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9

2017.08.02

김민경의 미식세계

무덤덤하되 한결같은 매력

쉼표가 필요할 땐 두부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gmail.com

    입력2017-08-02 1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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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책 없이 무덥고 습한 날씨의 연속이다. 더위 탓에 밥 한두 끼 챙겨 먹는 일도 버겁게 느껴진다. 입만 들고 나가면 식당이 줄을 섰지만 무얼 먹고 싶은 마음조차 일지 않는다. 이럴 때 나의 비책은 바로 두부다. 커다란 손두부 한 모를 구해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냄비도 꺼내기 싫으면 전기주전자에 물을 끓여 끼얹는다. 데친 손두부를 큼직하게 썰어 김치나 양념간장을 곁들여 한 끼를 때운다. 참기름소금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우물우물 대강 씹어 넘겨도 소화가 잘되고, 배도 금세 든든하게 불러온다. 게다가 영양소가 풍부하고 열량은 낮아 살찔 염려도 적으니 얼마나 감사한 한 끼인가.

    두부는 콩, 물, 간수 이렇게 딱 세 가지 재료로 만든다. 깨끗한 콩만 일일이 골라 여름에는 한나절, 겨울에는 하루를 꼬박 물에 불린다. 불린 콩을 간 뒤 천으로 감싸 콩물을 거른다. 거른 콩물을 살살 끓이다 간수를 넣고 멍울지도록 부드럽게 더 끓인다. 이때 불 조절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두부의 식감이 달라진다. 멍울진 콩물을 틀에 넣어 모양을 잡으면서 물기를 뺀다. 물기가 다 빠지면 한 모씩 썬다. 콩물을 거르고 남은 것이 콩비지다. 콩비지 역시 두부 못지않은 훌륭한 식재료로 찌개나 전으로 많이들 먹는다.




    순두부는 콩물이 조금씩 멍울지기 시작할 때 웃물과 함께 떠서 먹는 것이다. 간간하고 구수한 맛은 두부보다 한 수 위다. 연두부는 굳힐 때 물을 덜 뺀 것으로 입자가 매끄럽고 아주 부드럽다. 신 김치와 연두부를 섞어 새콤하게 냉국을 만들면 맛있다. 언두부는 두부를 얼린 것으로, 수분이 빠지면서 폭신폭신한 식감이 난다. 유부와 비슷한데 기름기가 없으니 훨씬 맛이 순하다. 언두부를 달걀물 입혀 구운 다음 설탕을 약간 뿌리면 프렌치토스트와 비슷하다. 집에서 요리하고 남은 두부를 얼리면 언두부가 되니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두부를 만들 때 압력을 가해 물기를 완전히 빼면 건두부가 된다. 중국 요리에 많이 쓰이는데 쫄깃쫄깃한 맛이 정말 좋다. 종이처럼 얇아 고기나 채소 등을 싸서 먹을 수 있는 포두부도 있다. 중국이나 대만에서 즐겨 먹는 취두부는 두부를 소금에 절여 삭힌 것으로, 독특한 향으로 유명하다.

    두부는 재료가 단순하기 때문에 맛의 차이가 극명하다. 진짜 맛있는 두부는 누구나 한 입 먹자마자 “오, 고소해!”라는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슈퍼마켓에서는 그런 두부를 구할 수 없다. 강원 강릉시 초당동 ‘토박이할머니순두부’에 가면 검은콩으로 만든 두부를 콩국물에 넣어 먹는 메뉴가 있다. 국수 대신 두부를 넣은 것인데 시원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여름에만 반짝 맛볼 수 있다. 강원 홍천에는 잣을 넣어 두부를 만드는 ‘길매식당’이 있다. 번철에 들기름을 듬뿍 두르고 두툼하게 썬 두부를 지글지글 지져 먹는다. 양념이나 반찬을 곁들이지 않고 뜨거울 때 바로 먹어야 제일 맛있다. 전북 전주에 있는 ‘화심순두부’는 칼칼하게 끓여 내는 순두부찌개와 모두부가 맛있다. 뜨겁고 얼큰한 찌개로 속을 데운 다음 모두부로 달랜다. 두부로 만든 도넛도 있으니 여행길 간식으로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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