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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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 정도전 겁이 많았다고?

자판 두드리면 역사 인물부터 발자취까지 ‘고전의 향연’

  • 하승현 한국고전번역원 콘텐츠기획실장 bonjour@itkc.or.kr

    입력2014-09-01 0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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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봉 정도전 겁이 많았다고?

    삼봉 정도전의 초상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은 죽는 법/ 구차하게 산들 편할 리 없네(自古有一死(자고유일사) 偸生非所安(투생비소안)).’

    지난 상반기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에 소개된, 그의 시 일부다. 신념을 지키는 일이 목숨을 지키는 일보다 중하다는 시구의 울림이 크다. 문득 시가 어떤 배경에서 지어졌는지, 전체 내용이 어떤지 궁금해진다면?

    한국고전종합DB의 놀라운 모습

    한국고전번역원 인터넷 홈페이지(www.itkc.or.kr)를 방문해 검색창에 ‘자고유일사’라고 쳐보자. 혹은 한국고전종합DB(db.itkc.or.kr)에서 직접 검색해도 좋다. 고전번역서에 1건, 한국문집총간에 1건 검색 결과가 뜬다. 고전번역서 부분을 클릭하면 떠오르는 창은 이 시가 정도전의 문집인 ‘삼봉집’에 실렸고 제목이 ‘감흥(感興)’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아울러 을묘년(1375) 여름 그가 성균관 사예(司藝)로 있을 당시 지었으며, 이즈음 정세의 잘잘못을 따졌다가 재상으로부터 미움을 받아 전라도 회진현으로 추방당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는 그간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 역사문헌과 한국문집 등 205종 1756책에 달하는 고전 서적을 수집, 정리, 번역해왔다. 이들 성과물은 홈페이지 한국고전종합DB를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그 흔한 회원 가입 절차조차 필요 없다.



    내친 김에 삼봉 정도전의 인생을 좀 더 따라가 보자. 조선시대 특정 역사 인물이 궁금하다면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졸기(卒記)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간편하다. 해당 인물이 거친 관직, 저작, 성품, 일화 등을 담은 기록이다. 특히 실록을 편찬할 당시 그 인물에 대한 평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내용이 적잖다. 정도전은 과연 사후에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한국고전종합DB 검색창에 ‘정도전 졸기’라고 쳐보자. 총 13건의 검색 결과 가운데 ‘조선왕조실록’ 태조 7년(1398) 8월 26일 기사가 그의 졸기에 해당한다.

    번역문은 정도전의 자(字)가 종지(宗之), 호(號)가 삼봉(三峰), 본관이 안동 봉화이고, 형부 상서 정운경의 아들이라는 정보로 시작된다. 그러고는 과거 합격에서부터 그가 거친 관직을 한눈에 보여준다. 그 밖에 산법(算法)을 가르쳤고, 악가(樂歌)를 지었으며, 책을 편찬하거나 제작했다는 내용은 물론, 그에 대한 인물평과 일화도 실려 있다. 예컨대 이런 내용이다.

    “정도전은 타고난 자질이 총명하고 민첩하며, 어릴 때부터 학문을 좋아하여 많은 책을 널리 보아 해박하였다. 항상 후생을 가르치고 이단을 배척하는 일을 자신의 임무로 삼았다. 곤궁하게 거처하면서도 한가하게 지내었고, 스스로 문무(文武)의 재간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와는 다른 평가도 이어진다.

    “도량이 좁은 데다 시기와 겁도 많아서 반드시 자기보다 나은 사람들을 해쳐서 그 묵은 감정을 풀고자 하였다. 매양 임금에게 사람을 죽여 위엄을 보일 것을 권하였으나, 임금이 모두 듣지 않았다.”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가 찬술한 ‘고려국사(高麗國史)’ 내용에 거짓이 많다는 비난이 있는가 하면, 처음에는 목은 이색을 스승으로 섬기고 정몽주, 이숭인과 깊은 우정을 나눴지만 후에 조준과 교제하고자 이들 세 사람을 참소하고 헐뜯어 원수가 됐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드라마 내용과 연결하면 생각할 거리가 자못 많은 문구다.

    삼봉 정도전 겁이 많았다고?

    한국고전번역원의 한국고전종합DB 웹사이트.

    그의 출신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승려 김전(金)이 종 수이(樹伊)의 아내와 간통해 딸 하나를 낳았는데, 이 딸이 바로 정도전의 외조모라는 내용이다. 그의 출신이 비천하다고 강조하려고 삽입한 대목일 것이다. 그 밖에도 그가 조선을 개국할 무렵 취중에 종종 “한고조(漢高祖)가 장자방(張子房)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곧 한고조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다. 자신이 새 나라 임금으로 태조를 선택했음을 은근히 자부하는 말이다.

    졸기가 인물의 전반적인 업적이나 평가를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면 해당 인물이 남긴 글과 시, 문장도 한국고전종합DB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인물의 정서나 사상은 물론 교유관계와 문학성까지 깊게 살펴볼 수 있다. 이를테면 그 인물의 ‘향기’다.

    누구에게나 언제나 열려 있어

    삼봉 정도전 겁이 많았다고?

    정도전의 사당 문헌사(文憲祠)에 보관돼 있는 ‘삼봉집’ 목판.

    다시 검색창에 ‘정도전’을 치고 검색 결과에서 ‘한국문집총간해제’ 부분을 살펴보자. 그의 문집 ‘삼봉집’이 보인다. 문집마다 달린 해제는 이를 살펴보는 길라잡이 구실을 한다. ‘가계도’와 ‘행력’에는 그의 가족관계와 평생의 발자취가 잘 정리돼 있다. 또 ‘구성과 내용’ 부분에는 문집에 실린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 자료도 있어 대표적인 작품을 찾아 들어갈 때 유용하다.

    ‘삼봉집’ 해제에 실린 작품 가운데 권9의 ‘불씨잡변(佛氏雜辨)’이 눈에 띈다. 그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삼봉집’ 목차를 통해 접근해도 되고, 검색창에 ‘불씨잡변’을 입력한 후 한국문집총간에 실린 제목을 통해 검색해도 된다. 최종 검색 페이지 상단에 있는 번역문란을 클릭하면 한문 원문과 한글 번역문이 나란히 뜬다.

    ‘하늘과 땅 사이는 화로와 같아 생물이라 할지라도 모두 다 녹아 없어진다. 어찌 흩어진 것이 다시 합쳐지고, 이미 간 것이 다시 올 수 있겠는가?’(불씨윤회지변(佛氏輪廻之辨) 중에서).

    한국고전종합DB의 콘텐츠는 그 외에도 다양하다. 시를 비롯한 문학작품, 당대 인물들이 서로 주고받은 편지, 임금에게 올린 상소, 자기 주장을 편 글, 지인의 죽음을 애도한 제문 등을 원문 이미지, 텍스트, 번역문 형태로 만날 수 있다. 출처를 밝힌다면 원하는 부분을 복사해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나 글에 옮길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언제나 열려 있다. 한국고전번역원 홈페이지를 인터넷 즐겨찾기에 등록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수천 권의 고전 장서가가 되는 셈이다.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고전의 향연(饗宴)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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