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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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정말 그렇게 영업할래?”

서민카드 혜택은 줄이고 VIP카드엔 듬뿍…얌체 상술 기승에는 허술한 규정도 한 요인

  • 강아름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 saram@hk.co.kr

    입력2011-08-29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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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사, 정말 그렇게 영업할래?”

    2011년 1월 여신금융협회 카드합동점검반이 서울 시내 유통매장의 카드 발급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 가양동에 사는 주부 김모(43) 씨는 8월 20일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잠실 롯데월드에 놀러 갔다가 신용카드(연회비 5000원)를 신청했다. “월평균 10만 원 이상만 쓰면 어른 3만8000원, 어린이 2만9000원인 자유이용권이 반값이고 입장은 무료”라는 카드 설계사의 설득에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 설계사는 롯데월드 무료입장 혜택을 2012년 2월부터 폐지한다는 사실을 김씨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부가서비스 혜택 슬그머니 축소

    최근 들어 카드사가 서민이 애용하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부가서비스 혜택을 슬그머니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그간 고객 유치 때마다 활용해온 ‘미끼용 혜택’을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나선 것. 그러면서도 마케팅 비용이 더 드는 고액자산가 대상의 VIP카드에는 더 많은 혜택을 추가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 VIP고객을 찾아 영업하는 한 카드사 직원은 “연회비가 비싼 프리미엄급 카드는 연회비 이상의 쿠폰과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고객 처지에서는 오히려 남는 장사”라고 고백했다.

    카드업계 1위 업체인 신한카드는 2012년 3월부터 놀이동산(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랜드)과 음식점(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베니건스, 피자헛, 스타벅스 등 13개), 영화(CGV, 맥스무비, 인터파크 등 8개) 할인 혜택 기준을 전월 사용 실적 20만 원 이상에서 30만 원 이상으로 높인다. 카드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오락과 요식 분야만 골라 혜택을 주는 실적 기준을 50%나 높인 것.

    현대카드도 2012년 2월부터 연회비가 아예 없는 카드(현대카드C포인트)나, 1만 원 이하인 카드(현대카드S, 여우카드)를 대상으로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50% 할인 혜택을 폐지한다. 롯데카드는 롯데월드 무료입장 서비스와 무이자 할부 서비스 이용 시 제공하는 0.3~1% 적립포인트도 내년 2월부터 없애기로 했다. 하나SK카드 역시 12월부터 항공 마일리지 적립 때 무이자 할부 사용금액은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카드사의 부가서비스 축소 러시는 신용카드에서 멈추지 않는다.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에게 주로 발급하는 체크카드도 예외가 아닌 것. 카드 사업만 하는 전업계 카드사가 신용카드 혜택 축소를 주도한다면, 체크카드 부가서비스 축소는 은행계 카드사가 나서서 주도한다.

    VIP카드 혜택은 듬뿍

    우리은행은 10월부터 ‘우리V체크카드’의 부가서비스 혜택 제공 기준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당초 3개월 30만 원 사용에서 전월 20만 원 이상 사용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 기업은행은 12월부터 전기료 납부 전용 체크카드의 캐시백 적립률을 기존 1.05%에서 0.75%로 줄인다. 고객 처지에선 씀씀이는 커지는 대신 돌아오는 혜택은 적어지는 셈이다.

    농협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올 3월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라 부득이하게 체크카드 부가서비스를 내년 1월부터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힌 뒤, 10개 카드의 혜택 제공 기준을 일제히 높였다. NH채움체크카드의 경우 영화관, 커피점, 서점에서의 할인 혜택 기준을 전월 이용 실적 10만 원 이상에서 20만 원 이상으로 올렸을 뿐 아니라, 할인 횟수도 월 5회에서 월 3회로 축소했다. 씨티은행도 9월부터 ‘A+체크카드’의 할인 혜택 제공 기준을 강화한다. 월 10만~20만 원 이용 시 2000원을 제공하는 혜택을 중단키로 했고, 사용액의 1%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혜택도 사라진다.

    이에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최고 4.5%였던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현재는 1.0%까지 낮아졌다”면서 “카드사가 손익을 맞추려고 할인 혜택을 줄인다”고 말했다.

    3월 금융감독원은 신용카드와 달리 체크카드는 자금을 마련하지 않아도 되고 연체도 발생하지 않으므로 수수료율을 낮출 여지가 있다는 업계 안팎의 지적에 따라, 연간 매출 9600만 원 미만의 영세·중소 가맹점은 1.0% 이하로 낮추고, 일반 가맹점의 경우 전업카드사는 1.7% 이하, 은행계 카드사는 1.5% 이하로 인하하도록 유도했다. 이후 카드사가 ‘울며 겨자 먹기’로 일제히 수수료율을 낮춰 수익이 급격히 줄었다는 논리다.

    신용카드 할인 혜택을 축소하거나 없앤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제2의 카드대란 발생을 우려해 가계 부채 문제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영업규제를 강화했다”면서 “이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해 고객에게 주는 부가서비스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카드사의 신규 고객 유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점이 수익성 악화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카드사는 마케팅 비용이 일반 카드나 체크카드보다 훨씬 더 많이 드는 VIP카드의 혜택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마케팅 비용 늘어 수익성 악화

    “카드사, 정말 그렇게 영업할래?”

    카드사는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VIP카드의 혜택을 늘리고 있다.

    3월 KB국민은행 울타리에서 벗어나 8년 만에 독자법인으로 재출범한 KB국민카드는 VVIP카드 ‘태제’(연회비 100만 원)에 롯데호텔 객실 30% 할인 혜택을 추가했다. 기본적으로 동아시아 노선 동반자 무료 항공권, 해외 골프여행 시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담은 카드다.

    아울러 6월에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적립 혜택과 골프, 여행, 쇼핑 등에 관한 서비스를 집중해놓은 ‘ROVL 아시아나 카드’(연회비 30만 원)를 내놨다. 이 카드는 이용 실적이 50만 원 이상이면 백화점 상품권(20만 원), 동남아 노선 동반자 왕복항공권 제공과 여행 할인(30만 원) 혜택을 선택적으로 제공한다. VIP고객으로선 본전(연회비)을 뽑고도 남을 만큼 혜택을 받는 셈이다.

    하나SK카드도 올 상반기 특급호텔 멤버십 가입과 고급 요트 대여 서비스를 추가해 VVIP카드 ‘클럽원’(연회비 200만 원)을 내놨다. 가입 시에는 고급 스마트폰이나 삼성 갤럭시탭을 무료로 지급한다. 마일리지 무제한 적립, LPGA하나은행 챔피언십 VVIP 관람권 무료 제공의 혜택도 있다.

    카드사가 VIP를 겨냥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과정에서 잡음도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카드의 ‘퍼플’(연회비 60만 원)이다. 현대카드는 4월부터 퍼플 고객을 대상으로 동반자 무료 왕복항공권과 호텔 피트니스 무료 이용권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여기에는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MEA), 서초동 JW메리어트 호텔이 제휴사로 참여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경우, 연회원권이 6000만 원이며 연회비는 235만 원에 달한다. 카드 연회비 60만 원으로 고급 피트니스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불과 석 달 만에 퍼플 가입 총 고객 1만2000명 중 800여 명이 ‘호텔 옵션’을 선택했다.

    1년만 버티고 카드 혜택 변경

    “카드사, 정말 그렇게 영업할래?”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폭발적 인기가 오히려 화근이 됐다. 인터컨티넨탈 호텔이 관련 서비스 시행 두 달 만인 6월 10일 “사람이 붐벼 운동기구를 제대로 쓸 수 없다는 기존 회원의 항의가 빗발친다”는 이유로 현대카드 측에 일방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 현대카드 관계자는 “호텔 측에 ‘하루 30명으로 이용 제한’ 등의 새 조건을 제시했으나 무조건 싫다고 했다”면서 “일방적인 계약 파기인 만큼 인터컨티넨탈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대카드는 7월 19일부터 인터컨티넨탈을 포함한 호텔 3곳의 피트니스 무료 이용 서비스를 모두 중단했다.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으로 피해를 본 고객 가운데 20%(약 160명) 이상이 탈퇴했다. 호텔 관련 혜택에 끌려 현대카드 퍼플에 가입하고 단 두 번 이용한 끝에 서비스 중단을 통보받았다는 정모(37) 씨는 “일방 해지를 통보한 호텔 측도 문제지만 현대카드도 수요 예측과 변수 등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고객을 골탕 먹였다”고 비난했다.

    이렇듯 카드사마다 한편에서는 다양한 혜택을 미끼로 서민 고객을 유치한 뒤 일방적으로 혜택을 축소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VIP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조남희 사무총장은 “일단 가입하고 나면 카드 이용을 하지 않더라도 탈퇴를 잘 하지 않는 고객 속성을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의 얌체 상술이 기승을 부리는 데는 허술한 규정도 한몫한다는 지적이다.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제25조와 표준약관 14조 등은 카드사는 신상품 출시 후 1년이 지나면 얼마든지 부가서비스를 바꿀 수 있다고 규정해놓았다. 변경하기 6개월 이전에 청구서, e메일 등 최소 2가지 방법으로 고객에게 관련 내용을 알리기만 하면 된다.

    이를 근거로 카드사가 카드 출시 1년이 되는 시점에 맞춰 기다렸다는 듯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이다. 서울YMCA 신용사회운동사무국 서영경 팀장은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려는 규정을 카드사가 ‘1년만 버티면 언제든 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는 것’으로 잘못 해석한다”고 꼬집었다.

    서민카드 혜택은 줄이고

    신한카드 일반카드 혜택 중 놀이동산, 음식점, 영화 할인 요건 전월 실적 20만 원 이상→30만 원 이상(2012년 3월 1일부터)

    KB국민카드 GS칼텍스 스마트세이브 카드(연회비 3000원~1만 원) 주유 할인, 차량 정비 서비스 제공 위한 결제 실적 산정 때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제외(2012년 1월 1일부터)

    현대카드 현대카드Sㆍ여우카드(연회비 1만 원 이하), 현대카드C포인트(연회비 없음)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50% 할인 폐지(2012년 2월 1일부터)

    롯데카드 롯데월드 무료입장 서비스 폐지(2012년 2월 1일부터)

    하나SK카드 항공 마일리지 적립 시 무이자 할부 사용금액 제외(12월부터)

    플래티넘ㆍVIP카드 혜택은 늘리고

    신한카드 러브ㆍ나노 플래티늄샵 카드(연회비 5만~7만 원) 할인 및 적립 서비스 확대(5월 5일부터)

    KB국민카드 태제(연회비 100만 원)ㆍ로블(연회비 30만 원)ㆍ플래티늄 카드(연회비 10만~12만 원) 롯데호텔 객실 30%, 레스토랑 10% 할인 서비스 추가(5월 16일부터)

    현대카드 플래티넘2 시리즈 카드(연회비 5만 원)에 영화, 음식점 할인 등 서비스 추가해 재출시(6월부터)

    하나SK카드 클럽원 카드(연회비 200만 원) 항공 마일리지 더블 적립, 요트 대여 등 서비스 추가해 재출시(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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