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게이츠(사진 오른쪽)와 아서 아지. 이들에게 NBA는 가난과 인종 및 계급 차별이 존재하는 현실의 높은 벽 너머에 있는 무지개였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스티브 제임스는 두 소년의 삶을 6년(250시간)에 걸쳐 카메라에 담았고, 1994년 ‘후프 드림스’라는 제목의 영화로 세상에 내놓았다.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이 영화는 그 해 미국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는 등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후 10년. 미국의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영화 10주년 기념식에서 상봉한 이 두 사람의 현재를 소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사람은 미국 고교 농구선수 7600명 가운데 한 명꼴로 진출한다는 NBA에 진출하지 못했다.

31살의 아지는 아칸소 주립대학에 입학한 뒤 최근까지 농구 2부리그에서 뛰었고 가끔 덩크슛 대회에도 참가하지만, NBA의 꿈은 못 이뤘다. 그는 영화로 알게 된 사업가들을 끌어 모아 불우 아동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아서 아지 롤 모델 재단’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후프 드림스 스포츠웨어’라는 꽤 규모 있는 의류회사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게이츠는 그간의 인생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후프 드림스’는 농구가 아닌, 삶에 대한 영화였어요. 지금도 저에겐 꿈이 있습니다. 과거의 꿈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죠.”
주간동아 448호 (p7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