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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닥터 김형준의 세·모·고(세상의 모든 고양이)

우리집 고양이, 집에만 있는데 예방접종해야 할까

  • 수의사·백산동물병원장 ppiru@hanmail.net

우리집 고양이, 집에만 있는데 예방접종해야 할까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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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빌딩이 즐비한 도시 한복판에서도 총총걸음으로 길을 가는 고양이를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간혹 예쁜 목걸이를 한 고양이도 눈에 띈다. 그 목걸이는 집 밖을 거닐고 있지만 반려인이 있는 고양이라는 뜻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외출냥이’로, 한정된 공간에서 안전하게 생활하면서 자유로운 삶을 선택할 기회를 얻은 고양이다. 

하지만 집 밖은 늘 위험하다. 각자 사정으로 반려묘의 외출을 허락한다 해도 보호자는 걱정하기 마련이다. 고양이 목걸이에는 그런 우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국내 반려묘 중 외출냥이는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다수는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집냥이’다.


집냥이 건강, 안전하지만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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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주거 형태나 문화에 따라 고양이의 생활환경도 달라진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서구 일부 국가의 경우 반려묘의 30% 정도만 제한된 실내생활을 하며, 나머지는 외출냥이라고 한다. 외국 영화에서 현관문 아래에 작은 문이 뚫린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를 통해 개나 고양이가 집을 드나든다. 

반면 우리나라 고양이는 대부분 집 안에서만 생활한다. 과거에 비해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가 많고, 도시의 자동차는 집 밖을 다니는 고양이에게 매우 위협적이다. 국내에서는 대다수 반려인이 고양이가 자유롭게 외출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집에서 태어나 외출하지 않는 고양이는 길고양이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하지만 이를 과신하는 보호자가 적잖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반려묘가 태어나고 몇 년째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랑스럽게 공개하는 이가 꽤 있다. 자신의 반려묘가 태어난 뒤 한 번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왔으며, 전염성 질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다른 이에게도 실내생활만 하는 고양이라면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권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고양이는 억세게 운이 좋았을 뿐이다. 운이 없는 쪽은 그런 유의 글을 보고 따라 하는 반려인의 고양이들이다. 고양이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사람과 물건은 출입을 한다. 이때 외부 오염 물질이나 병균이 집 안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집냥이가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 

고양이에게 권장되는 필수 예방접종(Core Vaccinations)으로 파보 바이러스(Parvo virus)에 의한 범백혈구 감소증, 허피스 바이러스(Herpes virus) 감염증, 칼리시 바이러스(Calici virus) 감염증 세 가지 감염성 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생성, 강화해주는 종합백신이 있다. 가장 치명적인 질환은 범백혈구 감소증이다. 범백혈구 감소증이 발병하면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살아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일부 논문에서 어린 고양이의 경우 치사율이 90%에 가깝다고 할 정도다. 이는 예방접종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사람이나 동물 모두 예방접종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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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피스 바이러스 및 칼리시 바이러스 감염증은 사람으로 따지면 감기와 유사하다. 이들 감염증은 발병 후 낫는다 해도 면역력이 생기지 않아 감기처럼 고양이 일생에 걸쳐 매우 빈번하게 발병한다. 백신을 맞으면 자주 걸리는 질병도 힘들지 않게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다른 필수 예방접종으로는 대표적인 인수공통 감염병을 예방하는 광견병(Rabies) 백신이 있다. 추가적으로 지역과 상황에 따라 고양이 백혈병(FeLV), 고양이 에이즈(FIV) 같은 비필수 예방접종(Non-core Vaccinations)도 필요하다. 

쉽게 예방할 수 있는 전염성 질환이지만 진료하다 보면 어린 고양이뿐 아니라 3~5세인 성묘가 범백혈구 감소증에 걸린 경우를 적잖게 마주친다. 그중에는 다묘가정의 성묘 여러 마리에게서 동시에 발병해 일부가 살아나지 못하는 일도 있다. 그때마다 수의사로서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인터넷에 떠도는 예외적인 경험을 신뢰하기보다 전 세계적으로 권장되는 예방의학 프로그램을 따르는 것이 더 안전하다. 

각 나라마다, 고양이의 생활환경마다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권장되는 예방접종 프로그램이 있다. 생후 6~8주부터 시작되는 기초접종 프로그램을 잘 따를 것을 추천하며, 이후 해마다 항체가검사 혹은 추가접종을 꾸준히 해야 한다. 국내의 범백혈구 감소증 발병률은 선진국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어미 고양이의 항체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농장식 번식 또한 그 이유 중 하나다. 

결론적으로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반려묘도 치명적인 전염병으로부터 절대 안전하지 않다. 특히 고양이 예방접종률이 전반적으로 높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위험한 바이러스와 접촉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면역력을 획득해 전염병에 독립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고양이에게 예방접종을 반드시 해야 한다. 예방접종은 동물에게도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질병 예방 방법이다. 내 고양이의 예방접종을 빠뜨리지 않았는지 항상 확인하고 해마다 항체가검사나 추가접종을 하는 것을 잊지 말자.






주간동아 2019.03.01 1178호 (p62~63)

수의사·백산동물병원장 ppir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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