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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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구성 ‘정치’보다 ‘일’에 무게”

이명박 당선자 첫 人事 뒷이야기 정치적 맥락·인맥 뒤로 밀고 비전·능력 우선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8-01-02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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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위 구성 ‘정치’보다 ‘일’에 무게”
    “이경숙 카드가 최종 낙찰되고도 이후 열네 번이나 인사파일이 수정됐다. 한마디로 ‘전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첫 인사로 관심을 모았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진용구축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정치권 인사는 그 과정을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인사검증을 담당했던 최측근 인사들은 ‘교육, 성공, 최고경영자(CEO), 여성…’ 키워드에 걸맞은 인물군을 저인망식으로 뽑았다가 지우기를 수백 차례 되풀이했다. 이 당선자는 마땅한 사람이 없으면 인사를 안 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만큼 ‘납기’에 맞춰 인수위를 승인해야 하는 당선자의 고충도 남달랐다는 후문이다.

    총 25명 안팎의 인수위 명단에 대한 제안은 선거일 이전부터 꾸준히 있었다. 최종적으로 3~4개 팀의 보고서가 경합을 벌였는데, 이 당선자는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세세하게 전달해가며 큰 그림을 맞춰갔다는 후문이다. 물망에 올랐다가 탈락한 인사들은 인수위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 없이 청탁 방식으로 접근한 점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친李:중립:친朴=2:4:2 정치적 배분 비율 안배



    가장 관심을 모은 인수위원장은 최종 네 명이 경합을 벌였다. 홍준표 의원,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탈락한 이들이다.

    이 당선자가 가장 중점을 둔 기준은 ‘일하는 인수위’라는 상징성. 홍 의원과 정 전 총장은 이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일보다는 ‘정치적 맥락’이 부각됐기 때문. 막판까지 경합했던 인물은 어 전 총장인데, 인물론에서 앞섰던 그는 ‘고려대’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구상에 관여했던 한 교수는 “MB는 인맥이고 안면이고 없을 정도로 깐깐하게 결정하는 스타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경숙 위원장을 ‘소망교회 인맥’이 아닌 철저하게 프로젝트 중심으로 봐달라는 뜻이다.

    인수위에 포함된 정치인의 배분 비율도 음미해볼 대목이다. 한나라당 경선 이전 구도를 고려해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것이 이 당선자의 강력한 메시지였다는 것. 박형준 진수희(親MB), 김형오 맹형구 박진 이주호(중립), 홍문표 최경환(親박근혜)으로 2대 4대 2 비율을 맞춘 것을 보면 이 당선자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인사는 맹 의원이다. 이 당선자의 한 측근은 “그의 발탁은 선거 과정에서 신뢰감을 준 중도파를 중용하겠다는 MB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은 차원의 인사로 진수희 정두언 백용호 교수 등이 거론되지만, 이들 모두 로열티보다는 실력과 인프라 등이 고려됐다는 평가다.

    군 관련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도 있지만, 군 인맥이 좋기로 유명한 이 당선자가 꺼내든 카드가 군사사회학을 전공한 서울대 홍두승 교수라는 점도 흥미롭다. 홍 교수의 부친은 육군 준장으로 예편한 전 한국능률협회 부회장 홍대식 씨다. 실용을 중시한 다목적 카드인 셈이다.

    이번 인수위 구성을 놓고 당선자 주위에서도 “한마디로 (이 당선자는) 정치 본령에서 벗어났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최측근들은 “이 당선자에게 로열티보다 능력을 입증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질문은 ‘과연 신임 이 위원장이 독자적인 판단력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을까’라는 점. 이에 대한 답은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고 측근들은 입을 모은다. 독자적으로 버티면 살아남는 것이고, 이 당선자의 기대에 못 미치는 답을 내놓으면 이번 자리가 마지막 공직이 되리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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