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6

2011.02.28

“무중력서 신체 한계 극복 … 제2 이소연 확실히 키웁니다”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장 임정구 대령 “지난해 2명 선발, 올해도 8명 테스트 중”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11-02-28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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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중력서 신체 한계 극복 … 제2 이소연 확실히 키웁니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우주에서 과연 섹스나 임신이 가능합니까?”“음, 러시아 우주인이 438일 동안 우주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긴 합니다만 성적 욕구를 해결해야 되나 말아야 하느냐, (임신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선뜻 말하기 어려운 문제네요. 이것은 항공우주의료 분야에서 아직 정립이 안 된 부분입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해소하려면 신체 적응력이 가장 중요한데, 그 숙제를 푸는 게 우리의 몫입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었다.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장 임정구(43·공사 39기, 피부과 전문의) 대령은 기자의 질문에 ‘군인답게’원칙적 답변을 내놓았다.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이하 의료원)은 2월 10일 ‘항공우주의학연구센터’를 열었다. 기존 의료원 내 연구부를 확대해 우주 등 3차원 공간에서의 신체 적응력과 건강 상태에 대해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전문기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사실 항공우주의료 분야는 일반인에게 생소하다. 무엇을 연구하고, 어떠한 발전을 기대하는지 그저 뜬구름 잡는 것 같다. 임 대령은 그에 대한 답변 준비가 이미 끝나 있었다.

    “일반 의학과는 엄연히 다르죠. 정상적인 환경에서 비정상적인 신체 변화가 있는 사람을 다루는 것이 일반 의학이라면,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정상인의 신체 변화를 연구하는 게 항공우주의학이죠. 어떻게 하면 우주에서 신체적으로 정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방법론을 찾는 게 이 분야의 목표입니다. 크게는 예방의학의 한 덩어리죠.”

    전투기 조종사의 공중 적응력 향상과 연구에 초점을 맞췄던 의료원은 2006년부터 2년여간 이소연, 고산 씨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첫 우주인 선발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항공우주의학 연구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계획했다.

    비정상적 환경 신체 이상 선제적 대응 연구



    의료원은 우주인 선발 당시 500명에 이르는 국내 지원자의 신체검사는 물론 우주인으로 최종 낙점된 이소연 씨가 러시아로 출발해 우주를 거쳐 다시 지구로 귀환할 때까지, 신체 능력 테스트와 건강 검진, 관리 등 모든 과정에 관여했다. 테스트 기준을 정하는 것으로도 의료원 연구진이 며칠밤 중지를 모아야 할 만큼 벅찬 일이었다. 여기서 얻은 경험과 방대한 연구 자료는 고스란히 자산으로 축적됐고, 항공우주의료연구센터 개관의 디딤돌 노릇을 했다. 당시 진료부장으로, 정부 우주인 선발 의료소위원회 위원으로 우주인 선발을 주도했던 임 대령의 감회는 남다르다.

    “첫 우주인 사업에 참여해서 얻은 노하우의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당시 우주인 후보자 중 한 경찰관은 강도 높은 테스트를 받다가 핏줄이 터져 반점이 생겼고, 어떤 교수는 구구단을 깜박 잊어버리기도 했습니다. 후보자 한 분, 한 분이 겪은 이런 ‘추억의 고통’이 이젠 항공우주의료 분야의 귀중한 국가적 자산이 됐어요. 우주인 1차 선발 당시 500명 중 245명이 신체검사를 통과했죠. 이분들이 ‘이사오(245)’ 모임을 만들어 아직도 정기적으로 만난다고 하는데, 정말 이 분야의 ‘보물’들입니다.”

    노하우의 핵심은 무엇일까. 현재 우주인 배출국 중심으로 이뤄지는 항공우주의학 분야 연구가 비정상적인 환경에 대한 신체 적응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테스트 과정에서 나타난 후보자들의 신체 변화 특징은 향후 우주에서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을 분석하고 적응 방법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임 대령은 “우주인 배출국의 정보와 우리 후보자들의 데이터를 함께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우주에 나간 사람은 400명이 넘습니다. 그중 6개월 정도 머문 우주인은 40여 명, 1년 이상은 4명 정도에 불과해요. 이 때문에 단기적 변화를 담은 특징 정보가 많은데, 이를 우리 우주인 후보자들의 신체 변화와 수시로 비교해 다양한 의학적 패턴을 분석합니다. 특히 우리 데이터는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우주인 선발 당시 후보자들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볼 수 있는 건 다 검사했습니다. 컨디션이 좋을 때와 나쁠 때를 정도별로 나눠 자율신경계 반응을 측정하고, 일부러 약물을 주입해 혈압을 급격히 떨어뜨려보는 검사도 진행했죠.”

    우주는 무중력이기 때문에 지구에 있을 때보다 혈액이 머리 쪽으로 몰리고 두통이 생긴다. 또 우주인 중 70% 이상이 평형기관 이상으로 멀미를 한다. 피가 위로 쏠리기 때문에 얼굴이 붓는 대신 하체가 가늘어진다. 일명 ‘부은 머리 새다리 증후군(Puffy-head Bird-legs Syndrome)’이다. 안압도 높아진다. 게다가 우주선 안이 건조하다 보니 점막 기능 및 면역력 저하도 발생할 수 있다.

    “우주인 훈련시킬 시설 거의 갖춰”

    “무중력서 신체 한계 극복 … 제2 이소연 확실히 키웁니다”
    “혈압을 감지하는 신경이 목 부근에 있는데, 피가 위로 쏠리니 자극을 받아 혈액이 소변을 통해 나가기도 합니다. 잦은 소변으로 칼슘이 빠져나가면서 신결석이 올 수 있고요. 한 달 이상 우주에 있으면 다리 근육은 50%가 감소하고, 칼슘은 한 달에 1%씩 줄어듭니다.”

    신체 기능이 오히려 좋아지는 면도 있다. 임 대령은 “피가 위로 쏠리기 때문에 폐 기능이 활발해지고, 잘 때 코 고는 사람도 우주에선 버릇이 고쳐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의료원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향후 우주인 선발을 위한 검사 기준을 세분화하고, 다양한 생리적 현상 연구도 강화할 예정이다. 의료원과 항공우주의학연구센터는 국내 유일의 특수실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의료원이 2007년 국내 최초로 설계, 제작한 ‘저압·감압 체임버’가 그것인데 기압 차이에 따라 생체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 측정이 가능하다. 동물에게 인위적으로 중력을 가해 중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가속도 장비’도 연구센터 개관에 발맞춰 직접 제작해 들여놨다.

    임 대령은 “절실한 것은 과감한 투자”라는 점을 전제한 뒤 “세계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에서도 정부 및 민간에서 우주인, 민간 우주여행 사업 논의가 나오는데, 무엇보다 먼저 대상자를 뽑아 ‘인재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원은 지난해 2명의 우주인 후보자를 선발하고, 올해는 신청자 8명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2명은 공군 조종사로 ‘미션’에 따른 다양한 수행 테스트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듯 앞으로 임무와 적응력에 맞춰 자원의 풀을 넓혀나가는 방향으로 우주인 후보자를 양성할 것이라 봅니다.”

    임 대령은 항공우주의료 연구 자체가 우주인 사업과 필연적으로 연계되는 특성상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규모이면서도 세밀한 연구에 치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민간 학계의 관심을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그동안은 구심점이 없었다고 생각해요. 우주인 사업 이후 공군이 항공우주의학 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학계의 관심이 높아진 게 사실입니다. 육군과 해군, 나아가 정부도 마찬가지고요. 이 관심을 하나의 힘으로 모으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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