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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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바람 몰고 온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두 차례 A매치 ‘절반의 성공’…11월 중동 원정 거쳐 아시안컵 대비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4-10-20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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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 바람 몰고 온 ‘슈틸리케’

    10월 10일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남태희가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60·독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새로운 실험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이 났다. 이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한국 사령탑 데뷔전을 앞두고 “공격을 잘하면 이길 수 있지만, 수비를 잘하면 우승할 수 있다”는 축구계의 오랜 격언을 화두로 던졌다. 시스템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인 공격 축구로 한국 축구가 새롭게 나아갈 바를 제시하겠다는 의미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은 대표팀은 10월 10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2-0 승리를 거뒀고, 나흘 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는 1-3으로 석패했다. 9월 발표된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63위. 파라과이는 이보다 3계단 위인 60위고, 코스타리카의 FIFA 랭킹은 15위다.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전을 통해 한국 축구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그러나 2014 브라질월드컵 8강에 올랐던 북중미 강호 코스타리카와의 경기를 통해서는 해묵은 숙제인 수비력 증강이란 과제도 새삼 절감했다.

    안정보다 선수들 경쟁 유도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공식 데뷔무대인 파라과이전을 앞두고 “이번에 소집한 모든 선수를 A매치 2연전에 출전하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기 결과보다 선수 파악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이었고, 파라과이전에서 기존 주력 멤버로 활약한 선수들을 빼고 새 얼굴을 대거 선발해 기용하는 ‘깜짝 카드’로 성공을 거뒀다. 골키퍼부터 최전방까지 포지션 대부분에서 파격적인 선수 투입이 이뤄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수문장으로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왼쪽 풀백으로 홍철(수원)을 내세우고, 전방에 조영철(카타르 SC)를 기용했다. 4개월 전 브라질월드컵 때와 비교하면 변화폭이 컸다. 이 3명 외에도 남태희(레퀴야 SC), 김민우(사간 도스), 김기희(전북)까지 총 6명이 브라질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코스타리카전에서는 또다시 라인업에 대폭 손을 댔다. 파라과이전 때 후반 교체 투입됐던 이동국(전북)과 손흥민(레버쿠젠)을 선발로 기용했다. 2경기 연속 선발 출장한 선수는 남태희와 ‘쌍용’ 이청용(볼턴),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단 3명뿐이다.

    카타르에서 감독 생활을 했던 그는 ‘중동파’를 집중 점검하면서 이전 대표팀에 뿌리 깊이 자리 잡은 ‘유럽파 중심’ 구도를 깨며 선수들의 자율적인 경쟁을 유도했다. 안정보다 변화를 통해 새로운 동력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고, 이는 그라운드에서 한층 나아진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브라질월드컵 때 한국 국가대표팀을 이끈 홍명보 전 감독은 ‘엔트으리’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눈에 든 선수들만 ‘고집’했다. 베스트 11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안정적으로 주전을 보장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전력 극대화를 꾀하고자 했다.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명확해 경쟁 자체가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모든 것을 결과로 평가받는 승부의 세계에서 홍 전 감독의 이 같은 전략은 완벽한 실패로 결론 났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접근 방법부터 달랐다. 선수 구성부터 기용까지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겠다”고 했고, 자신의 말을 다양한 선수 선발과 라인업 구성으로 입증했다. 파라과이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김민우와 남태희의 활약, 수비 라인을 안정적으로 이끈 홍철의 분전 등은 앞으로 대표팀이 경쟁 체제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갖출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변화 바람 몰고 온 ‘슈틸리케’

    10월 14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코스타리카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울리 슈틸리케 한국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두 차례 평가전에서 보여준 모습이 더 긍정적인 이유는 선수 구성과 기용에서 나타난 하드웨어적 변화뿐 아니라 다양한 전술 등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도 동시에 추구했기 때문이다.

    홍 전 감독은 4-2-3-1 포메이션에 집착했다. 우리 팀 상황에 따라, 상대팀 전술에 따라 변화를 주지 못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한 스타일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어느 경기에서는 ‘티키타카’(tiqui-taca·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한다는 뜻.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가 승리를 이끌 수 있고, 또 다른 경기에서는 공중볼을 띄워야 이길 수 있다. 팀의 지능이 중요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를 다양한 전술로 보여줬다. 그가 선보인 기본 포메이션은 공격 시 4-2-3-1, 수비 시 4-2-4 형태였다. 수비 시에는 수비수 4명이 공을 가진 상대 공격수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공격 시에는 유기적인 움직임과 활발한 패스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빠른 템포로 상대 골문을 두드렸다. 고정된 어느 한 틀에 얽매이기보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한 전술이 돋보였다.

    공격에선 긍정적, 수비에선 불안

    코스타리카전에서 슈틸리케호는 3점이나 내줬다. 빠르고 개인기가 좋은 상대팀을 만났을 때 수비는 여전히 불안했다. 특히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수가 제 위치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나왔다. 그러나 다양한 공격 라인과 상대 압박에 대한 유연한 대처 등에서 과거보다 한층 나아진 긍정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슈틸리케호는 11월 중동 원정을 떠난다. 11월 14일 암만에서 요르단과 원정 평가전을 갖고, 18일에는 테헤란에서 이란과 맞붙는다. 10월 A매치를 통해 일차적으로 선수들을 파악한 슈틸리케 감독은 중동 원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호주 2015’ 준비에 돌입한다. 한국은 개최국 호주, 쿠웨이트, 오만과 함께 A조에 속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재소집 때까지 K리그 경기를 주로 관전하며 선수 점검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소집 훈련도 계획하고 있다. 대회 개막 2주 전 선수들을 소집할 수 있다는 FIFA 규정에 따라 12월 중순 선수들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전지훈련 기간에는 한 차례 정도의 평가전을 통해 전력을 최종 점검할 예정이다.

    한국 축구는 1960년 이후 아시안컵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대륙연맹대회인 아시안컵은 월드컵 다음으로 큰 대회다.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면 아시아를 대표해 차기 월드컵 개최지에서 열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출전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18 러시아월드컵 때까지다. 물론 월드컵 최종예선 통과가 전제돼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러시아월드컵에 앞서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납득할 만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절반의 성공’으로 시작한 슈틸리케호가 거센 파도를 헤치고 어떻게 나아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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