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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의 밥꽃, 목숨꽃 사랑 16

귀족풍 외모의 애잔한 사랑

알쏭달쏭 동부꽃

귀족풍 외모의 애잔한 사랑

귀족풍 외모의 애잔한 사랑

나비 모양으로 돋보이며 피는 동부꽃(위)과 동부꽃에 앉아 꽃가루받이를 돕는 벌.

식물학을 공부해보니 생각보다 어렵다. 살아 있는 생명이란 얼마나 변수가 많은가. 한마디로 딱 부러지게 말하기 어렵다. 나 자신이 잘 몰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어떤 부분은 학자끼리도 의견이 다르고, 아직 밝혀지지 않는 부분도 적잖다. 농작물은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자연 그대로 모습보다 사람이 가꾸고 키우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니까. 그렇다면 원산지 환경이 지금 우리 사는 곳과 많이 다를 때는 어떨까.

나비 같은 꽃

동부는 잡곡으로 먹는 콩과 식물이다. 한창 덩굴을 뻗기 시작할 때 연한 동부잎은 쪄서 밥을 싸 먹으면 별미다. 풋동부를 까서 밥에 넣어 먹으면 잡곡밥으로 좋고, 갈아서 전을 부치면 빈대떡은 저리 가라다. 봄에 한 번 심어두면 꽃을 즐기면서 가을 내내 풋동부도 먹을 수 있어 좋다. 동부를 기르다 보면 알다가도 모를 알쏭달쏭 작물이란 생각이 든다. 꽃도 예쁘고 사랑도 그들 나름 열심이지만 그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으니 말이다.

동부는 콩과 식물 가운데 꽃이 제법 커서 어른 엄지 마디 정도다. 메주콩이나 서리태는 꽃이 그야말로 콩알만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잎겨드랑이 사이에 숨어 피니 넓은 잎에 가려 있다. 이에 견주어 동부꽃은 크기도 큰 데다 덩굴 위로 꽃자루를 길게 내어 그 끝에서 핀다. 보려고 하지 않아도 ‘나, 여기 피었소!’ 하고 자랑질을 한다. 모양새는 콩과 식물 꽃이 다 나비꼴이지만 동부꽃이야말로 전형적인 나비꼴. 연보랏빛 꽃잎도 참 곱고 예쁘다. 아침에 밭을 둘러보면 마치 동부라는 덩굴식물에 나비가 여기저기 앉은 듯하다.

동부꽃은 부지런하다. 이른 아침인 6시 정도부터 꽃잎을 열기 시작해 한 시간 정도면 웬만큼 꽃잎이 벌어진다. 꽃술을 감싸고 있는, 한가운데 돌돌 말린 꽃잎을 용골판이라 하고 중간 꽃잎을 익판, 그리고 맨 뒤에서 떡 지키고 있는 꽃잎을 기판이라 하는데, 익판을 펼친 다음 기판을 꼿꼿이 세운다. 그리고 두어 시간쯤 지나 기판을 완전히 뒤로 젖힌다. 이 상태로 햇살을 넉넉히 받으면서 사랑을 나눌 준비를 한다.



동부꽃은 암술 하나에 수술이 10개다. 맨 아래 꽃잎 속에 감춰져 있던 수술 꽃가루가 잘 익었다 싶으면 용골판을 뚫고 수술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다. 이때가 오전 10시쯤. 수술이 5개쯤 나오고 나면 암술이 머리를 살짝 내민다. 이제부터 사랑이 무르익는다. 곧이어 남은 수술 5개도 서서히 고개를 내민다. 낮 1시 정도면 사랑을 마치고 꽃잎을 서서히 닫는다. 점차 갈색으로 말라가면서 꽃잎을 떨군다.

보통 식물학에서는 꽃잎이 크고 화려한 이유는 곤충을 끌어들이기 위한 거라고 본다. 꽃가루받이를 잘하기 위한 식물 나름의 크나큰 에너지 활동이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 동부는 제꽃가루받이를 기본으로 한다는데 왜 그렇게 꽃을 예쁘게 만들고 또 꿀을 만들어 곤충을 끌어들이는가.

귀족풍 외모의 애잔한 사랑

동부 꼬투리. 용골판을 뚫고 나오며 사랑을 나누는 동부꽃. 동부꽃의 암술과 수술(왼쪽부터).

갓끈처럼 주렁주렁 갓끈동부

알고 보니 동부는 딴꽃가루받이도 적잖 게 한단다. 양다리 전략에 능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인지 동부는 잡종이 많다. 동부 가운데 갓끈동부라는 게 있다. 마치 옛날 선비들이 쓰던 갓에 달린 끈처럼 꼬투리가 길게 자란다. 보통 동부 꼬투리가 젓가락 길이 정도라면 갓끈동부 꼬투리는 그 두세 배 길이다. 꽃도 좋지만 길게 자라 주렁주렁 매달린 꼬투리 모양도 보기에 참 좋다.

이 갓끈동부에는 먹을 게 많나 보다. 온갖 곤충이 꼬인다. 많이 들락거리는 곤충은 호박벌. 이 녀석은 길이가 꽃만한 데다 무게도 제법 나가니 꽃에 매달리면 꽃이 처질 정도다. 빨대를 꽂듯이 주둥이를 꽂아 씨방에 든 꿀을 빤다. 그 과정에서 꽃가루받이를 도와준다. 그 밖에 뒤영벌, 등에, 나비가 날아든다.

하지만 사람 처지에서 동부를 거두다 보면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꽃가루받이가 끝나고 꼬투리가 되는 게 그리 많지 않다. 25% 정도. 그나마 맺힌 꼬투리 속을 들여다보면 또 한 번 실망하게 된다. 꼬투리 속에는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8알에서 20알쯤 씨앗이 들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쭉정이가 적잖다.

사실 동부는 따뜻한 곳을 좋아하고 추위에 약하다. 꽃가루는 온도에 더 민감하기 마련. 제꽃가루받이를 기본으로 하면서 곤충들도 곁에서 사랑을 도와주는데 제대로 씨앗을 맺지 못하니, 동부꽃을 볼 때면 새삼 애잔하다.

귀족풍 외모의 애잔한 사랑

선비 갓끈처럼 주렁주렁한 갓끈동부 꼬투리.

동부 : 콩과의 한해살이 덩굴성 식물. 원산지는 아프리카 중·서부지역으로, 고온을 좋아하며 추위에 약하다. 생육일수가 긴 편이다. 보통 80~160일. 봄에 심은 동부는 여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 덩굴 따라 10월까지 계속 피고 진다. 하루로 보면 아침 6시부터 피기 시작해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 사이 꽃밥이 터져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진다. 제꽃가루받이를 기본으로 하지만 자연교잡률도 높아 잡종이 많다. 꼬투리는 품종에 따라 10cm 남짓부터 100cm에 달하는 것까지 있다.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다.



주간동아 2015.10.12 1008호 (p66~67)

  • 김광화 농부작가 flowings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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