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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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 1800달러 국가원수의 행복한 퇴임

관저 없애고 손수 운전한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 지지율 65%

  •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 zsh75@donga.com

    입력2015-03-09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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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 3월 1일 퇴임한 호세 무히카(80) 전 우루과이 대통령의 별명이다. 이날 무히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1987년형 하늘색 폴크스바겐 비틀을 손수 몰고 대통령궁을 떠났다. 대통령에 당선했던 5년 전에도 그는 이 차를 직접 몰고 출근했다. 많은 시민이 거리에서 “굿바이 페페(할아버지)”를 외치며 그를 배웅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실제로 ‘친근한 페페’의 삶을 살았다.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에 있는 그의 자택은 검소함 그 자체다. 거실과 방, 부엌이 각각 1개씩인 허름한 농가로 대통령 자택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그는 대통령 취임 직후 직원 42명이 관리하는 대통령 관저를 노숙인 쉼터로 개방하고 대통령 별장도 팔아버렸다. 자신은 농가에서 낡은 비틀을 몰고 출퇴근했다. 집에는 가정부도 없어 집수리와 가사노동을 직접 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취임 당시 자신의 재산으로 1800달러(약 190만 원)를 신고했다. 낡은 승용차 한 대가 사실상 전부였다. 대통령 재임 중에도 월급 1만2000달러(약 1300만 원) 가운데 90% 이상을 자신이 속한 정당과 사회단체, 서민주택 건설 사업 등에 기부했다. 그가 살고 있는 농가와 인근 농지는 부인 루시아 토폴란스키 상원의원 소유다. 땅과 승용차, 농기계 등 부부 자산을 다 합쳐도 20만 달러(약 2억2000만 원) 남짓이다.

    소유에 시간 보내고 싶지 않아

    지난해 아랍 한 부호가 낡은 폴크스바겐 비틀을 100만 달러(약 11억 원)에 사겠다고 그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사고로 다리 하나를 잃은 자신의 애견이 그 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팔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우루과이 현지 신문에는 길에서 차를 얻어 타려고 손을 흔들었더니 때마침 지나가던 대통령의 차가 멈춰서 집까지 태워줬다는 한 노동자의 일화가 실리기도 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많은 것을 소유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며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돈을 다 갖는 것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인생관을 밝힌 적이 있다. 자신의 검소함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향해서도 “세상이 제정신이 아니다. 내가 평범하게 산다고 놀라워하는데, 그런 관점이 오히려 걱정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루과이 국민은 무히카 전 대통령을 열렬하게 지지한다. 물러나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65%다. 당선 당시 지지율 52%를 뛰어넘는 수치다. 비단 그의 검소한 태도 때문에 지지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의 재임 기간 우루과이는 평균 5%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1960~70년대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좌익 무장 게릴라 조직 ‘투파마로스’에서 활동했다. 1971년 경찰 2명에게 부상을 입히고 자신도 6곳이나 총상을 입은 채 체포돼 14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게릴라 동료였던 지금의 아내도 수감 시절 만나 동거하다 2005년 결혼했다. 둘 사이에 자식은 없다.

    현재 우루과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6000달러 이상으로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에 속한다. 반면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세계 21위에 오르는 등 남미에서 가장 부패가 적은 나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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