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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당도 국민도 외면, 안철수 혁신안

“자기희생적 결단 없는 혁신 주문은 유체이탈화법”…문재인과 경쟁은 바람직

당도 국민도 외면, 안철수 혁신안

당도 국민도 외면, 안철수 혁신안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9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계입문 3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두루뭉술한 새 정치를 내려놓고, 비로소 현실 정치를 시작한 모습이다.”

20여 년간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한 지역위원장은 최근 안철수 의원의 행보에 대해 호평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대중보다 반 발 앞서 나가는 것이 정치인’이라고 했다”며 “지금까지 안 의원의 모습은 대체로 서생적 문제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비쳤는데, 최근 들어 조금씩 상인적 현실감각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안철수 의원의 어떤 행보가 상인적 현실감각처럼 보인다는 것인가.

“안 의원이 최근 낡은 진보 청산, 당의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 등 3가지 혁신안을 구체적으로 내걸고 새정연 문재인 대표와 혁신경쟁을 벌이지 않았나. 안 의원이 혁신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야권발(發) 신당론 등으로 밑동부터 흔들리던 우리 당(새정연)이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던 우리 당이 뭔가 달라지려고 꿈틀대는구나’ 하는 긍정적 신호를 국민에게, 최소한 야당 지지층에게 줬다는 데 안 의원의 혁신경쟁은 의미가 있다.”

당내에서 혁신을 주장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새정연 탄생에 일조한 안 의원의 정치적 자산은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 당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탈당하는 순간 그가 가진 자산을 모두 잃을 수 있다. 한마디로 안 의원 자산은 우리 당에 동결된 상태다. 결국 안 의원은 우리 당 안에서 혁신을 고리로 자신의 위치를 찾고 국민 지지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최근 안 의원이 문 대표와 혁신경쟁을 벌임으로써 당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높여 결과적으로 당에 동결돼 있는 자신의 정치적 자산 가치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안철수의 혁신경쟁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새정연에 대한 정당 지지율은 9월 넷째 주에 23%를 기록, 전주(21%)에 비해 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9월 15일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의 신민당 창당 선언, 20일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신당 창당 선언과 22일 박주선 의원의 새정연 탈당 등 야권 분열과 우후죽순처럼 이뤄진 신당 창당 러시에 대한 반작용으로 새정연 지지율이 소폭 올랐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도 국민도 외면, 안철수 혁신안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9월 23일 국회에서 당 중진의 살신성인을 요구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반부패 척결, 내년 공천까지 유효할까

안철수 의원은 앞으로 어떤 혁신 행보를 이어갈까. 안 의원 측은 “안 의원이 제시한 세 가지 혁신 방향(낡은 진보 청산과 당의 부패 척결, 그리고 새로운 인재 영입)에 대해 안철수식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의 부패 척결과 관련해서는 이미 9월 20일 간담회를 갖고 당이 지향해야 할 ‘반부패 기조’로 ‘무관용(zero tolerance)’ ‘온정주의 추방’ ‘당 연대책임제 도입’ 등을 주문한 바 있다. 특히 부패 관련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원스트라이크아웃’(one strike-out)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안 의원의 반부패 혁신 방향은 23일 발표된 혁신위원회 혁신안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 혁신안에 따르면 ‘1·2심 등 하급심의 유죄 확정자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검찰이 기소한 경우라도 정밀심사를 받는다’ 등 안 의원이 밝힌 강력한 반부패 혁신안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안 의원이 주장한 반부패 기조가 내년 총선 공천 때까지 유지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현실은 안 의원의 주장과 반대 방향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기 때문. ‘하급심 유죄 확정자 공천 배제’를 뼈대로 한 혁신안 발표 직후 새정연 박지원 의원은 “검찰에 우리 당의 공천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며 반발했다.

박 의원은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그룹 회장,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 등으로부터 불법자금 8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2012년 9월 불구속기소돼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박 의원이 강하게 반발하자 문재인 대표는 “개인적 소견으로는 (박지원 의원의 경우) 하급심 판결이 엇갈린 경우”라면서 “최종 판결이 나기 전까지 어느 쪽으로도 예단하고 불이익을 가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인적 소견임을 전제로 한 발언이지만, 문 대표의 이날 발언은 강력한 반부패 혁신안이 순항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안 의원이 반부패 외에 혁신 방향으로 제시한 나머지 두 사안은 낡은 진보 청산과 새로운 인재 영입이다. 두 사안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려면 이미 정치권에 똬리를 틀고 있는, 소위 낡은 진보라 일컬어지는 기성 정치세력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비워야 하기 때문.

새정연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밝힌 ‘낡은 진보’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등 86세대(1980년대 학번, 60년대생) 의원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내 주류로 십수 년간 활동해왔고, 그 어떤 세력보다 강한 결속력을 보이며, 당 곳곳에 포진한 86세대 인사들을 안 의원이 혈혈단신으로 어떻게 ‘청산’하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새정연 한 초선의원도 “낡은 진보 청산이란 구호로는 결코 당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낡았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무슨 근거와 이유로 청산해야 한다는 것인지를 명확히 밝히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제시한 혁신안에 부정적인 새정연 인사들은 “총론 수준의 혁신안으로는 당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새정연 한 인사는 “안 의원이 제시한 혁신안이 당내에서 반향을 크게 일으키지 못하는 이유는 혁신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이 빠져 공허하게 들리기 때문”이라며 “당의 혁신과 다른 사람의 결단을 촉구하려면 무엇보다 자기희생적 결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의 핵심 구성원이자 전직 당대표가 자신의 거취에는 침묵하면서 평론하듯이 당과 다른 사람을 향해 ‘혁신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즐겨 쓰는 유체이탈화법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5.10.05 1007호 (p14~15)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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