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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 황장원의 클래식 산책

대작, 베토벤 이름값, 화합 메시지 3박자 척척

연말 단골 공연 ‘합창 교향곡’

대작, 베토벤 이름값, 화합 메시지 3박자 척척

대작, 베토벤 이름값, 화합 메시지 3박자 척척

2011년 8월 15일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바렌보임 지휘)가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연주하고 있다.

“오, 벗들이여! 이런 소리는 아니오!”

숨 가쁘던 오케스트라의 질주가 돌연 중단된다. 그리고 바리톤 독창자의 선언이 의미심장하게 울려 퍼진다. 그 목소리는 이제까지의 혼돈을 거부하며 좀 더 나은, 화합과 환희로 가득한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

해마다 연말이면 세계 각지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합창 교향곡’이 울려 퍼진다. 국가와 도시,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각종 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제9번 d단조)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20세기 초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 관행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까지 유입,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연말이고, 왜 유독 ‘합창 교향곡’일까. 다소 새삼스러운 감이 없지 않지만, 그 이유를 한 번 생각해봤다.

일단 해당 공연들이 ‘송년 이벤트’ 성격을 띤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무릇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 그것도 수많은 사람이 운집한 공연장에는 성대하고 화려한 무대가 어울리는 법이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계의 ‘송년 음악회’는 두 가지 유형으로 대별된다. 하나는 유명 오페라 아리아나 다양한 관현악의 단품들을 모아 연주하는 버라이어티쇼 형식의 ‘갈라 콘서트’고, 다른 하나는 관현악단과 합창단, 독창자들까지 동원해 음악사에 길이 빛나는 대작을 연주하는 공연이다. ‘합창 교향곡’ 공연은 후자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베토벤이라는 작곡가의 이름값을 꼽을 수 있겠다. 베토벤 이름은 대중에게까지 잘 알려져 있어 클래식 공연계에서는 영원한 ‘블루칩’으로 통한다. 무엇보다 베토벤의 음악은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까지도 강렬한 호소력과 설득력으로 사로잡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연말이라고 모처럼 큰돈을 들여 성대한 잔치를 준비했는데 막상 관객이 별로 들지 않으면 낭패 아니겠는가. 그러니 주최 측 처지에선 ‘흥행보증수표’인 베토벤의 음악이 매력적일 수밖에. 다만 그 이면에는 아직까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인식과 저변이 충분히 다져지지 못한 이 땅의 현실적 한계도 작용하고 있으리란 점도 돌아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대작, 베토벤 이름값, 화합 메시지 3박자 척척

베토벤의 이름은 클래식 공연계에서 영원한 ‘블루칩’이다. 주최 측 처지에선 ‘흥행보증수표’인 셈이다.

끝으로 생각해볼 것은 ‘인류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다.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으로 상징되는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베토벤은 이 곡에서 ‘인류 화합’을 부르짖었다. 그가 이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에 이례적으로 인성(人聲)과 가사(실러의 ‘환희의 송가’)를 도입한 이유도 그러한 메시지를 좀 더 분명히 전달하고, 나아가 촉구하고자 하는 절박한 심정의 발로였으리라.

“세상 모든 이여, 일어나 서로 포옹하라! 온 세상과 입맞춤을 나누라!”

하지만 이 작품이 처음 세상에 울려 퍼진 때로부터 20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화합과 평화의 길은 요원해 보이기만 한다. 어쩌면 우리는 해마다 이맘때면 울려 퍼지는 그 공허한 메아리를 들으며 머나먼 이상향에 대한 환상만 키우고 있는 건 아닐까. 부질없는 자위나 무분별한 열광보다 겸허한 자성과 진솔한 노력이 절실한 요즘이다.

주간동아 2014.12.29 969호 (p79~79)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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