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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배신감 불러낸 3개의 명품 [명품의 주인공]

  • 민은미 주얼리칼럼니스트 mia.min1230@gmail.com

‘부부의 세계’ 배신감 불러낸 3개의 명품 [명품의 주인공]

드라마 ‘부부의 세계’ 포스터. [‘부부의 세계’ 홈페이지]

드라마 ‘부부의 세계’ 포스터. [‘부부의 세계’ 홈페이지]

드라마는 한 여자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완벽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랬다. 지선우(김희애 분)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바깥에서는 이웃들의 선망을 받는 병원 부원장님이고, 가정에서는 사랑받는 아내이자 엄마였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이 무너지고 끝없는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다.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의 불륜을 확인하면서였다. 그녀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이 허물어졌다. 그녀는 사랑받는 아내도, 엄마도 아니었고 이웃들의 선망도 잘 포장된 껍데기였을 뿐, 주위의 모두가 그녀를 은근히 조롱하고 기만했음을 깨닫게 됐다. 그녀는 결국 남편을 향한 복수를 시작한다. 완벽한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이 헝클어진 원인은 결국 믿었던 남편의 배신이니 남편만 도려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얘기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사람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서로의 인생을 공유하는 그 이름, 부부. 이 관계를 다룬 ‘부부의 세계’는 배우들의 열연과 휘몰아치는 폭풍 전개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드라마에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은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지만 그들을 완성하는 패션, 소품, 공간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부부의 세계’ 속 또 다른 주인공이 바로 명품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중요한 순간 어떤 명품이 등장했을까.




지선우와 이태오의 결혼반지

지선우와 이태오의 
결혼반지인 
티파니 ‘Tiffany T’ 컬렉션 
티투(T Two)링. [티파니 홈페이지]

지선우와 이태오의 결혼반지인 티파니 ‘Tiffany T’ 컬렉션 티투(T Two)링. [티파니 홈페이지]

부부의 연은 결혼으로 시작된다. 결혼반지는 결혼할 때 서약의 징표로 주고받는다.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인 약지에 끼는데, 이는 왼손 약지의 혈관이 심장에 직결돼 있어서다. 그런 결혼반지가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상징적일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극의 중심에 있는 가장 중요한 소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입증하듯 지선우는 드라마 메인 포스터에서 결혼반지를 끼고 있다. 그러나 결혼반지는 피로 얼룩져 있다. 마치 무자비한 복수를 예고라도 하듯이. 드라마가 회를 거듭해도 그녀는 왼손에 항상 결혼반지를 끼고 있다. 심지어 남편과 이혼하고 2년이 지난 후에도 “나한테 이혼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며 결혼반지를 착용하고 나온다. 부부라는 관계가 칼로 무 썰듯 단숨에 도려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외도한 남편 이태오 또한 결혼반지를 끼고 있다. 지선우와 이태오의 결혼반지는 미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하우스 티파니의 ‘Tiffany T’ 컬렉션 티투(T Two)링이다. 티파니는 ‘결혼반지’라는 단어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브랜드. 

1837년 찰스 루이스 티파니에 의해 미국 뉴욕에서 탄생한 이후 견줄 데 없이 아름다운 젬스톤으로 ‘보석의 궁전’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Tiffany T’ 컬렉션은 1980년대부터 티파니 주얼리 디자인에 적용한 ‘T’ 모티프를 활용해 티파니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부부의 티투링은 화이트 골드 소재로, 여성용에는 다이아몬드가 세팅돼 있다.


여다경의 명품가방

여다경이 이태오로부터 
선물 받은 명품가방인
불가리 ‘세르펜티’ 컬렉션의 ‘다이아몬드 블라스트 숄더백’을 맨 모습. [불가리 홈페이지]

여다경이 이태오로부터 선물 받은 명품가방인 불가리 ‘세르펜티’ 컬렉션의 ‘다이아몬드 블라스트 숄더백’을 맨 모습. [불가리 홈페이지]

아내가 자기 몰래 남편이 애인에게 값비싼 명품가방을 선물한 것을 알았다면? 20대의 젊은 애인이 그 명품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배신감에 치를 떨 일이다. 거기에 경제적 무능력자인 남편이 애인에게 선물을 사주려고 아들 명의로 된 보험금으로 대출까지 받은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 정도면 선을 넘어도 아주 많이 넘었다. 

극중 여다경(한소희 분)은 젊고 예쁜 불륜녀로 주부들의 미움과 질투를 한 몸에 받는 캐릭터다. 여다경이 들고 있던 문제의 명품가방은 불가리 ‘세르펜티’ 컬렉션의 ‘다이아몬드 블라스트 숄더백’이다. 

불가리는 그리스 출신 은세공가 소티리오 불가리가 1884년 이탈리아 로마에 설립한 이래 138년간 주얼리, 시계, 가방, 향수 등 다양한 제품을 통해 럭셔리함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과 장인정신, 그리고 장엄한 주얼리 디자인이 명성의 배경이다. 

‘세르펜티’는 이탈리아어로 ‘뱀’을 뜻한다. 뱀이 지닌 파워와 역동성을 표현하고자 뱀의 비늘 모양에 착안한 개별 부속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뱀이 똬리를 트는 동작과 흡사한, 생명력 있는 형태로 재현했다. 여기에 뛰어난 유연성을 더해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하는 컬렉션이다. ‘세르펜티’ 컬렉션은 뱀을 신성시하면서 불가리 고유의 스타일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 뱀을 신성시한 것은 그리스와 로마의 지중해 역사 및 전통에 대한 찬사를 나타낸다. 해당 지역에서는 뱀을 지혜와 영원한 생명, 불멸, 풍요를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 장식 또는 부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불가리는 1940년대부터 스네이크 브레이슬릿-워치를 내놓은 이래 뱀에 대한 수많은 재해석을 통해 놀라운 제품들을 선보여왔다. 특히 여다경이 들고 있는 ‘다이아몬드 블라스트 숄더백’은 마틀라세(matelasser·누빈 천으로 안을 댄 것) 패턴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스타일과 세련된 컬러로 많은 사랑을 받은 제품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빛을 발하는 다이아몬드를 연상케 하는 입체적인 마틀라세 패턴, 블랙 오닉스(검은색을 띠는 보석)가 세팅된 뱀 눈, 로만 가닛(붉은색을 띠는 보석)과 블랙 컬러의 에나멜로 포인트를 준 골드로 도금된 뱀 머리 모양의 잠금 장치가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긴다. 여기에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하는 체인과 길이 조절이 가능한 레더 스트랩이 장착돼 있다. 뱀을 상징하는 ‘세르펜티 컬렉션’과 강렬한 레드 컬러가 만나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여다경의 가방은 그저 평범한 명품가방이 아닌, 보석이 세팅된 뱀주얼리 가방이다. 여다경의 존재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단번에 보여주는 소품이다.


이태오와 여다경의 결혼반지

이태오와 여다경의 
결혼반지인 티파니 
‘Tiffany T’ 켈렉션의 
트루(True)링.

이태오와 여다경의 결혼반지인 티파니 ‘Tiffany T’ 켈렉션의 트루(True)링.

이태오와 여다경은 끝내 부부가 된다. 이들은 같은 디자인의 결혼반지를 착용한다. 이번에도 티파니 브랜드의 반지다. 남녀 공용으로 착용하는 ‘Tiffany T’ 컬렉션의 트루(True)링. 공교롭게도 전에 낀 결혼반지와 같은 브랜드다. 왜 하필 같은 브랜드의 결혼반지일까. 이태오에게 여러 가지 회의가 생길 만하다. 이태오는 이와 관련해 이미 명언과 망언을 오가는 명대사들을 남겼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하나가 아니잖아. 결혼했다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차단되는 게 아니라고. 선우를 사랑하는 감정과 다경이를 사랑하는 감정은 다른 색깔인데, 내가 미치겠는 건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한다는 거야.” 

이태오의 결혼반지는 극을 끌고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반지는 아들을 되찾아 오기 위해 전처를 괴롭히고 협박하고자 고용한 박인규(이학주 분)의 추락 사고에 대한 결정적 증거로 수차례 클로즈업돼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11회에서 박인규가 고산역에서 추락해 사망하는데, 이태오는 고산역에서 결혼반지를 떨어뜨려 분실한다. 

이태오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리고, 지선우는 아들 준영(전진서 분)을 살인자의 아들로 만들지 않으려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간다. 지선우는 경찰에게 반지가 증거라며 위증하고, 결국 알리바이를 입증해 위험에 처한 이태오를 구한다. 이 사건 후 이태오는 여다경과 소원해지고, 여다경은 결혼반지를 두고 다니는 이태오에게 섭섭한 마음을 드러낸다. 


‘부부의 세계’ 
세 주인공 지선우, 이태오, 여다경. [‘부부의 세계’ 홈페이지]

‘부부의 세계’ 세 주인공 지선우, 이태오, 여다경. [‘부부의 세계’ 홈페이지]

이혼 후 지선우가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부부는 뭐였을까. 함께한 시간들은 뭐였으며, 그토록 서로를 잔인하게 몰아붙인 건 뭐였을까.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16부작인 ‘부부의 세계’는 결말을 향해 달리고 있다.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에 더해 결혼반지, 명품가방 같은 소품까지 열연을 펼친 ‘부부의 세계’의 결말은 무엇일까. 드라마 원작자인 극작가 마이크 바틀릿(Mike Bartlett)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시청자를 계속 놀라게 할 수만 있다면 어떤 변화나 각색이 있어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단, 주인공이 단순한 ‘희생양’이 되지는 않아야 하고, 그의 도덕성을 완전히 상실해선 안 된다. 여주인공은 도덕적으로는 선한 사람이지만 정의를 원하는 것뿐이고, 포기를 모를 뿐이다.”






주간동아 2020.05.15 1239호 (p38~41)

민은미 주얼리칼럼니스트 mia.min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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