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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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잇따라 출간 다 이유가 있다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1-11-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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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전국시대 잇따라 출간 다 이유가 있다
    카드대란이 터진 것은 2003년이다. 1998년 외환위기 경험도 있었던 터라 각자가 느끼는 위기감이 컸다. 그때 유행했던 책이 ‘인문적 실용서’였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강명관, 푸른역사),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고미숙, 그린비), ‘현산어보를 찾아서’(이태원, 청어람미디어), ‘미쳐야 미친다’(정민, 푸른역사),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덕일, 김영사) 등이다.

    이 책들은 역사의 비주류를 등장시키고, 발상의 전환이라는 주제의식을 드러내며, 실사구시의 철학을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치관이 급격히 변하던 18세기를 다뤘다는 점이다. 18세기 조선은 서양의 과학기술과 천주학이 유입되는 바람에 당시 지배 이념인 성리학 일변도의 사유체계가 무너지던 때였다. 이렇게 지식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한국판 문예부흥’을 이뤘다. 18세기에 격정적인 삶을 살며 놀랄 만한 사유의 모험을 펼친 이들의 이야기는 문명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격히 전환하는 단경기(端境期)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삶의 가치와 본질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영감을 안겨줬다.

    최근 춘추전국시대를 다룬 책이 늘었다. 사마천의 ‘사기’는 김원중 번역본(민음사)이 완간되고, 그림과 도판이 많이 들어간 김영수 번역본(알마)도 연이어 출간됐다. 공자, 맹자의 저서를 재해석한 책과 당시 인물을 다룬 평전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춘추전국시대를 다룬 거대한 스케일의 시리즈도 출간되고 있다.

    최근 철학자 강신주의 ‘제자백가의 귀환’(전 12권, 사계절) 시리즈 가운데 1권 ‘철학의 시대’와 2권 ‘관중과 공자’가 나왔다. 이보다 먼저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역사학자 공원국의 ‘춘추전국이야기’(전 12권, 역사의아침) 시리즈 중에서는 춘추시대 첫 번째 패자인 제 환공과 엄격한 법가적 군주인 진 문공, 남방의 웅략가인 초 장왕을 다룬 책이 각 권으로 이미 선보였으며, 정치의 정수를 보여준 정나라 자산을 다룬 4권이 곧 출간될 예정이다.

    왜 지금 ‘제자백가’가 등장한 춘추전국시대에 주목하는가. “전쟁과 살육의 시대였던 춘추전국시대는 무한경쟁, 약육강식으로 고통과 상처에 신음하던 시대”(강신주)였다. 지금은 한 국가 단위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 글로벌 경쟁 시대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유일사상’이나 다름없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니까 우리가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에게서 지혜를 얻고자 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적 성찰로 여겨진다.



    강신주는 최초로 패업을 달성한 관중을 당대 지식인의 롤모델이자 이상향으로 내세운다. 공원국은 관중의 도움을 받아 패업을 완성한 제 환공을 1권에 내세웠다. 그러니까 관중이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상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인식을 같이 했다고 볼 수 있다.

    관중은 국가 철학자로서 정치 현실에서 최초로 성공한 인물이다. 강신주는 관중의 성공이 이후 제자백가 사상의 번영을 가능하게 해준 토대가 됐기에 중국 철학의 시작으로 간주되는 공자의 철학적 보수주의보다 관중의 정치학적 현실주의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춘추전국시대 잇따라 출간 다 이유가 있다
    어쨌든 지금 이 시대는 불투명한 미래의 안개를 걷어줄 ‘영웅’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역사에서 통찰력을 얻으려는 대중의 욕구가 갈수록 증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식사회는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역사 해석을 둘러싼 여러 문제제기에도 학자는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한다. 이런 시대에 대중은 난세를 이겨낼 인물에게서 생존의 지혜를 갈구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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