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먹지 않고 바르는 유산균 화장품, ‘반짝’ 효과로 Stop?

다양한 제품은 제약사가 기술 독주…화장품 회사가 효과 입증해야 신뢰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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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19-09-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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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랑콤]

    [사진 제공 · 랑콤]

    얼마 전 한 피부과 홍보 담당자는 “요즘 ‘유산균 화장품’이 뷰티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먹지 않고 바르는 유산균 화장품시장이 몸집을 불리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국산 제품의 경쟁력은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흔히 유산균이라 부르는 착한 미생물인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기능식품의 대명사로 알려져왔다. 꾸준히 먹으면 장내 유익균을 늘려 유해균으로부터 장을 보호하고, 건강한 장내 환경을 만들어 면역력을 키워준다. 그런데 이 미생물을 먹지 않고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화장품업체들은 우선 ‘마이크로바이옴’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이다. 우리 몸에서 생태계를 이루며 서식하는 미생물과 그 유전 정보를 통칭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DNA와 지문처럼 사람은 모두 각기 다른 마이크로바이옴을 갖고 태어나고, 출생 후에도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체에 공생하는 각종 미생물은 생체대사나 질병 등 여러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피부에도 존재하며, 성인의 경우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이 대략 1000종 이상이다. 이 미생물들의 균형이 잘 유지되면 피부 장벽이 탄탄해지고 피부 본연의 보호, 진정 기능도 극대화된다. 이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를 만드는 필수 조건이다. 요즘 화장품 성분으로 관심을 모으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이런 마이크로바이옴에 포함된다.

    건강한 피부에는 유익균이, 노화되거나 트러블이 생긴 피부에는 유해균이 넓게 분포한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 랑콤과 함께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한 마사히라 하토리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나이 든 사람의 피부에는 젊은이에 비해 박테리아 종류가 다양하다는 사실과 함께, 38종의 다른 박테리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특히 나이가 들면 젊고 건강한 피부에 주로 서식하는 유익균의 비율이 줄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이 무너진다. 노화와 더불어 자외선과 미세먼지, 호르몬, 잘못된 식단도 피부에는 위험 요소다.

    피부과 전문의인 김홍석 와인피부과성형외과의원 원장은 “화장품에 함유된 프로바이오틱스는 피부 생태계를 정상으로 돌려놓으면서 염증을 줄이고 피부를 건강하게 만드는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뷰티업계의 핫 이슈 프로바이오틱스

    7가지 프리 & 프로바이오틱스가 
함유된 랑콤의 ‘뉴 어드밴스드 
제니피끄’. [사진 제공 · 랑콤]

    7가지 프리 & 프로바이오틱스가 함유된 랑콤의 ‘뉴 어드밴스드 제니피끄’. [사진 제공 · 랑콤]

    프로바이오틱스는 그동안 해외 화장품에서 종종 이용됐다. 랑콤은 15년간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하며 제품을 만들어왔다. 프로바이오틱스가 함유된 랑콤의 ‘제니피끄 에센스’는 2009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약 2500만 병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건강하고 탄탄한 피부를 되찾아준다고 입소문까지 나 있다. 8월에는 성분을 한층 강화한 ‘뉴 어드밴스드 제니피끄’(50mℓ·15만5000원대)를 선보였다. 락토바실러스 추출물, 효모 추출물, 비피다 발효 용해물이 포함된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와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영양 성분인 3가지 프리바이오틱스가 들어 있다. 랑콤 관계자는 “에센스 1회 사용분에 3000만 개의 프리바이오틱스와 프로바이오틱스 추출물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배모(여) 씨는 제니피끄 에센스를 1년가량 사용했고, 신제품도 일주일이 조금 넘게 얼굴에 발랐다. 그는 “야근이 많은데 일주일 정도 제품을 쓰니 야근 다음 날에도 베이스 메이크업이 들뜨지 않고 잘 먹었다”며 “신제품을 바른 뒤에는 맨 얼굴에도 광채가 생기고 피부 탄력도도 높아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녹차 유래 유산균을 
활용한 일리윤의 ‘프로바이오틱스 
스킨 배리어 에센스 
드롭’과 이니스프리의 
‘더마포뮬러 그린티 프로바이오틱스 크림’, 수분 개선에 효과적인 닥터자르트의 ‘바이탈 하이드라 솔루션 바이옴 에센스(왼쪽부터)’. [사진 제공 · 일리윤, 사진 제공 · 이니스프리, 사진 제공 · 닥터자르트]

    녹차 유래 유산균을 활용한 일리윤의 ‘프로바이오틱스 스킨 배리어 에센스 드롭’과 이니스프리의 ‘더마포뮬러 그린티 프로바이오틱스 크림’, 수분 개선에 효과적인 닥터자르트의 ‘바이탈 하이드라 솔루션 바이옴 에센스(왼쪽부터)’. [사진 제공 · 일리윤, 사진 제공 · 이니스프리, 사진 제공 · 닥터자르트]

    국내 화장품 회사 중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녹차 유래 유산균을 활용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2018년 선보인 일리윤의 ‘프로바이오틱스 스킨 배리어’ 라인에는 녹차 유래 유산균 발효 용해 성분인 ‘락토 스킨 콤플렉스TM’가 들어 있다. 이 성분은 피부 장벽을 강화하고 방어력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연약하고 건조한 피부를 가진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에센스, 크림, 여성청결제, 마스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니스프리 역시 9월 제주 녹차 유산균 발효 용해 성분이 함유된 ‘더마포뮬러 그린티 프로바이오틱스 크림’(50mℓ·2만5000원대)을 출시했다. 8월 진행한 사전 샘플링 3만 개는 반나절 만에 완판됐을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회사원 권모(여) 씨는 피부 장벽 강화에 효과가 있는 제품을 찾던 중 프로바이오틱스 크림을 알게 됐다. 그는 “처음 1~2일간 사용했을 땐 효과를 바로 못 느꼈으나, 2주 이상 꾸준히 바르니 확실히 피부가 탄탄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닥터자르트는 자체 개발한 ‘수분바이옴TM’을 사용한 ‘바이탈 하이드라 솔루션’ 라인을 5월 선보였다. 토너, 에센스, 크림, 마스크 등 8가지 제품으로 구성됐다. 수분바이옴TM은 자르트바이옴TM과 프리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미생물 대사산물)의 복합체다. 피부 수분 환경을 건강하게 조성해 투명하고 맑은 피부로 가꿔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닥터자르트의 에센스를 사용하는 회사원 이모(여) 씨는 “수분감이 풍부해 건조한 계절에 요긴할 것 같다”고 전했다.

    검증된 기술력 갖춘 제약사의 유산균 화장품

    일동제약의 퍼스트랩 프로바이오틱 라인 제품들(왼쪽)과 한미약품의 클레어테라피 프로-캄 페이셜 수딩 크림. [일동제약의 퍼스트랩 프로바이오틱 라인 제품들(왼쪽)과 한미약품의 클레어테라피 프로-캄 페이셜 수딩 크림. [사진 제공 · 일동제약, 사진 제공 · 한미약품]

    일동제약의 퍼스트랩 프로바이오틱 라인 제품들(왼쪽)과 한미약품의 클레어테라피 프로-캄 페이셜 수딩 크림. [일동제약의 퍼스트랩 프로바이오틱 라인 제품들(왼쪽)과 한미약품의 클레어테라피 프로-캄 페이셜 수딩 크림. [사진 제공 · 일동제약, 사진 제공 · 한미약품]

    사실 국내 유산균 화장품시장은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기술력을 갖춘 제약업계가 선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 사례로 일동제약과 한미약품을 들 수 있다. ‘비오비타’ 광고로 친근한 일동제약은 국내 최초로 유산균 의약품을 개발한 회사로 유명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1959년 비오비타 첫 출시 이후 유산균 관련 연구를 거듭해 5000여 종의 프로바이오틱스를 보관하는 종균 은행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은 이를 토대로 자체 개발한 유산균 발효물을 활용해 2017년 ‘퍼스트랩’ 브랜드를 내놓았다. ‘프로바이오틱 라인’은 마스크팩, 세럼, 에센스, 크림, 스킨, 선크림 등으로 구성됐으며 가장 먼저 출시된 마스크는 누적 판매 2000만 장을 돌파했다. 앞으로 스킨케어뿐 아니라 탈모제, 여성청결제도 개발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클레어테라피’의 서브 브랜드로 약국 전용인 ‘프로-캄’을 선보이고 있다. ‘바르는 유산균’을 콘셉트로 2015년에 출시했다. 제품은 27가지에 달한다. 여기에는 고보습 라인 11종, 유소아 라인 4종, 애프터케어 라인 3종, 세정/탈모 라인 4종, 마스크팩 2종, 아크레 라인 2종, 이너뷰티 라인 1종 등이 포함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프로-캄 제품에는 피부 장벽 강화와 보습에 도움을 주는 락토바실루스 아시도필루스, 락토바실루스 람노서스, 비피도박테리움 락티스 3종을 발효해 얻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최대 3만ppm까지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고 밝혔다. 유산균 화장품은 단일 균주 제품이 많으나, 프로-캄에는 복합물 유산균이 들어 있어 효능과 효과가 더욱 강화됐다.

    지속적인 효과 검증이 시장 활성화의 변수

    [GettyImages]

    [GettyImages]

    아직까지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화장품시장은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대체적으로 검증된 효능은 무너진 피부 장벽을 강화해 피부 생태계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국내에서 유산균 화장품이 나오기 시작한 건 3~4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아직 효과가 완벽하게 검증되진 않았으나 긍정적인 데이터가 나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유산균의 효능은 균주의 수와 다양성에서 판가름 난다. 따라서 제품 구입 전 이런 정보가 상세하게 표기됐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화장품 제조 시 프로바이오틱스뿐 아니라 효능이나 사용감 개선을 위해 다양한 성분이 첨가될 수 있다. 이럴 경우 피부 트러블이나 알레르기가 유발되기도 한다. 피부과 전문의인 김세연 차앤박피부과 건대입구점 원장은 “유익균의 역할로 알레르기 반응이 동반될 수 있다”며 사용 전 테스트해볼 것을 권장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의 눈길만 끄는 화장품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늬만 프로바이오틱스가 아니라,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검증된 연구 결과 및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숙 기자

    강현숙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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