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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콕’에 벽 긁고 왕짜증 원흉은 주차장法이었네

차 덩치는 커졌는데 주차면 규격은 26년간 그대로…20cm 틈으로 문 열고 내리기도 벅차

‘문콕’에 벽 긁고 왕짜증 원흉은 주차장法이었네

‘문콕’에 벽 긁고 왕짜증  원흉은 주차장法이었네

너비 2.3m 주차면에 전폭 1.89m의 기아자동차 카렌스가 주차된 모습. 양쪽에 공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사진 제공 ·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실]

초보운전자는 도로에 나갈 때보다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이 더 두렵다. 도로에서는 선배 운전자들이 차량 뒤에 붙은 ‘초보운전’ 스티커를 보고 잔뜩 긴장해 있을 초보운전자를 배려하지만, 주차장은 도로와 달리 인정(人情)이 없는 삭막한 공간이다.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적막한 주차장에서 초보운전자는 폭 2m에 육박하는 차량을 너비 2.3m에 불과한 주차면에 정확히 넣어야 한다. 혹시라도 실수해 옆 주차면에 걸쳐 세우거나 옆 차량에 흠집이라도 내면 큰일이다. 도로에서는 초보의 실수를 눈감아주던 선배 운전자도 주차장에서 생긴 문제에는 자비를 베풀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에는 후방 경보기나 카메라 등 다양한 주차 보조 장치가 포함돼 있지만 주차는 여전히 어렵다. 모두 운전이 미숙한 탓일까. 그렇지 않다. 자동차는 계속 커지는데 주차면은 1990년 규정을 따라 사실상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데 더 큰 원인이 있다.



효율적 토지 이용? 오히려 0.2m 줄여

주차면이 좁으면 숙련된 운전자도 불편하다. 주차된 차 간격이 좁아 주차 후 차에서 내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점차 커지는 자동차의 주차 문제를 해결하고자 확장형 주차면을 신설하고 있지만 중·대형 자동차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3조에 명시된 주차단위구획 최소 너비 기준 2.3m는 26년 전인 1990년 효율적인 토지 활용을 명분으로 2.5m에서 0.2m 줄인 이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법이 개정된 90년에는 자동차 전폭이 대부분 1.8m를 넘지 않아 큰 문제가 없었다. 당시 판매되던 88년형 쏘나타의 전폭은 1.750m, 86년형 그랜저의 전폭은 1.725m다.



하지만 16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자동차는 놀랄 만큼 덩치가 커졌다. 2017년형 쏘나타는 전폭이 1.850m로 28년 전(1988년형 쏘나타)에 비해 10cm나 늘었다. 대형차는 대부분 전폭이 1.9m를 넘는다(2017년형 카니발 1.935m, 2015년형 K9 1.900m 등). 전폭 1.9m의 자동차를 너비 2.3m 주차면에 주차하고 나면 여유 공간은 40cm에 불과하다. 여기에 자동차 문의 두께 20cm를 감안하면 실제 사람이 타고 내릴 수 있는 여유 공간은 겨우 20cm이다. 수입 대형차는 전폭이 더 넓다. 2015년형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폭이 2.173m에 육박한다.

자동차 소비자의 대형차 선호 현상도 자동차 비대화에 한몫했다. 8월 현재 자동차등록 현황을 보면 82%가 배기량 2000cc 이상의 중·대형 자동차다. 이 가운데 대형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15.8%이다. 2000년 대형차 비율이 전체 자동차의 8.6%인 것을 감안하면 16년 만에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국내 자동차 소비자는 첫 차를 살 때도 준중형 이상을 고르는 등 해외 자동차 소비자에 비해 큰 자동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차된 차의 간격이 좁으니 차 문도 조심조심 열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부주의하게 문을 열었다가는 바로 옆 차를 찍는 ‘문콕’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형 그랜드 스타렉스(전폭 1.920m)를 운전하는 경기 안양시의 김모(27) 씨는 “일부 주차장은 주차면이 너무 좁아 운전석 여닫이문을 열고 내리면 ‘문콕’ 사고가 날까 봐 주차 후 뒷좌석으로 넘어가 미닫이문으로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도로 최저 기준보다 좁은 지하주차장 진입로

‘문콕’에 벽 긁고 왕짜증  원흉은 주차장法이었네

서울 양천구의 한 상가 지하주차장 진입로. 좁은 폭 때문에 차들이 지나가다 벽이나 연석을 긁어 손상돼 있다. [박세준 기자]

실제로 ‘문콕’ 사고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주차장 사고특성 분석’에 따르면 보험사에 접수된 자동차보험 주차장 사고 94만3329건과 대형마트나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자동차 625대의 사고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문콕’으로 보험 처리된 사고는 2010년 230건에서 2014년 455건으로 97.8%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콕’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다뤄졌다. 9월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현재의 주차장 너비 기준이 차량 대형화 추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최근 주차장에서 많이 발생하는 소위 ‘문콕’ 사고도 비현실적인 주차장 너비 기준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정부에서도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2012년 7월 주차장법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해 주차 대수가 50대를 넘는 주차장의 경우 너비 2.5m 이상의 확장형 주차면을 30% 이상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2012년 이전에 건립된 주차장에는 확장형 주차면 설치를 강제할 수 없다. 게다가 30%의 확장형 주차면으로는 중·대형 차량의 빠른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한다. 서울 관악구의 임모(36) 씨는 “막상 차를 몰고 나와 보면 확장형 주차면이 마련된 주차장을 찾기 어려울뿐더러, 찾더라도 이미 다른 차가 주차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주차면 자체가 좁은 것 외에도 국내 주차장 법규에는 날로 커지는 자동차를 감안하지 못한 허점이 또 있다. 일부 주차장 진입로가 너무 좁아 차량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 양천구의 한 상가건물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려면 길게 꼬여 있는 회전형 진입로를 내려가야 한다. 어두운 지하에 회전형 진입로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데 폭까지 너무 좁다. 이 때문에 이 주차장의 연석에는 자동차 바퀴 자국들이 선명하고, 차량이 긁고 간 흔적도 벽면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서울 금천구의 박모(28) 씨는 “인근 식당에서 가족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이라 이 건물 주차장을 종종 이용하는데 진입로가 너무 좁아 매번 불편하다. 지난해에는 진입할 때 각도를 조금 크게 잡았다가 차량 뒷부분이 벽에 긁히기도 했다”고 밝혔다.

주차장 진입로가 위험할 정도로 좁은 이유도 개정되지 않은 규정 때문이다. 주차장 진입로 규정 역시 주차단위구획과 마찬가지로 1990년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르면 지하식 또는 건축물식 노외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차로의 경우 직선형은 3.3m 이상, 곡선형은 3.6m 이상 폭을 확보해야 한다. 규정된 폭은 차로 양쪽 끝에 설치하는 30cm 너비의 연석도 포함된다. 연석이 차지하는 너비를 차로 폭 기준에서 제하면 실제 직선형은 2.7m, 곡선형은 3m로 최소 차로 폭인 3m(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5조)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겨우 만족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커지는 자동차 크기에 맞춰 주차장 진입로의 폭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15년 주차장 진입로 폭 기준을 연구한 결과 ‘1990년 법 개정 이후 26년간 차량이 커진 만큼 회전 반경도 늘어났기 때문에 진출입로가 현행 기준보다 최소 60cm 이상 넓어져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정부 차원의 법 개정 필요

‘문콕’에 벽 긁고 왕짜증  원흉은 주차장法이었네

오래된 지하주차장일수록 진입로나 내부 차로가 좁아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뉴시스]

박경아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짓는 주차장은 운전자 편의를 감안해 대부분 진입로 폭이 4.5m 이상이다. 과거에 지은 일부 주차장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안다”며 “주차장 진입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자동차가 지하주차장에서 주차면을 찾아 들어갈 때 회전 폭이 좁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차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지하주차장 내 차로 커브 구간의 최소 회전 반경은 6m. 박 부연구위원은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중형차의 크기가 법안이 만들어진 1990년과 비교해 대부분 전폭이 1.8m를 상회한다. 이 사실을 감안하면 지하주차장 내 차로 커브의 회전 반경은 최소 8m 이상 확보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 진입로에 관한 규정은 차로 너비 외에도 문제가 많다. 50대 미만 소형 주차장은 진입로와 출입로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소형 주차장을 이용하는 운전자는 진입로나 출입로를 이용할 때 항상 맞은편에서 차량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주차장 내부 밝기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진입로 밝기에 관한 규정은 없다.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진·출입로 입구에 도로반사경, 조명 시설 등 안전장치가 필요한 경우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주차장 사용자들이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넣어야 비로소 안전장치를 설치할 수 있다.

박경아 부연구위원은 “소형 주차장 진·출입로 문제 등 주차장법 시행규칙 중 안전상 문제가 있는 내용은 수정이 필요하다”며 “좁은 주차면과 관련해서는 현행 2.3m인 주차면의 너비를 2.5m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연구 내용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국토부에서도 확장형 주차면을 늘리는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필수 교수는 “주차는 국가와 자동차 소비자가 함께 노력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주차장법 시행규칙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동차 크기가 커질 때마다 주차장의 주차면을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토부의 법 개정과 동시에 큰 차량 위주의 자동차 구매 문화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간동아 2016.10.19 1059호 (p28~30)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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