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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봄을 만들어요”
“한 번 더 가자, 한 번 더. 옳지∼ 잘한다!”떡국 한 그릇에 나이 한 살,한시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고사리 손에 쥐어진 떡메질이 바빠진다.철썩철썩, 힘찬 떡메치기 소리에 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
20100216 2010년 02월 09일 -
눈물을 닦아 주세요!
진흙 과자로 허기를 채우기 일쑤였지만 그럭저럭 하루 세 번쯤 웃었습니다.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무너진 그날 이후 아이티는 표정을 잃었습니다.한숨과 공포와 광기가 차례로 지나간 땅에는조용히 침묵만 쌓여갑니다.입을 다문 사람들 대신 낙서…
20100209 2010년 02월 03일 -
너도나도 술술 풀려라!
“수능 대박. 열공하겠다.”“9급 공무원 시험에 붙게 해주세요.”새해가 다가온 설렘도 잠시, 분홍 빛깔 소원을 복주머니에 가득 담아 정성스레 매달아본다.소원을 비는 사람은 달라도 바라는 마음은 매한가지. 2010년 경인년에는 내 인…
20100202 2010년 01월 26일 -
‘짝꿍’ 거북선 만난 이순신 장군은 좋겠네!
번쩍번쩍 울퉁불퉁. 광화문에 괴물체가 나타났다. 고(故) 백남준의 작품 ‘프랙탈 거북선’이다. 고물 TV, 버려진 피아노, 폐차의 잔해…. 요모조모 뜯어보니 꽤 소박하고 재미있다. 묘한 친구의 등장에 지나가던 시민도, 홀로 동장군에…
20100126 2010년 01월 19일 -
숨죽인 눈과 얼음의 나라
한파가 지나간 자리, 강(江)마저 얼어붙었다. 거대한 얼음덩어리에 비친 태양은 여전히 눈부시고, 곱게 내린 눈꽃은 그럼에도 부드럽다.하지만 강은 태어날 때부터 흐르고자 한다. 어서 빨리 따스한 봄이 찾아와, 저 강과 내 마음속 …
20100119 2010년 01월 12일 -
雪山 白虎처럼 포효하라!
2010년 경인년(庚寅年)은 ‘백호(白虎)’의 해. 역술가들은 백호띠 사주가 좋다는 속설 때문에 출산율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호랑이해는 경인, 병인, 무인 순으로 육십갑자가 순환하는데, 경인년의 ‘경(庚)’이 흰색, 즉 서쪽을…
20100112 2010년 01월 05일 -
너를 어루만지는 바람이고 싶다
80m 높이에 매달린 41m 길이의 세 날개는 바람을 기다린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은 이 날개를 만나 1년에 103억원어치의 전기를 만들어낸다. 풍력발전기 24기가 만들어내는 전기는 연간 3만9600kW. 2만 가구가 1년간 쓸 수…
20100105 2009년 12월 28일 -
수고했다, 2009년!
차가운 겨울밤을 뚫고 질주하는 자동차의 궤적이 신비로운 ‘S라인’을 이룬다. 올 한 해도 열심히 달린 당신의 365일은 가정에도, 일터에도, 이렇게 도로 위에도 아름다운 흔적을 남겼다.이 다리 끝에서는 또 얼마나 희망찬 새해가 기다…
20091229 2009년 12월 22일 -
바람난 광장의 미끄럼틀
며칠 전 총격전과 차량폭파 장면을 찍던 자리에 아파트 13층 높이의 스노보드 점프대가 섰다. ‘광장 민주주의’의 비릿한 땀내는 사라지고, ‘유흥 상업주의’의 화려한 홍보 영상만 남은 걸까. 하얀 슬로프는 꽉 막힌 아스팔트를 저 아래…
20091222 2009년 12월 17일 -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싶다
출산율 1.22명 시대. 물정 모르는 이들은 “요즘 엄마들이 이기적이라 아기를 낳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에선 “‘출산파업’을 통한 여성들의 ‘복수’가 시작됐다”고도 한다. 하지만 양 볼을 귀엽게 붉히고 입술을 오물거리며 힘차게 젖…
20091215 2009년 12월 09일 -
필리핀 민주화 새벽은 언제 오나?
필리핀에서 일어난 최악의 정치 테러는 50명이 넘는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이들은 신체가 절단되고 얼굴이 훼손되고 성적 수모까지 당한 끝에 죽어갔다. 테러범들은 한순간 짜릿한 승리감을 맛봤겠지만, 칠흑 같은 어둠이 언제까지나 지속…
20091208 2009년 12월 06일 -
한국의 情을 버무려 담갔어요
“Oh, la la. 왜 이리 매워요?”“그런데 씹을수록 단맛이 나네, 정말 맛있어요.”맵다고 온몸을 바르르 떨며 손사래를 치다, 그새 잊었는지 이내 한 입만 더 먹어보자고 조르는 프랑스인들의 얼굴에 가을햇살보다 밝은 미소가 내려앉…
20091201 2009년 11월 21일 -
盡人事待天命 … 수고했다
드디어 수확의 날. 예나 지금이나 칼바람이 몰아친다. 어젯밤 제대로 잠은 이뤘을까. 오직 ‘대학’이라는 목표 하나로 씨를 뿌린 지 12년.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운명이 결정되는 불합리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떨리고 초조하고 답…
20091124 2009년 11월 18일 -
세종시의 낮과 밤
온통 붉은 황토다. 흙산이 금세 생겼다 사라진다. 공사판 한쪽 ‘중심행정타운’이란 깨알 같은 팻말을 보니 세종시 한복판이다. 이곳에 도대체 뭐가 들어서는 게 좋을까. 논란 속에 매일 밤 촛불들이 하나 둘씩 늘어난다. ‘인생은 미완성…
20091117 2009년 11월 09일 -
플루도 숨죽인 고3 교실
수능시험을 치른 뒤 가장 하고 싶은 게 뭘까. 고3 여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1위는 ‘스타일 변신’이었다. 대학생 언니들처럼 파마도 하고, 짧은 치마도 입고, 화사하게 화장도 하고 싶은 아이들. 하지만 수능시험을 눈앞에 둔 오…
20091110 2009년 11월 04일 -
‘신종플루의 기습’에 당했다
“유비무환이다” “과잉대응이다” 투덕거리는 사이 바이러스가 우리 아이들을 유린하고 있다. 신종플루로 휴교하는 학교가 줄을 잇는다. 오늘 1명에게 열이 나면 내일 100명의 확진환자가 생겨나는 현실. 환자 증가세가 조금 숙진다고 “등…
20091103 2009년 10월 28일 -
바람에 실려 가을이 저만치 가네
바람결에 온몸을 맡긴 채 서걱서걱 머리채를 흔들며 춤추는 억새는 가을을 타는 황혼의 신사를 닮았다. 어느새 키만큼 자란 억새밭 은빛 물결 속에서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흘러가는 세월의 향기를 맡는다.
20091027 2009년 10월 21일 -
“엄마, 깍두기 함께 담가요”
엄마, 아빠 어릴 적엔 서울 어린이들이 벼를 보고 ‘쌀나무’라 했다죠. 하지만 요즘 서울 어린이들은 농촌 까막눈이 아니에요.서울에서도 노랗게 익어 고개 숙인 벼와 붉은 태양처럼 잘 익은 감을 볼 수 있으니까요.엄마, 올 김장은 저도…
20091020 2009년 10월 14일 -
여름 햇살이 황금으로 익었다
“키다리 허수아비 뎅그렁 종을 치면 놀러 온 아기참새 깜짝 놀라 포로롱 고추잠자리는 동그랗게 빙빙 들판을 맴돌다 하늘 속으로 숨네 논두렁 코스모스 고운 빛 노랫소리 지나가던 실바람 살며시 들판에 입 맞추고 해는 뉘엿뉘엿 서산을 넘…
20091013 2009년 09월 30일 -
어깨 펴고 고향 가고파
“취직은 언제 할래?” “공부는 잘하고 있냐?”올해도 한가위는 코앞으로 닥쳐왔지만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다.부모님의 잔소리마저 그리워도 취업 못한 ‘죄 아닌 죄’로 고향에도 못 가는 신세.내일은 희망의 날개를…
20090929 2009년 09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