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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자의 문화유산 산책

삼별초 항쟁사 보여주는 유물

고려 무인정권의 비밀통로 ‘마도3호선’

삼별초 항쟁사 보여주는 유물

삼별초 항쟁사 보여주는 유물

수심 9m 아래에 있는 마도3호선. 진공흡입 펌프로 흙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옅은 안개가 낀 2015년 10월 19일, 고무보트를 타고 ‘김준의 배’라 부르는 ‘마도3호선’ 발견 지점인 충남 태안 마도 앞바다를 찾았다. 마도3호선은 2011년 5월 발굴된 고려시대 선박으로, 남해안 여수 등지에서 출발해 고려 임시수도 강화도로 가는 길이었다. 육지와 3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마도와 신진도 사이의 비교적 수심이 얕은 곳에 묻혀 있었다.

마도3호선에서는 목간 35점, 도자기 91점, 금속 62점이 나왔다. 글씨를 쓴 나무패를 뜻하는 목간은 오늘날 택배 주소와 성격이 같다. 당시 마도3호선에 실렸던 화물의 수취인은 무인정권 최고 권력자인 김준과 그의 측근들, 그리고 관청이었다. 이 사실을 밝혀낸 건 ‘신윤화 시랑 댁에 올림(辛允和侍郞宅上)’ ‘유승제 댁에 올림(兪承制宅上)’이라고 적힌 목간 덕분이다.‘고려사절요’에 따르면 신윤화는 1260년 장군을 지낸 인물이다. 따라서 마도3호선의 항해 시기가 1260년대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목간이 알려준 정보는 더 있다. ‘승제’는 왕명을 전하는 관리로, 이름은 유천우였다. 그는 1265〜1268년 재직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목간은 ‘사심 김영공님 댁에 올림(事審金令公主宅上)’이다. ‘영공’은 극존칭으로, 1260년대 중반 영공으로 불릴 인물은 최고권력자 김준밖에 없었다. 노비 출신인 김준은 1258년 최씨 정권의 마지막 집권자인 최의를 죽이고 권력을 잡았다. 이후 고려 원종 6년(1265) ‘시중’에 임명됐고 ‘해양후’에 봉해졌다. 이때부터 ‘영공’으로 불렸다. 또 그는 ‘사심(事審)’이기도 했다.

고려는 지방세력을 통제하고자 사심관제도를 운영했다. 중앙관료를 연고지의 사심으로 임명해 부호장 이하 임명권을 주고, 반역이 일어나면 연대 책임을 묻는 제도였다. 그런데 김준은 1268년 원종과 임연 세력에 의해 제거됐다. 이런 여러 정보를 통해 마도3호선은 1264년에서 1268년 사이 난파된 것으로 분석됐다.

마도3호선에는 벼·보리·밤 등과 젓갈류가 담긴 항아리가 많이 실렸다. 사슴뿔, 말린 홍합, 생전복, 전복젓갈, 개고기포와 대나무상자를 가득 채운 상어뼈도 있었다. 강화도에서 개경으로 환도하기 직전 최고집권층에게 보내는 곡물과 먹을거리가 실려 있었던 것이다. 역시 마도3호선에서 발견된 ‘우삼번별초도령시랑(右三番別抄都領侍郞)’이라는 목간은 삼별초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삼별초 지휘관이 하급 무반이 아닌, 4품 시랑이라는 점이다. 또 좌별초와 우별초가 각기 3개 번으로 구성돼 운영된 것도 알 수 있다. 몽골군에게 끝까지 저항한 삼별초의 실체를 전해주는 귀한 자료다.

마도3호선은 지금까지 발견한 한국 고선박 14척 가운데 원형에 가장 가까운 배다. 길이 12m, 폭 8.5m, 깊이 2.5m 규모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선체를 분해해 인양하지 않고 통째로 발굴할 계획을 세웠다. 노경정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현재 안전설비를 한 후 원래 침몰된 지역에 그대로 둔 상태인데, 갑판부만 소실되고 배의 90% 이상이 남아 있다. 10년 후쯤 인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환석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과장은 “고려가 강화도에서 몽골과 항쟁하면서 집권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물자 해운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며 “마도3호선을 통해 무인정권의 비밀통로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도3호선에서 발굴한 유물은 6월 문을 여는 태안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서해수중유물보관동에 전시할 예정이다.

삼별초 항쟁사 보여주는 유물

선체의 대부분이 남아 있는 마도3호선 도면과 발굴 유물 위치도. 13세기 고려 사람들이 각종 젓갈과 물 등을 담았던 마도3호선 내 항아리(왼쪽부터). [사진 제공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입력 2017-05-02 14:44:43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sjchoi54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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