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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염화시중의 미소…불교를 만나다

스리랑카, 화려한 원형의 불교문화가 숨 쉬는 곳

염화시중의 미소…불교를 만나다

염화시중의 미소…불교를 만나다

골 해변의 외다리 낚시.

스리랑카는 인도 남쪽 끝에 있는, 한반도 3분의 1 크기의 작은 섬나라다. 장구한 2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리랑카는 북인도에 살던 싱할라인이 바다를 건너와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웠다. 싱할라인이 아누라다푸라를 수도로 정하고 불교왕국을 세워 한때 크게 융성했지만 16세기 이후로는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열강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그러다 1948년 2월 4일 독립했다.

스리랑카는 많은 불교유적과 때 묻지 않은 우거진 숲, 저렴한 물가, 연중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날씨 덕분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코끼리, 표범, 곰 등 여러 야생동물을 자연 상태로 볼 수 있는 점도 스리랑카 여행의 즐거움이다. 이 중 불교의 상징인 코끼리가 특히 많은 사랑을 받는다. 아프리카코끼리보다 체격이 작은 야생 코끼리가 10여 마리씩 집단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관광객들도 심심찮게 발견한다.

필자도 해질 무렵 도로 가까이에서 풀을 뜯어먹는 코끼리를 본 적 있다. 앞서 가던 차들이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교통사고가 난 게 아닌지 우려하던 필자 눈앞에 거대한 코끼리라니.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코끼리 뒤로 크고 작은 코끼리 10여 마리가 달리는 자동차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 가까이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거나 몸에 흙을 뿌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관광객들은 깜짝 선물을 받은 것처럼 넋을 잃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조용히 환호를 보냈다.

오늘날 불교 발상지인 인도에서는 오히려 불교가 쇠퇴한 반면 스리랑카에서는 여전히 불교가 번성한다. 스리랑카 불교는 대중 포교에 중심을 둔 대승불교와 달리 계율을 엄수하는 소승불교다.

염화시중의 미소…불교를 만나다

커다란 금빛 불상이 있는 담불라의 골든 템플(왼쪽), 시기리야 요새에 있는 물 저장고.

골 | 골(Galle)은 스리랑카 서남쪽에 있는 항구도시다. 골에 도착하니 작은 도시 전체가 사람으로 북적이고 소란스러워 이방인의 혼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 영국과 스리랑카의 크리켓 경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스포츠 팀이 일본과 맞대결할 때 우리가 그러는 것처럼, 스리랑카 사람들도 한때 자신들을 지배했던 영국과 승부를 겨룰 때면 유독 흥분하는 모습을 보인다.



해질녘이 가까워지자 마음이 급해졌다. 가까스로 택시를 잡아 가격을 흥정하고 골 중심부에서 남동쪽으로 10km 남짓 떨어진 아한가마 마을로 향했다. 30여 분을 달리자 차창 밖으로 작열하던 태양이 저물어가고 드넓은 인도양에서 외다리 낚시(stilt fishing)를 하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외다리 낚시는 얕지만 물결이 센 바다에 장대를 박아놓고 거기에 매달려 고기를 잡는 독특한 방식이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장대에 매달려 낚싯대를 드리운 늙은 어부의 모습이 처연했다.

콜롬보 | 스리랑카의 사법·행정 수도인 콜롬보는 현재와 과거가 조화를 이룬 도시다. 유럽풍 건물에 입점한 현대식 쇼핑센터와 상점, 다채로운 종교 건물, 고층 빌딩이 어우러져 있다. 시내에 자리한 국립박물관과 네덜란드박물관은 스리랑카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콜롬보에서는 세계적인 차(tea) 경매가 벌어지고 18홀 골프장과 카지노, 국제 경기를 치를 만한 규모의 크리켓 경기장도 있다. 콜롬보는 국제 크리켓 대회를 네 개나 주최하는 세계 유일의 도시다.

과거 그리스인과 로마인, 페르시아인은 콜롬보 항구를 무역항으로 이용했다.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열강이 콜롬보 해안을 차지하려고 각축을 벌이기도 했다. 콜롬보는 아름다운 해변과 복잡한 도심이 공존하는 스리랑카 관문이다.

염화시중의 미소…불교를 만나다

네곰보 해변 풍경. 그날 잡은 고기의 내장을 제거하고 햇볕에 말린다(왼쪽). 시기리야 동굴에 있는 프레스코화.

곳곳에 세계문화유산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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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수도 폴로나루와에 있는 달라다 말루바 유적.

스리랑카에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유적이 여섯 곳 있다. 이른바 ‘문화유적 삼각지’에 몰려 있다. 스리랑카 고대와 중세시대의 왕궁, 사원, 저수지 등 대개 불교 영향을 받은 건축물과 유적이 다섯 곳이며, 야생동물 보호지역이 유적과 함께 있다.

스리랑카의 대표적 문화유적인 시기리야는 높이 195m의 돌산이다. 5세기 권력에 눈먼 카샤파 왕이 부왕을 폐한 뒤 동생 목갈라나 왕자의 복수가 두려워 난공불락 돌산에 바위요새를 만들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잘 보존된 천년의 도시유적으로 꼽히는 시기리야에서 꼭 봐야 할 것은 아슬아슬한 위치에 그린 프레스코화 여인상이다. 절벽을 깎아 석회를 바른 뒤 그 위에 그린 벽화는 일부 훼손되고 퇴색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세월을 잊은 듯 모습이 선명하다. 윗옷을 벗은 여인은 상류층이고 윗옷을 입은 여인은 시중을 드는 하층민이라는데 시대를 뛰어넘어 무척 아름답다. 이 밖에 반사거울, 사자계단, 커다란 해자 등도 볼거리다.

담불라 석굴사원은 기원전 1세기에 싱할라 왕 왈라감바후가 세웠다. 왕은 타밀군에 쫓겨 당시 수도였던 아누라다푸라에서 이곳으로 피신해 왕권회복을 꾀했다. 타밀군을 무찌르고 다시 왕좌에 오른 후 감사의 뜻을 모아 사원을 건축한 것이다. 담불러 석굴사원은 바위에 동굴을 파서 만든 절로, 석굴사원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다섯 개의 석굴 넓이가 2000㎡이고, 150개 넘는 부처상이 있다. 길이가 14m나 되는 와불(臥佛)이 인상적이다. 벽과 천장은 탱화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캔디는 스리랑카 제2 도시다. 한때 스리랑카 수도였던 터라 왕족과 귀족들의 거주지가 지금도 남아 있다. 현재 캔디에는 역사적 건축물이 486개 있다. 아름다운 호수와 강, 차 농장으로 유명하며, 중세기 미술작품도 많다. 그중에서도 부처의 진신 치아를 보존한 달라다 말리가와가 이곳 최고의 유적지다. 매년 8월 달라다 말리가와 사원 근처에서 15일 동안 성대하게 열리는 페라헤라 축제에는 전 세계 관광객이 몰린다. 축제 기간엔 각종 보석으로 장식한 코끼리들이 시가행진을 벌이고, 댄서 수백 명이 스리랑카 전통 춤을 선보인다.

폴론나루와는 스리랑카 중북부에 있는 도시다. 고대 실론의 수도였으나 오랫동안 잊혔다가 현대에 들어와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폴로나루바라고도 부르는 이 도시는 20세기 들어 쌀과 담배를 경작하는 주변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려고 오래된 저수지를 복구하면서 현대적인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철도역이 있으며, 대부분 12세기에 건립한 궁궐의 흔적, 그리고 불교사원을 비롯한 불교 건축물이 여럿 남아 있다.

▼ 여행정보 한국과 스리랑카를 잇는 직항은 없다. 보통은 태국 방콕이나 싱가포르를 경유해 수도 콜롬보로 들어간다. 입국 전 비자를 받아야 하며 스리랑카관광청 홈페이지(www.srilanka.travel)를 이용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국과의 시차는 3시간 30분이며 연중 기온 변화가 크지 않다.



주간동아 2012.06.18 842호 (p62~64)

  • 안성의 여행작가 ahneu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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