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7

2017.05.10

안보| Global Asia 주간동아 특약

일본 앞에 닥친 북·중의 현실적 위협

미·일 동맹, 한미일 공조, 다자외교 총동원해 대응해야

  • 다나카 아키히코 일본 도쿄대 교수 번역=강찬구 동아시아재단 간사 ckkang@keaf.org

    입력2017-05-08 1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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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동아시아에 지정학적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실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보이는 중국의 행동은 그동안 태평양지역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오랜 노력으로 구축한 국제 안보의 근간을 해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험 요소를 줄이고 역내 평화와 번영을 지속하는 것이 일본 외교정책의 요체다.

    일본이 취해야 할 유일한 정책 방향은 미국과 동맹 강화다. 또 국방 및 해안 경비 태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한국, 미국과 3국 공조도 탄탄히 해야 한다. 동아시아정상회의, G20 정상회의 등 다자협의체를 활용해 중국이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를 준수하도록 이끄는 것도 필요하다.



    점증하는 중국의 위협

    현재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면서 규칙(rule)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중국의 행동도 우려스럽다.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의 일본 영해를 침범한 중국 어선이 일본 해안경비선을 고의로 들이받은 일이 있었다. 일본이 해당 어선의 선장을 체포하자 중국은 모든 고위급 채널과 인적 교류를 끊고 자국민의 일본 여행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또 전자제품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원료인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가로막기도 했다.

    2012년 가을에는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 노다 요시히코 당시 일본 총리가 센카쿠 열도를 소유주로부터 매입하기로 하자 중국이 강력하게 대응한 것이다. 중국 내 100여 개 도시에서 반일집회가 이어졌고 도요타와 혼다 자동차가 불에 탔다. 센카쿠 열도 주변 해역에서 중국 측의 움직임도 부쩍 늘어났다. 2012년 9월 14일 중국 해양감시대 소속 함정 6척이 센카쿠 열도 주변의 일본 영해를 침범했다. 이후 중국은 정기적으로 해양경비선을 일본 영해에 보내고 있고, 동중국해에서 공군의 활동도 늘렸다.



    중국의 공세적 행동은 확대일로에 있는 중국의 군사 능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이 군사비 지출 규모를 축소 발표하는데도 중국의 국방예산 규모와 추세를 살펴보면 걱정이 앞선다. 덩샤오핑은 중국이 자세를 낮추고 능력을 숨겨야 한다는 뜻의 ‘도광양회’를 강조했지만, 2010년 전후로 중국은 능력을 드러내야 할 때가 됐다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 당시 후진타오 주석이 ‘할 수 있는 일은 한다’는 덩샤오핑의 ‘유소작위’에 한 단어를 추가해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지도부에 전달한 것이 한 사례다.

    중국의 정책 결정 과정이 어떤지 모른 채 중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이 내린 결정이 역내 평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주변국은 당연히 이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1990년대 이후 일본 안보정책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94년 북핵 위기 당시 일본은 법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황이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미국을 지원할 수 있는 어떠한 법적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97년 미·일방위협력지침이 이러한 비상사태에 대비하고자 만들어졌고, 99년 일본 주변 지역에서 미·일 협력을 보장하는 법안이 일본 의회를 통과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일본의 군사력 조달 논쟁을 재조명하는 데 일조했다.

    19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은 별도의 군사정보 위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이 북한 탄도미사일을 막을 시스템을 개발해 현재 일본은 패트리엇3(PAC-3) 체계와 6척의 이지스함을 보유 중이다. 2006년 1차 아베 신조 내각은 더 나아가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려면 집단방위권을 금지한 일본의 전후 헌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자문위원회까지 설치해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2007년 아베 내각이 물러나면서 뚜렷한 성과 없이 흐지부지됐다. 2012년 2차 아베 내각이 집권하면서 집단방위권의 제한적 행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재해석해야 한다는 내각 결정이 2014년 있었다. 2015년 9월 일본 의회는 새로운 안보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중국의 부상과 동중국해에서 공세적 행위로 일본 군사 배치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금까지 일본 자위대 병력 배치는 주로 북쪽 지방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남서 지방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현재는 오키나와에 F-15 전투기와 P3 초계기가 다수 배치된 상태다. 또 사상 처음으로 일본 최서단 섬 요나구니에 육상자위대 부대가 배치됐다.  



    한일 간, 다자간 안보협력 관계

    점차 높아지는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고자 일본은 미국과 동맹뿐 아니라 자체적인 군사 방어 시스템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주창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일본으로부터 환영받았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이를 지속해나가는 데 일본의 국익이 걸려 있다.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보이는 행동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려주려면 미국의 철저한 감시와 향후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당선 전 트럼프 대통령의 몇몇 발언이 걱정을 자아내긴 했지만 미·일 양국은 ‘2·10 공동선언’을 통해 양국의 공동의견을 재확인했다.

    일본과 함께 미국의 동맹인 한국의 구실도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 처지에서는 역사 문제 및 일본과 안보협력에 대한 국내 여론의 반발로 주저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양국 간 안보관계 강화를 포기하기엔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는 하나의 이정표적 사건으로, 양국은 합의 사항을 충실히 이행해나가야 한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대응 전략은 비단 군사 및 방위 부문에만 국한해선 안 된다. 이미 한국, 일본, 미국 모두에게 중국은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에 대응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미일 3국은 중국 지도부와 직접적인 대화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미일 3국은 시진핑 주석과 지도부에게 세계가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솔직한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다자외교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다자 정상회담은 중국 지도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지난해 동아시아지역에서 열린 G20과 동아시아정상회의는 중국의 행동에 제동을 걸지는 못했을지 모르나, 적어도 체면을 살리려면 좀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은 주지시켰다. 

    호주 등 다른 미국 동맹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이 베트남과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 일도 미국의 동맹관계에 도움을 주고, 중국이 행동을 자제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중국 지도부가 모범적인 세계 시민이 되려는 경쟁에서 일본을 앞지르고자 한다면 이는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험 요소를 줄이는 동시에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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