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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새 연재 |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아름답고 멋진 ‘장기하와 얼굴들’

한국대중음악상

아름답고 멋진 ‘장기하와 얼굴들’

아름답고 멋진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의 리더 장기하.

지난 한 해 대중음악계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 ‘케이팝(K-pop)’ 열풍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최근, 아니 적당히 오랜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걸작이 쏟아진 해였기 때문이다. 평단뿐 아니라 시장에서도 약진한 앨범들이 등장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라디오에서 많은 리퀘스트를 받는 음악들이 있었다. 그래서 기대됐다. 2월 29일 열린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

다른 시상식과 달리 한국대중음악상은 인기와 판매량보다 음악성에 중점을 둔다. 교수, 기자, PD, 평론가 등 음악 관계자들이 몇 차례 투표 및 회의를 통해 최종 후보와 수상자를 결정한다. 앞서 말했듯이 2011년은 워낙 경쟁이 치열했기에 여느 때라면 충분히 수상을 점칠 수 있었을 음반이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치열함을 뚫고 가장 많은 부문에 후보로 오른 음반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2집과 이승열의 ‘Why We Fail’이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 등 총 4개 부문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이승열은 모던 록 부문에서 앨범, 노래를 모두 수상하며 2개의 상을 받았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4관왕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간혹 3관왕은 있었어도 4관왕은 6회 시상식 때 이적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그때는 경쟁 후보들이 올해보다 상대적으로 약하기도 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4관왕이 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승열에 비해 지명도가 높고, 음반 판매량도 많았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한국대중음악상은 인기와 상업성보다 음악성을 중시하는 상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생각한다. 당초 예상을 깨고 장기하와 얼굴들이 4관왕에 오른 건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의 어떤 징후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뮤지션의 음악 인생을 하나의 산에 비유하자면, 봉우리가 완성되는 과정은 크게 둘로 나뉜다. 첫째는 확장이다. 특정 장르나 스타일 혹은 분위기를 골자로 해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형식이다. 나무가 나이테를 늘려가듯, 그렇게 멋진 음악을 만들어나간다. 둘째는 혁신이다. 성공한 전작의 방법론을 벗어던진다. 기대를 배반한다. 그리고 다시 성공을 거둔다. 의외로 어렵다. 새로운 것을 원하는 사람보다 익숙한 것을 원하는 이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적어도 음악에서는 그렇다. 듣는 이뿐 아니다. 창작자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본래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장기하와 얼굴들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싸구려 커피’ 싱글과 1집 ‘별일 없이 산다’는 장기하 특유의 ‘랩과 노래 사이의 무엇’에서 기인한 싱어송라이터적 음악에 기댔다. 이것이 성공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2집에서 밴드 사운드로의 완벽한 변신을 이뤘다. ‘장기하’가 ‘장기하와 얼굴들’로 완성된 것이다. 1집에서 이미 밴드를 지향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 한 장의 앨범으로 이러한 혁신을 이룬 팀은 한국 대중음악사를 통틀어도 흔치 않다. 게다가 해외의 최신 트렌드도 아닌, 1960~70년대 록의 문법을 단숨에 빨아들여 자기화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측근을 제외하면 없었을 것이다.

아름답고 멋진 ‘장기하와 얼굴들’
이승열 역시 훌륭한 앨범을 냈다.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최고의 앨범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아름답고 멋진 확장이었다. 하지만 확장은 혁신을 이길 수 없었다. 퇴적으로 형성된 산도 멋지지만, 에베레스트처럼 융기를 통해 만들어진 산에 시선이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주간동아 2012.03.12 828호 (p72~72)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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