스’ ‘홈쇼핑 단골 품절템’ 같은 애칭을 얻은 중소 화장품 브랜드가 여럿이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쓰던 제품을 계속 재구매하는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각 업체마다 제품 라인을 늘리기보다 똘똘한 몇 개 제품에 주력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 1999년 설립된 카버코리아는 얼굴 전체에 바르는 아이크림(‘더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을 히트시키면서 크게 성장해 2017년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에 3조 원에 인수됐다. 국내 화장품업계 인수합병 사상 최고가다. 

요즘 화장품 산업이 성장하는 주요 요인으로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의 기술력 향상이 우선 꼽힌다. 실제로 2017년 ‘화장품법’이 개정돼 기능성 화장품 범위가 3종(미백,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에서 10종(여드름 완화, 튼살 개선, 아토피성 피부 완화, 탈모 완화, 제모, 염모, 탈염·탈색 추가)으로 확대되면서 기능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능성 화장품 생산 실적은 5조3448억 원으로 전년(4조9803억 원) 대비 7.3% 증가했다. 기능성 화장품의 2015~2019년 평균 성장률도 8.5%에 달한다.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묻어남 방지…

화장품 전문 애플리케이션 ‘화해’에 올라온 화장품 사용 후기.

화장품 전문 애플리케이션 ‘화해’에 올라온 화장품 사용 후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화장품의 좀 더 확실한 효능과 안전성. 4월 소비자가 직접 올린 사용 후기 500만 건을 돌파한 화장품 정보 앱 ‘화해’에는 ‘2주간 사용했더니 좁쌀 여드름이 많이 줄었다’ ‘피부 트러블 없이 홍조를 가라앉히는 효과를 봤다’ 등 효능 및 안전성과 관련한 후기가 주를 이룬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브랜드보다 제품 자체의 기능과 특징을 고려해 구매하는 소비자 경향이 확고하다”며 “품질이 우수하다고 평가받으면 중소 브랜드여도 잘 팔린다”고 전했다. 

이에 효능과 안전성을 둘 다 잡으려는 화장품업체들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우수한 기능성을 가진 제품을 개발할 뿐 아니라, 제품을 마케팅할 때 자연유래 성분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피부인체 적용시험 결과를 상세히 공개해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추세다. 최근에는 ‘유분 함유량 4주 후 27% 감소’ ‘피부 피지 2주 후 20% 감소’ 등 피부 적합 테스트 결과를 아예 상품 패키지에 표기하는 제품도 늘어나고 있다. 

‘전에 없던’ 화장품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치열하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2~3년 전부터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안티폴루션 제품이 출시됐고,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하면서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는 메이크업 제품, 장시간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을 완화해주는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안구뿐 아니라 피부 재생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자, 블루라이트 차단 화장품 개발과 블루라이트 차단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시험법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홈케어 제품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피부과나 피부관리실에 가는 대신 집에서 피부 관리를 하는 ‘셀프 그루밍’족이 등장하며 LED(발광다이오드) 마스크 기기 등 미용기기시장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의료기기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홈쇼핑에서 미용기기 제품을 방송하는 횟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홈케어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여 기능성이 뛰어난 미용기기 개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장품 판매·제조·소재·시험 함께 성장 중

[GettyImages]

[GettyImages]

보건복지부(복지부)도 지난해 12월 ‘K-뷰티 화장품산업 전주기 지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케이뷰티 산업 육성에 시동을 걸었다. 우선 올해 77억 원의 화장품 기초소재 및 신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을 배정하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초소재 국산화, 항노화 및 민감성 피부 개선 화장품 개발, 글로벌시장 선도를 위한 신기술, 이러한 효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시험법 개발 등에 나섰다. ‘세계 3대 화장품 수출국가 도약’을 비전으로 정한 복지부는 이후에도 대규모 R&D 재정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간다는 계획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은 세계 4위 화장품 수출국가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이와 같은 흐름을 “바람직한 케이뷰티 생태계”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국내외에서 국산 화장품 제품이 각광받자 화장품 판매업체뿐 아니라 화장품 소재업체, 기능성 화장품의 효능 및 안전성을 시험하는 피부인체 적용시험 업체 등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업계가 합심해 국내 화장품업계의 기술력을 끌어올린다면 화장품 산업은 수출 증대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1248호 (p46~48)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