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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한미동맹 균열 우려 … 北 절대 핵 포기 않는다”

제21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 하노이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한미동맹 균열 우려 … 北 절대 핵 포기 않는다”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동맹은 ‘적’이 같은 나라가 공격해오면 함께 싸우자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적이라 생각하고 한국은 북한을 동생이라고 한다면 동맹은 균열된다. 공통의 적이 없는데 어떻게 동맹이 유지되나.”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사진·국제정치학 박사)는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3월 25일 ‘하노이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을 주제로 개최한 제21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흔들리는 한미동맹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대표는 “단 한 발의 핵으로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그날이 북한 핵전력이 완성되는 날”이라며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강연 내용이다.


핵무장은 무언의 불가침조약 효과

북한은 그동안 핵을 만들면서 수십만 명을 굶겨 죽였다. 밥을 굶으며 핵을 개발했다. 지금 핵무력이 거의 완성돼가고 있다. 그런데 지금 밥을 줄 테니 핵을 만들지 말라고 하면 듣겠나. 절대 핵개발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3월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한다”며 “김정은이 곧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 부상의 발언이 나오고 열흘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다. 국제정치는 힘의 정치다.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미국이 이긴다’가 답이다. 

북한은 왜 핵을 만드나. 크게 3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중국과 러시아는 김일성으로 하여금 6·25전쟁을 하게 해놓고 결정적 순간에 도와주지 않았다. 이에 김일성은 독자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둘째, 6·25전쟁 때 미군으로부터 무지막지한 폭격을 당해봐서 핵이 있으면 그렇게 당하지 않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셋째, 핵을 가지면 다시 전쟁이 나도 6·25전쟁 때처럼 미국이 개입하지 못해 남한을 차지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단 한 발의 핵으로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그날이 핵전력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그래야 북한이 ‘조국 통일 전쟁’을 일으켜도 미국이 개입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나면 미국은 북한을 초토화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가진 단 한 발의 핵무기가 미국의 주요 도시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인구 밀집 대도시에 엄청난 인명 피해를 줄 수 있다면 미국은 북한을 건드리기 어렵다. 미국이 한국을 지키려고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등 대도시 하나를 희생시킬 것 같은가. 아니다. 

북한으로서는 이처럼 핵 한 방으로 미국이 개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을 ‘억지(deterrence)’라 한다. 한국이나 일본을 때릴 수 있는 핵은 미국의 개입을 막지 못하면 북한으로서는 필요 없다. 

북한만 핵무장했을 때 남북 간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어떻게 되나. 한스 J 모겐소(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가)가 정리해준다. 핵무장을 하지 않은 나라의 전략적 옵션은 두 가지다. 전쟁을 하다 죽거나, 미리 항복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가 핵무장을 하면 그 나라는 잠재 적국이나 이웃 나라와 무언의 불가침조약을 체결한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제일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핵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핵을 들고 있는 주체를 바꾸는 것이다. 즉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다. 칼을 엄마가 들고 있는 것과 강도가 들고 있는 것은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본 목적은 중국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떼어내 미국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은 ‘대북제재가 먹혀 김정은이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라 판단하고 더 세게 나갈 테다. 그러면 2017년 상황으로 급격하게 되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쉽게 도발하지는 못할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면서 기세를 올리던 2017년과 지금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미국이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을 녹다운시켰다는 점이다. 북한이 뒷배라고 생각한 중국이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김정은이 러시아에 가 정상회담을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다 힘이 빠진 상황에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러시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에도 미치지 못했다. 영토는 세계에서 제일 크지만 북한을 도와줄 수 있는 형편이 못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 미국과 눈높이 같아야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을 왜 중단했을까. 트럼프가 돈을 밝힌다고 하지만 훈련비용은 미국 국방부 예산의 5만 분의 1에 불과하다. 돈 때문만은 아니다. 북한 기분 좋으라고 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트럼프는 북한을 가상 적국으로 한 한미연합훈련이 ‘효용이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즉 미국이 생각하는 전쟁 대상은 북한이 아닌 것이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 국력이 커지니까 미국이 패권을 중국에 넘겨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넘겨받는 것은 한 가지 방법뿐이다.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미국은 평화적으로는 절대 패권을 내줄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한미동맹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동맹은 ‘적’이 같은 나라가 공격을 해오면 함께 싸우자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적이라 생각하고 한국은 북한을 동생이라고 한다면 동맹은 균열된다. 심지어 동맹은 적국끼리도 맺는다. 언제? 좀 더 강력한 공동의 적이 나타났을 때다. 우리는 한미 간 동맹인 만큼 친구라고만 생각하지만, 우리 정부와 미국이 북한을 보는 눈높이가 같아야 한다. 

미국도 북한이 쉽게 핵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핵을 포기하면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북한 경제가 발전하면 그곳에 김정은이 설 수 있는 자리는 없다. 김정은은 경제대국이 되는 북한을 감당할 수 없다. 그에게는 지금 정도가 통치하기 좋다. 그의 꿈은 경제대국이 아니라 핵을 보유하고 그럭저럭 먹고사는 것이다. 북한에서 중국 덩샤오핑이나 러시아 고르바초프 같은 개혁·개방을 추구한 지도자가 나오지 않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모두가 ‘1세대’다. 세대가 바뀌듯 김정은의 종말은 피할 수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얼마나 큰 상처를 입을지가 우려스럽다.






주간동아 2019.03.29 1182호 (p42~43)

  • 윤융근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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